20년 전인가....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니 치와와 한마리가 소파 한가운데 앉아있어요.
들어서는 저를 보더니 왈왈 짖더라고요.
엄마가 말씀하시길 큰 외갓집에서 데려왔다고 예쁘지않냐고 하시면서 좋아하셨어요.
작은 외갓집에서 처음 키운 치와와가 새끼를 낳아 큰 외갓집에서 그 새끼를 키우셨고,
큰 외갓집의 치와와가 새끼를 낳아 저희집으로도 한 마리가 온거였어요.
그래서 그 후로 저희는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때 꼭 이 멍뭉이들을 데리고 다녔어요.
얘네들도 이럴 때 가족 모임해야한다고요.
설날에는 큰 외갓집과 저희집 멍뭉이들에게 각각 할머니와 엄마에게 절해라~ 이런 것도 하고요.
이 녀석이 엄마를 무척 따랐어요. 전 그게 엄마가 밥을 주시니 순종하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언니도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언니가 산책을 자주 시켜주니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말은 죽어도 안듣더라고요. 저도 힘든 직장일해서 버는 돈으로 온갖 공물을 바쳤는데 소용없었어요.
불러도 가던 길 마저 가거나, 자려고 할 때 옆에 누우면 크르르~ 하는 소리도 냈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니던 직장의 상사분께서 코카 한 마리를 분양해주셔서 집에 데려왔어요.
다행히 이 녀석은 절 좋아해주는데 뭔가 다른 가족들을 대하는 것과 다르더라고요.
다른 가족이 화장실에 있으면 그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데
제가 있으면 앞발로 문을 쿵쿵 찍어요. 그리고 들어와서 저랑 화장실을 같이 써요.
산책도 엄마나 언니가 시켜주면 같이 걷는데 제가 데려가면 조금 걷다가 무조건 안으래요.
그래서 그 무거운 코카를 안고 산책을 시켜주고 헉헉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와요.
그리고 이 두 녀석은 한 번도 저에게 손을 내밀거나 배를 보여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떤 모임에서 만난 분이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반려동물을 데려올 때 전 어디에 있었냐고요.
그래서 치와와 데려올 때는 바깥에 있었고, 코카는 내가 직접 데리고 들어왔다고 하니
반려동물들은 자기들이 집에 올 때 집안에 있는 사람의 서열을 더 높게 생각하고,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은 자기 아래 서열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치와와는 저에게는 자기가 언니인거고,
코카는 저와 동갑내기 친구라고 여기는 거래요.
그말을 듣고나니 마치 퍼즐맞추듯이 그 두 녀석이 저를 업신여기던 것이 딱 이해가 되더라고요. ㅠ ㅠ
치와와는 몇 년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이제 코카만 남았는데
여전히 엄마와 언니에게는 정답게 엉덩이를 들이밀며 옆으로 앉고, 저는 깔고 앉습니다.
누워있으면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요. 배게도 절 밀어내고 자기가 베고 자요.
크흑....
여러분은 반려동물 데려오셨을 때 어디에 계셨어요?
특히 저같은 입장에 계신 분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