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년 째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 관심갔던 주제에서 너무 빗겨져 나와 이제는 연구보다 졸업이 더 중요해 졌네요.
매일이 피가 마르고 잠을 제대로 잔게 언젠지 모르겠는 뭔가항상 쫓기는 사람같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걸 내가 왜 하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들면서 지금이라도 다 손털고 싶네요.
석사 때는 주제도 제가 흥미 있는 것으로 해서 인지 피곤한 줄 모르고
해냈던거 같아요. 그런데 이 압박감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싶습니다
모두 이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건가요? 그냥 밀고 나가서 졸업하고 학술지 논문 쓰면서 더 구체화하면 괜찮아 질까요? 뭔가 쓸데없는 연구에 인생을 허비하는 느낌이 듭니다.
방치되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 가족에게 공부하면서 일한다고 제가 참 유세를 부리고 있다는 자각이 들면서 스스로 더 괴로운것 같아요.
단단하게 잘 버티면서 잘 해온거 같은데 마지막에 이렇게 무력감이 몰려 오다니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힘드네요. 이제 몇달만 달리면 되는데 허리 디스크에 두통에 몸이 힘드니 더 지치는 것 같습니다.
먼저 논문 쓴 선배들은 다 그러니 일단 참고 심사 시작하는거에 집중하라고 하시는데 이렇게 도움 안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하루를 그냥 보내게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굉장히 불안해져서 눈물이 너무 나서 82에 글을 올리면서 마음을 추스리고 있네요.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 하고 일찍 가서 아이들이랑 외식이라도 해야겠습니다.
투정 같은 글이라 클릭하신 분들에게 죄송하네요. 혹시 지금 저처럼 논문쓰고 계신 분들 모두 힘내서 아프지 말고 이 과정을 잘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제 코가 석자긴 하지만 그래도 응원을 보냅니다!!!
1. 잘 하실겁니다.
'16.8.26 4:25 PM (124.80.xxx.186) - 삭제된댓글남편이랑 학생부부로 유학가서 둘다 공부만 했어요. 서로 공부하느라 예민했고 양가 어른들은
결혼해서 편하게 공부하라고 보내주신건데.. 서로안테 의지가 될때도 있었고 ㅋㅋㅋ 서로안테
스트레스 받아하고 ㅋㅋㅋ 그래도 어쨌든 둘 다 무사히 학위 다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글쓴님도 나중에 웃으면서 말할때 오겠지요.2. 11
'16.8.26 4:55 PM (220.76.xxx.239) - 삭제된댓글이번 학기 심사시라면 거의 다 논문작업이 진행된 상태시겠네요.
심사 받는 학기가 여러모로 긴장하고 집중해서 폭발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학기라서,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그 무게감을 덜고자 하시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하지 마시고 마주하세요.
지금 이 고비를 넘기는 것이 학위를 마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그리고 한 단계 성장하실거에요.
힘내세요. 나중에 웃으면서 뿌듯하게 돌아보게 되실겁니다.3. ㅎㅎ
'16.8.26 5:07 PM (121.131.xxx.120)저는 미국에서 공부를 했는데 제 지도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가장 잘 쓴 학위논문은 끝낸논문이라고 하셨어요. 그말에 위로를 받아 저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자기 주제가 가장 허접해 보이고 자기 데이터가 가장 이상하고 그래요. 걱정하지 말고 끝내는데 집중하세요.4. holly
'16.8.26 5:13 PM (203.228.xxx.3)지금은 졸업이 중요하겠지만 박사후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연구능력을 가지고 졸업하셔야 어느 기관에 가도 살아남지,,박사학위자를 뽑는곳은 높은 수준의 연구를 요구해요. 박사과정동안 어떤 능력을 기르느냐가 중요합니다.
5. nn
'16.8.26 5:20 PM (119.64.xxx.194)1년 전 논문 마친 사람으로 답글을 안 달수가 없네요. 저는 사회생활하다 뒤늦게 대학원 간 경우라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님은 2년만에 논문 심사 입구에 들어서니 저보다 낫네요. ㅜㅜ 저는 코스웍 들어간 학기부터 주제 잡았는데도 코스웍 수료 4년만에 완성했습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 받았지만 그나마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빠른 편이었구요. 나보다 뒤처진 이들과 비교하는 것은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을테니 일단 앞만 보고 가세요. 논문 학기 들어가니 그렇게 핀잔을 주던 교수도 협조적으로 나오더군요. 집안일은 완전 작파. 사람들도 안 만나고 못 만나고 뉴스가 뭔지도 모르고 컴 앞에 붙어있었습니다. 님이 겪은 심리상태, 육체적 고통 다 겪었구요. 선배들도 다 그랬다고 합니다. 그들이 토로하는 고통에 비하면 저는 그래도 견딜만한 거였더군요.
일자리와는 가장 거리가 먼 기초 인문학이 전공이고 나이도 많아서 임용은 꿈도 못 꾸고 학위 받은 후에는 고급백수가 되었습니다만 원래 자기 만족으로 시작했던 거라 무사히 마쳤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도 님 같은 상황에서는 이 막막한 터널이 언제 끝나나. 때려치고 말자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하고 멍하니 아무 것도 못하고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너무 불안해서 자다 말고 벌떡벌떡 일어나고 마시지도 못하는 위스키를 오로지 잠들기 위해 몇잔 마시기도 했었죠.
끝나고 나니 님이 말했던 그 모든 상황이 한꺼번에 치유가 되더군요. 결국 저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만 두더라도 인생 끝나는 거 아니라는 마음으로 하고, 교수와 척지지 않은 한에는 어떻게든 통과됩니다. 교수 본인들도 다 겪었던 과정이라 논문 학기 들어가면 자주 찾아뵙고 가이드 받으세요. 저는 원래 원고에서 절반을 잘라먹고, 새 자료 찾느라고 지금도 제 논문 같지 않지만 어쩌겠어요, 모두가 공통으로 박사논문은 원래 그런 거라고 위안하는 것을...... 올 여름 더위도 힘들었는데 맘 고생 심하셨네요. 님도 1-2년 안에 저처럼 같은 고민 하는 후배 위로하게 될 겁니다. 힘내세요. ^^6. 힘내세요
'16.8.26 6:06 PM (223.62.xxx.74) - 삭제된댓글모두들 슬럼프를 겪어요.
방법 없고, 기운 딸리지 않게 보약 지어드세요.7. ..
'16.8.26 6:33 PM (125.129.xxx.244) - 삭제된댓글박사논문쓰는 학생들이 다들 알고 있지만 이해를 못하는 게 있어요.
원글님도 분명히 벌써 들어보셨을 거에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도움을 못 받는.
그게 뭐냐면 님이 쓰는 그 박사논문은 지도교수 외에는 이 세상 아무도 안 읽을 거라는 거.
심지어 지도교수도 대충 넘길 확률 높다는 거.
그리 생각하면 그 힘든 게 왜 "통과 의례"인지 아시겠죠.
거기에 모든 걸 다 담을 수 없는 거고, 그래서도 안 되는 거에요. 그 넓은 주제가 전문성을 갖출수도 없고요.
거대한 틀만 잡아 놓는 거죠.
그리고 나중에 거기에 집어 넣은 거 조금 조금씩 꺼내어 발전시키며 그땐 정말 남들이 읽을 수 있고 읽기 위한 글을 쓰는 겁니다. 빨리 후딱 하세요~~8. 감사합니다.
'16.8.26 8:17 PM (14.39.xxx.130)역시 조언은 힘이 되네요. 응원받은 마음으로 아이 재우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겠습니다. 얼른 끝내고 졸업한다는 글을 올릴 수 있게 노력해 볼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