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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똥보다도 더러운 현재를 거슬러 올라가 옛 얘기 세편

꺾은붓 조회수 : 672
작성일 : 2016-07-18 14:30:37

썩은 똥보다도 더러운 현재를 거슬러 올라가 옛 얘기 세편


세상이 하도 더러워 오래 된 얘기나 해 보렵니다.

제목을 위와 같이 붙이고 보니 세 번째 얘기는 역시 더러운 얘기이지만, 요새 더러운 것 에 비하면 낙동강 물과 같이 깨끗한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1. 소와 호랑이 이야기

어려서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어른들이 하시는 얘기를 여러 번 들은 얘기입니다.

지금은 소를 오로지 잡아먹기 위해서 키우지만 옛날에는 소가 머슴 열이 하는 일을 했습니다.

코에는 쇠를 시뻘겋게 달궈 코에 구멍을 뚫고 거기에 둥근 나무를 둥글게 말아 코뚜레를 끼우고 등에는 쟁기나 달구지를 매어 끌 수 있는 멍에를 씌웠습니다. 물론 어릴 때는 그냥 자라고 일을 할 만큼 자랐을 때부터 코뚜레와 멍에는 암/수를 불문코 죽는 날 까지 몸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호랑이도 많았고 농부가 소를 몰고 한밤중에 산길을 지나면 사람은 몰라도 소는 저 앞에 호랑이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그 순간부터 꼼짝을 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면 농사꾼도 소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재빨리 코뚜레와 멍에를 벗겨내어 소가 자유의 몸이 되게 해 준답니다.

호랑이가 소나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 어슬렁거리고 나타나 “어흥!”하고 엄포를 놓으면 소가 얼른 네다리사이에다 주인인 사람을 보호하고 호랑이와 싸워 호랑이를 죽이거나 큰 부상을 입혀 도망가게 한답니다.

다 자란 소는 호랑이와 1:1로 싸우면 절대로 지지 않는답니다.

그렇게 해서 호랑이를 물리치고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소는 그때부터 주인의 생명의 은인이 되어 그 힘든 농사일에서 해방이 되어 여생을 편안히 지낸답니다.

그런데 그때 주인이 저 혼자 살려고 소의 코뚜레와 멍에를 그대로 놔 둔 채 도망을 하면 소가 호랑이에게 져서 잡아먹힐 때도 있고, 만약에 그 불편한 몸으로 호랑이를 물리치면 그 즉시 소는 집으로 돌아와 사람이라는 사람은 다 뿔로 받아 죽이고 집안 전체를 쑥밭을 만들어 버린답니다.

이게 옛 어른들이 꾸며낸 얘기가 아닙니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어쩌다 있었던 일이 전설같이 전해지는 얘기일 것입니다.


2. 경험이 사람을 살렸습니다.

필자가 논산훈련소 시절(1968년 2~3월)

당시는 하사관(현재는 준사관으로 부름)과 장교들이 어떻게나 졸병들의 먹을  거리를 빼 돌리는지 모를 때이고 거기에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훈련을 받고 있으니 졸병들은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잠시라도 짬만 있으면 오로지 먹는 생각뿐이고 세상모든 것이 먹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금은 안 그렇겠지만 그때는 1개 소대(40명)마다 돌아가면서 식사당번을 두어 양은으로 된 큰 양동이 2개를 둘이서 하나씩 맞잡아 들고 취사반 건물로 가서 거기에 국을 받아오고 다른 한 사람은 그보다 조금 적은 양동이에 김치를 받아 밥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내무반으로 돌아와서 훈련병들이 다 찌그러진 양재기 2개를 내밀면 하나에는 밥을 퍼 담고 그 위에 썩은 배추 잎이나 다름  없는 김치를 한 손으로 밥 위에 올려놓고 다른 양재기에는 국을 퍼 담아 배식을 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저녁식사를 하고 났는데 양동이를 씻으러 나간 식사당번 훈련병 2명이 내무반으로 들어오지를 않는 것입니다.

당시 우리 반 내무반장은 제대를 눈앞에 둔 병장으로 성격이 모질고 아주 잔인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머지 훈련병들을 다 풀어 내무반건물서부터 취사반까지 이 잡듯이 뒤져도 두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탈영을 한 것이 거의 확실하고 그러면 내무반장이 제대대신 영창 행을 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때 똥 뒷간 건물 뒤에서 누군가가 “내무반장님”하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무반장과 전 소대원이 다 달려가 보니 큰 양동이 두 개 옆에 두 식사당번의 똑바로 누워서 꼼짝도 못 하고 눈을 멀겋게 뜨고 껌벅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모든 훈련병이 저 둘은 오늘 내무반장한테 맞아 죽게 생겼구나 하고 생각할 때, 뜻밖에도 내무판장이 너희들 들어가서 모포를 20장을 갖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모포를 갖고 나오자 모포를 10장씩 포개더니 훈련병 10명을 두 사람이 마주보고 팔을 앞으로 뻗어 누워있는 훈련병 몸 밑으로 팔을 양쪽에서 넣고 깍지를 껴서 눈만 멀뚱거리는 식사당번을 다섯 매듭의 들것에 태운 것 같이 들어 올려 모포 10장을 포갠 위에 천천히 옮겨 실었습니다.

그러고 10여명이 달라붙어 모포의 여기저기를 잡고서 팽팽히 당기며 천천히 내무반으로 옮겨 그의 자리에 아주 천천히 잘 누이도록 했습니다.

일이 다 끝나자 내무반장이 내 뱉은 단 한마디가 “내일 보자!”였습니다.


이게 이런 거였습니다.

두 식사당번병이 밥을 타러 가서 거기서 취사병을 하는 고향사람을 만난 것입니다. 두 사람이 얼른 자기 목의 밥을 먹고 나서 양동이 설거지를 한다고 밖으로 나와 취사반으로 달려가서 양동에 밥과 국을 섞어 양동이 그득히 국말이 밥을 들고 와서 똥 뒷간 뒤 똥을 퍼내는 구멍이 있는 콘크리트 바닥에 퍼질러 앉아 그 많은 국밥을 둘이서 손으로 퍼 먹고는 배가 남산 만하게 부풀어 올라 꼼작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냥 쓰러져서 숨도 제대로 들이 마시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둘을 발견했을 때 훈련병 모두가 내무반장이 발로 걷어차서 그 자리에서 초죽음을 시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 순간에 그렇게 사납던 내무반장이 부처님이 되어 위와 같이 한 것이었습니다.

그게 경험입니다.

그 내무반장이 성격은 칼날 같아도 내무반장 경험이 많다 보니 그런 경우를 가끔 당하였고, 그때 그 꼼작도 못하는 사람을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면 바로 장파열이 되어서 죽게 됩니다.

이튿날 내무반장이 그 얘기를 해 주면서 어제 기분 같았으면 너희들 오늘 기합 받다 날 밤 새울 것인데 한번만 용서해 준다고 해서 끝이 났습니다.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고참은 가랑잎도 피하라는 군대격언을 그 내무반장이 몸으로 보여줬던 것입니다.

제대한지 50년이 다 되지만 그때 그 장면은 지금도 눈앞에 선하고 그 내무반장의 모습이 가끔 떠오르곤 합니다.


3.너희들이 트럭과 찦차(지프)와 등짐이 있으면 우리는 손바닥 있다.

당시는 졸병들이 먹을 쌀과 보리와 부식을 장교와 하사관들이 공공연히 빼돌릴 때였습니다. 그래서 “장군은 트럭으로, 장교는 찦차로, 하사관은 등짐”으로 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기도 했던 시절입니다.

논사훈련소 거쳐서 경북영천에 있는 육군정보학교에 입교하여 8주간 교육을 받고 배치 받은 부대가 3년 가까운 군대생활을 할 부산 동래구 반여동 장산기슭에 있는 육군병기학교 였습니다.

훈련소 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부대가 학교부대이다 보니 신병훈련을 마치고 병기병과를 받은 신병들이 병기학교에 입교하여 병기교육을 받으니 피교육생들이 항상 2~3천명이 되어 논산훈련소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필자와 같은 기간 병들이야 식사의 질이 문제이지 양은 얼마든지 먹을 수가 있지만 피교육생들의 배고픔이란 논산훈련소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기간병들이 먹고 남은 밥과 국을 버리는 짬밥통에 코를 박고 그 짬밥을 퍼먹는 피교육생들이 허다했으며 그러다 순찰하는 하사관에게 들키면 그 자리에서 초죽음을 당하지만 너무 배가 고프니 짬밥을 퍼먹는 피교육생이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매 맞는 고통보다 배고픈 고통이 더 견딜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취사반에 근무하는 취사병들은 항상 용돈이 넘쳐났습니다.

그게 요런 것이었습니다.

취사반 배식구에 피교육생이 양재기 두 개를 들이밀면 하나에는 밥을 퍼 담고 하나에는 국을 떠 담아서 배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밥을 퍼 담은 취사병이 밥그릇을 들고 그 바닥을 한 손으로 훑는 것입니다.

그래서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손바닥에 훔쳐지면 퍼 담았던 밥에다 크게 한 주걱을 더 퍼 꾹꾹 눌러 담아 주고, 빈손이면 퍼 담았던 밥을 1/3쯤 가차 없이 밀어 내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부족 한 밥 1/3쯤 밀어내는 것을 보아야 하는 피교육생의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을 것입니다.


필자는 공고출신이어서 병기병과를 받은 동창들이 여럿 됩니다.

기간병과 피교육생의 식당은 엄격하게 구분이 되어있어 군대생활을 할 때는 취사병의 손바닥 돈 벌이를 전혀 몰랐는데, 제대하고 나서 병기학교를 거쳐 간 동창들이 필자가 병기학교에서 기간병으로 근무했다는 얘기를 하면 하나 같이 취사병의 손바닥 돈 벌이를 증언했습니다.

필자가 제대병장 시절의 봉급이 350원이었으니 당시 10원이 현재의 얼마만한 금액인지는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도 있지만 정말로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졸병시절에는 내 평생에 제대란 없고, 졸병생활로 인생을 마감하는 것 같았는데 벌써 제대한 50년이 다 되어 오네요!

세월이 빠른 건지?

내가 인생을 너무 빨리 뛰어온 것인지?

IP : 119.149.xxx.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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