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지 지금도 쉬이 진정이 안되네요.
오랜 유학생활끝에 자리잡고 한국에 돌아왔어요. 아이들도 건강하게 한국생활 잘 적응해주었고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이... 아니라 부부사이에 문제가 많습니다. 안싸운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싸우고 어쩔땐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싸웁니다. 그냥 싸움이 너무 잦으니 싸움속에서 서운함이 쌓이고 쌓이는 거죠. 그러다 얼마전 남편이 술에 취해 택시에 노트북가방을
놓고 내리는 일이 생겼고 저에게 도움을 청하며 자기는 너없이 못산다, 잘 살아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싸움이 끝나나보다 했는데 택시정보를 찾느라 남편의 카드내역 확인을 했고 '럭셔리 모던 노터치 토킹바'에 다녀오신걸 알게 되었어요. 하... 그때부터는 유흥업소 다녀온 남편과 싸운 얘기의 전형이었습니다. 전 몹시 화가 났고 남편은 무릎꿇고 빌고 하지만 자기는 허튼짓은 안한다고. 그게 허튼짓이지 뭐냐 다음날도 불쑥 화를 내면 당황하며 어제 얘기끝난줄 알았다고 하지만 다시 빌고, 다음날은 자기가 한 행동에 비해 과하게 빌었다고 적반하장.
너무 인간적으로 실망해서 술을 마셨어요. 안방문 잠그고 남편에게 전화했습니다. 들어와서 작은애 보라고. 방을 엉망을 만들고 토까지 했어요. 남편이 들어와서 안방 다 치웠고 저는 화장실 문 잠그고 계속 울었습니다. 욕도 많이 했어요. 남편이 친정엄마를 호출했습니다. 딸년 진상부리니 보고 데려가라는 의미였죠. 엄마 오시는거 알고 진정이 되었고, 주무시고 아침에 보내드렸습니다. 남편과는 주말부부여서 남편도 새벽에 지방으로 내려갔죠. 남편 그뒤로 제전화를 안받았습니다. 나중에 전화차단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전화통화됐을때 첫마디, 나 분명히 니얼굴 다시는 안본다고 하고 내려왔다. 얘기끝에는 자기는 잘해보고 싶다, 서울가면 웃으며 봤으면 좋겠다, 손내밀면 손잡아주면 좋겠다고 해서 노력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올라왔는데 할얘기는 했지만 차갑게 대했습니다. 싸우기만 하면 이혼 드립, 내전화 차단, 유흥업소 출입... 도저히 단시간내 마음이 안풀리는 거예요. 그랬더니 남편이 다시 화가 났죠.
지난 토요일 술먹고 들어와서 다 부쉈습니다. 큰아들이 방에서 나오며 이렇게까지 해야겠냐고 울더라구요. 제가 안방으로 아이 데리고 들어왔구요. 마루, 화장실은 엉망으로 부숴놓고 여기저기 핏자국이었어요. 아이들이랑 방에 있으니 저 나오라고 문 부수려고 하고, 창문으로 뛰어들어와서 경찰신고도 했습니다. 안방도 여기저기 핏자국... xx년, 이제 끝이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내가 너한테 xx새끼,xx새끼 백번도 더 들었다. 내가 가만 있을줄 알았냐. 이혼서류 보낼테니 사인해라, 큰애는 니가 키우고 작은애는 내가 데려간다, xx년. 아이들 옆에 두고 제가 들은 말입니다. 큰아이 중3이예요. 저에게 나없을때 이런적 있냐, 아빠한테 맞은적 있냐, 절대 마루로 나가지 마라고 울었어요. 이혼할거냐고도 묻고 울었어요. 제가 안고 괜찮다고 그러니 이게 뭐가 괜찮냐고 밤새 울었어요. 작은애가 깨니 남편이 짐을 다 싸고 와서는 아이한테 아빠가 데리러 온다고 안고 달래주더라구요. 미친놈이예요. 큰애는 미워하고 작은애만 예뻐해요. 큰애앞에서는 엄마욕을 있는대로 하고 큰애는 니가 키우라고 큰소리 치더니 작은애 깨니까 그뒤로 조용해졌어요.
날 밝는대로 친정남동생에게 도움청하려고 했어요. 아버지도 모시고 오라고 하려고 했구요. 이혼 그까짓거 해야겠더라구요. 하도 싸우기만 하면 남편이 이혼얘기해서 직접 닥치니 겁도 안나더라구요. 그런데 한 다섯시부터 막 치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으로 들어와서는 빌기 시작합니다. 진심 미친것 같았어요. 자기는 이렇게 하려던게 아니래요. 남편이 싸우기만 하면 이혼얘기하고 자기가 짐싸서 나가려고 했었어요. 전 그걸 굉장히 싫어했었어요. 집은 여기고 싸우더라도 집안에서 싸워야지 짐싸면 안된다구요. 그런데 그날 아침에는 니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니 이짐 들고 당장 나가라고 했어요. 남편이 울면서 매달렸어요. 자기를 버리지 말래요. 그래서 난 단 한번도 이혼얘기 입밖에 낸적 없다, 니가 머릿속에 그생각밖에 없으니 이혼하자 아니면 버리지 말라 소리가 나오는 구나. 정신 차리고 얘기하자고 했는데 계속 울면서 버리지 말라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이더라구요. 쓰고 보니 더 그렇네요.
아침에 보니 치운다고 치웠어도 도저히 폭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는집에 아이들과 못 있겠어서 친정으로 가겠다고 짐을 쌌더니 자기 버리지 말라고 하루종일 울었어요. 아이들은 각자 일정이 있어 내보내고 저도 안들어오니 계속 전화, 받으면 울고. 일단 tv, 벽면 거울, 욕조 해결하면 들어가겠다 했더니 도와달라고 울고. 오후까지 친정에 못가고 애들 저녁 먹이려고 백숙하다 이집에서 저녁하고 있는 저도 진심 미친 것 같더라구요. 남편에게 도대체 내가 너와 살아야 할 이유를 한개도 못찾겠다, 나를 얼마나 무시하면 싸울때마다 집에서 나가라, 은행을 바꾼다 드립치고 친정엄마 호출까지... 내가 여태 애들엄마로서만 충실하려고 잊으려 애를 썼는데 내가 나를 학대한 것 같다, 애들 때문에도 이제 보니 말이 안된다. 친정으로 갔습니다. 엄마한테만 말씀드리고 아빠는 엄마가 안 알리는게 낫겠다고, 아빠가 술이라도 드시고 뛰어가면 어떡하냐고 하시며 엄마는 그렇게 빌면 좀 받아주라고 계속 말씀하셨어요.
일요일도 애들 일정있어 나와있는데 언제 오냐고 계속 전화. 자기 밤새 울었다며. 저도 애들 엄마들하고 나와있었는데 계속 전화, 문자 하더니 발톱이 빠져서 응급실 가야한대요. 데리고 갔다 왔는데 계속 울면서 빌어요. 전 마음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더라구요. 하루이틀사이 어떻게 되는거 아니니 정신차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조금 정신 차리더니 미안하다고, 당장 용서해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했고, 오늘 부서진 나머지 일들 처리해 놓고 내려갔습니다. 제가 전화하면 올라오겠다고 전화 꼭 달라고 울먹이면서요. 지방에는 본가가 있어서 어머니와 같이 있어요.
전 싸울때마다 남편이 짐싸는게 너무 싫었고, 싸움이 집밖을 나가면 큰일이다 생각해서 (친정오빠가 싸울때마다 잡음이 들리더니 결국 이혼했거든요.) 남편이 친정엄마 불렀을때도 당신이 한 일들중 최악이다 말했었는데 이혼은 절대 안한다는 마음이 있었나봐요. 지금은 오히려 알고 계시는게 든든한 마음도 생기네요.
생각해보면 아이앞에서 이혼얘기 한 것도, 술먹고 다 부순 것도 처음이 아니예요. 너같이 못된년하고 안산다고 하고는 큰애를 불러내 누구랑 살건지 결정하라고 한적도 있고, 한 10년전에 술먹고 부쉈던 기억이 있어요. 강도가 세진거죠. 자기도 놀라서 울고 빌고... 제정신이 아니예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일관성이 없죠? 아들만 둘인데 지애비처럼 만만한 가족한테 감정쓰레기 풀고, 미안하다 비는 찌질한 모습 닮을까봐 겁이 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아이가 제일 걱정입니다. 아무일 없다는 듯 하지만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예전에 엄마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큰싸움 났을때 무서워서 방안에서 모른척 했는데 소리 내준게 고맙다 말하고, 술을 마시면 사람이 이성을 잃는단다 정도로만 얘기하고 도닥여줬어요.
남편은 이 위기만 넘기면 정말 잘하겠다고 합니다. 제마음은... 정은 많이 떨어졌어요. 너무 많이 싸우면서 좋은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사랑한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진심으로 들리지 않아요. 이미 그전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지지리도 싸웠나 싶기도 하고요, 남편은 우리집에 자기자리가 없다, 큰아들한테 하듯 자기도 신경써달라고 계속 신호를 보냈는데 그것도 싫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신호를 보낼때는 무시하더니 이제 애들 많이 커서 저도 애들도 바빠지니 자기자리 없다며 우울해하니 저는 대접받으려 하지말고 자리도 당신이 만들어가는 거다 그랬거든요. 그래도 제가 계획보다 일찍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도 하고 받아주려는 마음도 있었는데 이사단이 나버렸어요. 이혼할게 아니라면...... 제가 오라고 전화를 한다면... 이번일을 덮는게 문제가 아니라 식어버린 제마음도 속이며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는게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