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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치하지만 한번만은 말하고 싶네요, 유치하긴 해요

말하고 싶어서요 조회수 : 2,676
작성일 : 2016-06-05 00:04:13

나이가 40이 넘어서 이런 게 기억이 남아있는지도 몰랐는데 지금도 생각나는 건 아직도 철이 덜 들었나 봐요

중요하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아서 아무에게도 말 못한 얘기인데

이 나이에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할려니 너무 유치하게 보일 것 같고 부끄럽지만

한번은 얘기하고 싶어서 여기에 씁니다 



에피소드1. 제가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낀 여자에요

어릴때 오빠와 싸우면 엄마가 그러셨죠, 왜 오빠한테 대드냐고,

그리고 남동생과 투닥거리고 있으면 누나가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왜 그러냐고 그러셨어요

아마 초등2,3학년때 같은데 들으면서도 왜 나는 항상 오빠랑 동생한테 양보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피소드2. 남동생이 초등학생때 오락실 게임에 빠져서 집에 돈을 몰래몰래 빼서 게임하러 갔어요

한번은 그 돈이 좀 컸었나봐요, 엄마가 알아차렸는데 남동생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저를 잡더군요,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해도, 나밖에 없다고, 저기 동네 철학관에 가서 도사님?께 물어보면 다 나오니까

빨리 자백하라고, 들들 볶이다가 나중에 드러났어요, 남동생이 훔쳐갔다는게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는 차라리 내가 훔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건가


에피소드3. 집 내부 담장에 누가 낙서를 했어요, 유치하게 분필로 삐뚤빼뚤

엄마가 나보고 낙서했다고 꾸중을 하는데 내가 아니라고 해도 정말 방법이 없었네요

엄청 답답했던 기억이 나요, 왜 항상 나인가???


에피소드4. 옥상에 호박인가 뭔 식물을 심었는데 한번은 그 식물들이 쏙쏙 뽑아져서 주위에 나뒹굴고 있어서

또 제가 불려가서 애써 심어놓은 건데 왜 이렇게 했냐고 하셔서 나는 아니라고 했지만 믿어주지 않으셨죠

나중에 아버지가 아셔서 너무 많아서 본인이 좀 솎아낸 거라고 하셔서 일단락 됐어요


가끔 엄마는 왜 나한테 그러셨을까? 왜 나를 못믿어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엄마가 악의가 있었던건 아니에요, 엄마는 학대하거나 불성실한 분도 아니었고 평생 고생하셨어요

그냥 전 가끔 이런 일들을 생각하면 좀 우울해지고

왜 그랬을까 하는 답도 없는 생각을 합니다.



IP : 14.40.xxx.7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6.5 12:12 AM (175.215.xxx.65)

    님한테 일단 화를 풀고 보는거예요. 감정 배설이요...

    누가 돈을 훔친다. 누가 사고를 친다. 그럼 이성적으로 누가 이랬나 생각하는게 아니라
    일단 화가 나는거예요. 감정적으로 욱 하는거죠.
    그럼 그 감정을 만만한 사람한테 먼저 풀고 보는거예요..
    그 만만한 사람이 님이었던거죠.

  • 2. ....
    '16.6.5 12:14 AM (175.215.xxx.65)

    님이 오빠와 싸운다. 님이 동생과 싸운다
    그럼 둘 사이를 화해를 시키거나 문제를 풀 생각보다
    아이들이 싸운다. 화난다. 애들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이게 먼저인거예요...

    그럼 그 감정을 님한테 왜 오빠한테 대들냐. 동생한테 양보하지 왜 이러냐 그럼서 자기 감정부터 풀고 보는거구요,

  • 3. ㅇㅇ
    '16.6.5 12:15 AM (121.168.xxx.41)

    에구 정말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지금 어머니께 말씀 드려도 기억에 없으실 거예요.

    제 언니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한 말이 평생 가슴에 남아서
    그걸 엄마한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대요.
    (언니가 저희 형제 중에 제일 공부를 못해서 항상 주눅이
    들어있었대요. 그런 와중에 아버지가 뭘 시키셨는데 언니가
    제대로 못했나봐요. 성질 급한 아버지는 멍청하게 이런 것도
    못하냐고.. 언니는 멍청하게란 말에 완전 상처를..)

    근데 엄마는 부모가 돼서 자식한테 그 정도 말도 못하냐고
    버럭 하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대신 언니를 안아줬어요
    언니, 엄마가 요즘 우리가 받는 부모교육 이런 거 받았으면
    아빠 대신 사과도 하고 언니 위로해줬을 거야,
    근데 그런 거에 대한 개념이 없으시잖아..
    또 아빠도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본인은 기억도 못하시는,
    언니를 미워해서 했던 말이 아니라는 건 알지?

    언니가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제대로 치유못해
    안타까웠어요

  • 4. 어머니에게
    '16.6.5 12:16 AM (121.88.xxx.194)

    큰불만이 없다면 그정도는 이해할수있는 일아닌가요?
    물론 섭섭했겠지만, 그런 일만곤 크게 나에게 부당한 일을 하지않으셨다면
    그냥 어머니 성격이구나, 어머니가 오해하셨구나, 등등의 에피소드로 넘어가 질것같은데요.
    그렇지가 않다면, 더 큰 어떤 부당함을 행사하셨을것 같아요. 그게 뭔지 적으셔야 본질이 보일듯..

  • 5. 고맙습니다
    '16.6.5 12:19 AM (14.40.xxx.74)

    청소년기에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가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독립하고 사회생활하면서 스스로 많이 치유했다고 생각했는데 좀 남아있어요
    다만 그때 형제들 중 내가 제일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었다는 팩트를 인정하는것이 좀 힘드네요

  • 6. 어머니에게 님
    '16.6.5 12:24 AM (14.40.xxx.74)

    맞아요, 살다보면, 자식을 기르다 보면 항상 이성적일수는 없죠
    그리고 고등교육을 시켜주셨고 남들하는 만큼 지원을 해주셨어요,그래서
    어머니에게는 말못하고 여기 적고 있는거죠
    전 그때 항상 형제들 중에서 내가 지목되고 의심받고 믿어주지 않는 것이 싫었어요
    그리고 그때 어렴풋이 가족, 형제중에서도 나름의 서열이 있고 내가 차지하는 위치가 제일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습니다

  • 7. 가운데 콤플렉스
    '16.6.5 12:27 AM (122.46.xxx.101)

    저도 5남매중 가운덴데 제일 안아픈 손가락이어서 생각해보면 서글픕니다

  • 8. 지금
    '16.6.5 12:51 AM (121.88.xxx.194) - 삭제된댓글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서 생각하고 있는데, 예전 엄마들이 아들과 딸을 너무나 다르게 자식을 키웠지요.
    현재도 많이 그럴거라고 추측합니다. 아들딸을 딱 구별해서 뭔가 잘못하면 아들은 너그럽게, 딸을 호되게...
    아들이 딸을 때리기라도 하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들은 약하게 야단치고(혹은 별로 야단안치는 엄마도 많아요), 대신 딸에게는 왜 멍청하게 맞게되었는지, 얼마나 처신이 잘못되어 맞았는지를, 어떻게 해야 다시는 안맞고 살수있는지를 가르치지요. 물론 다는 아닙니다만,, 많은 엄마가요.

    남존여비, 남자는 별로 야단안맞는 사회, 여자는 당해도 욕먹는 사회, 이나라의 현실이었죠. 엄마는 그런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배운겁니다. 딸은 욕먹어도 되는 분위기, 잘못된일은 딸이 한것, 야단맞아도 싼건 비천한 딸이지 아들이 아닌거죠.

    뭐 좋습니다. 어머니도 딸일때 그렇게 당하고 살았을 겁니다. 그러니 학습한대로 당연히 딸을 그대로 당하게
    했고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고 계실겁니다. 딸은 어머니의 그런 메세지가 무의식속에 각인되어 항상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것을 ...

    엄마,,, 가슴이 따뜻해지는 본능적인 생명의 원천이지만,,, 자식의 가슴에 남녀차별, 피해의식을 심는 근원이기도한것같아요.

    그것을 정확하게 보고 자신은 그렇게 살지않아야 할것같아요. 많은 엄마가 그렇게해주어야 딸에게도 또한 아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될것같아요.

    횡설수설해서 조금있다 지우겠습니다.

  • 9. 지금 님
    '16.6.5 12:54 AM (14.40.xxx.74)

    횡설수설 하셨다하더라도 제가 가졌던 의문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 10. 유치할리가요
    '16.6.5 1:17 AM (218.39.xxx.78)

    님을 범인으로 삼는게 가장 편하거든요
    가장 약자니까요

    자기가 감당하기 버거운 상대가 범인이라면
    모른척 어물쩡 그냥 넘어갈걸요?

    만만한 상대에게는
    그렇게도 추상같이 칼같이 추궁하며 정의를 실현하면서도
    강자에겐
    그 정의가 흐지부지
    이세상 모든 관계는 역학관계
    힘의 논리로 흘러가지
    정의의 논리로 흘러가지 않아요

    말로는
    네가 잘못해서 너를 미워하는 거야 혹은 야단치는 거야 라고 하지만
    사실은
    미워서 혹은 만만해서
    잘못한 아이로 만드는 거죠

    비겁하고 무지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자식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성찰도 없고
    그저 자기자신 하나 살기 급급해서
    그때그때 되는대로 상황을 맞아가는 거죠
    원칙도 없고
    아 어쩌면 약육강식이라는 본능적인 원칙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오빠나 남동생에겐
    별일 아닐 것이
    님에겐 꼭 반드시 야단을 맞는 일이 되는 것이죠

    뭐 자책하거나 번뇌하거나 그럴 것도 없고요
    그냥 님이 똥밟은 거예요
    그런 사람을 엄마로 둔 것이
    님의 팔자고 운명이고

    님이 가장 약자라서
    그다음 약자인 엄마에게 먹힌 거예요
    아무리 부모라도
    자기자신이 가장 약자로 다른사람들의 먹잇감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그러니
    만만한 님을 희생양으로 삼고
    늘 그런 구도로 몰아가는 거죠

    그러니
    그냥 마음에서 버리세요

    엄마에게 얘기해봐야
    엄마는 본인도 모르는 학대를 한 것이니까요
    이게 제일 엿같죠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상황
    명분없는 희생

    님 글만 봐도
    너무 순한 사람임이 보여요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먹잇감이 많이 돼요 가족간에도

    이제 앞으로는
    더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평안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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