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제보…평가원, 수사 의뢰
지난주 강의 필기한 노트 사진 돌아
“강사가 평가원에 지인 있다며 말해”
학원가 “예측 구체적, 유출 의심된다”
해당 강사 “특정 지문 말한 적 없다”
이날 치러진 국어 영역의 11·12번 문항은 중세국어 문법 영역 지문을 담고 있었고 현대국어와 중세국어를 비교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사회 관련 지문은 출제되지 않았고 기술(인공 신경망 기술), 철학(유비 논증의 원리), 과학과 예술 통합(음악의 아름다움) 지문이 나왔다. 이날 모의평가 문항이 공개되자 주요 입시업체들은 “기존 수능, 모의평가와 달리 비문학 지문이 길어 난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25~27번 문항의 (가) 지문엔 ‘가시리’와 ‘동동’을 언급해 고려속요를 설명하는 지문이 나왔고, ‘동동’이 (나)지문 ‘가시리’가 (다)지문으로 출제됐다. ‘우리가 물이 되어’ 역시 국어 36번 문항에서 ‘물과 불의 의미’를 묻는 내용으로 나왔다. ‘삼대’는 39~42번 문항, ‘최척전’은 43~45번 문항의 지문으로 각각 출제되는 등 노트 필기 내용은 대부분 문제로 나왔다.
노트 필기 내용을 담은 사진 파일은 지난주 서울 양천구의 한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돌았다. 필기한 학생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이 파일을 주변 사람에게 전송한 한 학부모는 “이 학원 강사가 학생들에게 ‘평가원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언급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주장했다. 노트 필기 내용을 본 한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특정 강사가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문제 유출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을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수험생·학부모 등으로부터 동일한 제보를 받고 진상조사를 벌이는 한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매년 6월, 9월 두 차례 모의평가에서도 실제 수능과 유사한 방식으로 출제한다. 출제진이 모처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2주간 합숙하면서 시험 문제를 내고 검토 작업을 벌인다. 시험 문제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 강사와 학원 측은 이를 부인했다. B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가원에 아는 사람도 없으며 ‘평가원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학생들에게 말한 적이 없다. 구체적으로 특정 지문이 나온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윤서·백민경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 “학원 강사가 말한 지문·유형, 모의 수능에 그대로 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