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선장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고민하고 있던 것은 나를 죽일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를 한 번밖에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선장은 그 자연 법칙을 용납하지 않기로 했다. 선장은 단 한 번, 단 한 가지 방법으로 나를 죽인다는 것을 절대로 참을 수 없었고, 그래서 이 여행을 시작한 후로 스무 번 넘게, 스무 가지가 넘는 방법으로 나를 죽였다.
나는 선장의 아들을 딱 한 번, 딱 한 가지 방법으로 죽였는데.]
[...인류의 역사는 인권 확대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인권은 분명히 확대되어 왔다. 동족 성인 시민 남성에게만 있던 것이 다른 인종에게로, 노예에게로, 여성에게로, 아이에게로 양보가 이루어졌고 동물들에게도 상당 부분 양보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인권 그 자체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자신과 같은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 마치 최고의 대우를 하겠다는 말인 양 굴지만 사실 ‘더 나은 대우’도 있다. 그 옛날 신에겐 당신의 목숨이나, 당신 아들의 목숨이나, 다른 신을 믿는 이웃의 목숨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권리가 상당히 무시된 후에도 당신 소득의 1/10을 자기 에이전트에게 줄 권리나 교과서에 완벽한 헛소리를 실으려 시도할 권리 같은 건 여전히 강경하게 주장되었다고 한다. 분명히 신권은 인권에 우선한다. 비교 대상이 생기면 인권도 가치 판단을 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