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현재의 제 모습이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지금보다 철 좀 들고, 다른 삶을 살았을텐데...
전 항상 비현실적인 것을 좆았고 부모님은 묵묵히 지켜봐주셨는데, 이번 생에 부모님께 효도하긴 다 틀린 듯합니다.
열심히 살았다고 살았는데, 마이너스 경제 상황과 희망 고문도 너무 낯선 현재에요.
나이를 먹어가니 점점 부모님의 옛날 모습이 생각납니다. 우리 엄마 옛날에 참 고왔는데...지금도 주름이 별로 없고 웃는 모습은 맑지만 전체적으로 동년배 어르신들에 비해 언뜻보면 나이 들어 보이십니다. 그 이유는 등이 좀 굽어있어요. 오래전 넘어지셨는데, 그 후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를 안받으신거죠. 왜 그런 어르신들 있잖아요. 괜찮아..이런 일로...아무렇지도 않아..
우리 집에 부자가 아니구나..느낀건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였어요.
초등학교때는, 제가 유치원을 안다녔어도, 크리스마스 선물에 아무것도 받지않아도, 같은 반 사는 동네 친구는 이층집에 살아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다른 친구 집에 갔는데 그 집에는 당시 미제 연필깎이가 있었고 전 그 집에서 그걸 처음 봤어요. 연필을 몇번 깍으니 그 집 아버지가 저에게 뭐라고 했는데, 제 심정이 어땠는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런데 그 사건은 기억이 나네요. ㅎㅎ
제가 공부를 좀 잘했는데, 선생님이 자꾸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고...어머니는 오실 수 없는데, 절 좀 애들앞에서 혼내고 그랬답니다. 그런데 속도 없는 전, 이쁨받는 친구가(부자집 이층집 사는) 여름방학때 선생님집에 생신이니 같이 가자고 해서 또 같이 갔다는...그 때 넓은 정원에 사는 선생님이 저를 보고 아주 깜짝 놀랬던건 기억나요. 조금 민망해하는 모습이었던듯.
중학교에 가니 제가 좀 부자가 아니었나봐요. 전 그 때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집은 중산층이야..1학년때 모두 눈을 뜬 상태에서 집에 있는 가전제품 나열하고 손을 드는데, 왜 우리집에는 없는게 그렇게 많은지...세탁기도 없고..또 뭐가 없었더라...없는게 많은데도 그렇게 생각했었네요. 왜냐면 옷은 관심없었지만 제가 읽고 싶은 책은 부모님이 고민하다 사주시고 그랬거든요. 나이키 신발은 없었네요. ㅎ 그런데 제가 부끄러웠던건 또 모두 눈을 뜬 상태에서 부모님의 교육정도에 손을 드는거였어요. 부모님이 많이 못배우셨는데 그 때서야 울 동네 이층집에 사는 엄마만 대학을 나온게 아니라는걸 알았어요.
저보다 많이 공부 못했던 교수딸, 의사딸, 약사딸, 지금은 신기하게 저보다 아주 많이 잘 풀렸네요. 솔직히 부럽다. 동창들아..만나지는 않지만...
전 고집이 세서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아왔고, 지금은 많이 후회합니다. 조금 더 부모님을 생각했더라면....아무리 82에서 사는 삶이 다르다 말해도, 전 생각하게 되네요.
우리 엄마 새벽같이 일어나서 어떻게 하루종일 일했을까...여름에 계곡에 놀러갔을 때 다른 멋지게 차려입은 다른 아줌마들 보면 기분이 어땠을까? 엄마도 여자이기도 했을텐데...
저의 유년의 크리스마스는 아빠를 따라서 어딘가 갔는데 그곳이 소공동 롯데백화점이었어요. 밤이었고 백화점밖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고 시내 구경한게 부모님과 어렸을 때 한 크리스마스 기억이에요.
지금 제 소원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전까지 건강하고 그 전에 제가 아프지 않는거랍니다. 그런데 신도 절 버린 것 같아 이 소원이 이뤄질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