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1년에 명절포함 10번쯤 시가에 갑니다. 명절에는 자고 오고, 평상시에는 식사만 하고 와요.
거리는.. 자차로 왕복 5시간쯤 걸립니다.
그런데... 올 봄에는 제가 몸이 무척 좋지 않아서 어버이날에 설 이후 처음으로 시댁에 갔습니다.
시가 식구들은 말이 별로 없고.. 툭 툭 뱉듯이 말하고... 오래 대화하지 않아요.
시어머니는 이제 나이들어 다른 집 자식들 보니 엄마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하는게 부러우신지
저보고 딸처럼 생각한다는둥 하는 이상한 말을 하며 저만 붙잡고 이야기 하십니다.
저야 며느리니 어머니 말을 끊고 손쉽게 도망갈 수 없는거죠. 어머니가 말을 시작하시면 남편형제들은 거실로, 마당으로 다들 도망갑니다. 아버님도 안방으로 들어가버리신다는....ㅠㅠ
오래간만에 뵈었더니 그동안 하지 못하셨던 말이 넘쳐납니다.
대화의 대부분은 돈 없다, 남 흉보기, 또 돈 없다, 넘의 집 자식들 효도하는거 부럽다, 또 돈 없다 무한 반복이에요.
대화라는건 어쨌든 말이 왔다갔다 하는거잖아요.
어머니가 90%정도 이야기 하면 저도 한 10%는 이야기를 합니다.
친정가는걸 싫어라 하시는데, 친정에 다녀왔냐고 물으시더군요. (꼭 물으십니다.)
노총각 사촌오빠가 거의 띠동갑에 가까운 어린 새언니랑 결혼해서 결혼식 가서 친정 부모님 뵈었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 이야기를 하며, 예쁘고 착해서 다들 좋아하고... 노총각 구제해줘 고맙다고 다들 농담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잘 살찌 어찌 아냐고. 나이차이 많이나면 도망간다는 둥, 살아봐야 아는데 뭘 그러냐는 둥
애라도 생기면 모를까 대부분 다 도망간다고...
헉.. 아니.. 도대체 어떤 뇌구조가 신혼부부에게 저런 악담을 할 수 있을까요?
원래 시어머니가 생각없이 이야기 하는 분이라는거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한것 같아서
더 대화 못하고 화장실 가는척 일어나 대화를 그만뒀습니다.
시어머니가 저나 저희 친정식구들한테 한 말실수가 한둘이 아니고...
남편이 그것때문에 자기 본가에 가는걸 별로 안좋아하게되었어요. 저한테 미안하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어머니 앞에서 대놓고 기분 나빠하거나 무안하게 할 수는 없고...
왜냐면 그게 뭐가 잘못인지 전혀 인식 못하시니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남편한테 이 이야기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입을 닫았네요.
민망해하는 남편 보기 싫어서요.
그나저나... 시어머니를 안볼수도 없고... 이야기를 안할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