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십대 중반 들어가는 여자이구요.
좀전에 골프연습장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려고 해요.
남편과 둘이 꽤 넓고 긴 실외연습장(드라이빙 레인지) 3층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제 앞 타석이 비어 있었는데, 어떤 이어폰을 낀 젊은 아빠가 3살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와 함께 바로 앞 타석으로 들어 왔어요. 연습하느라고 잘 못보았는데, 샷을 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아빠가 골프백을 풀어 놓고 있는 사이 아이가 쪼르르 뭐라뭐라 하며 3층 난간으로 가 서있는거에요. 아빠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으며 아이에게 주의를 두고 있지 않고 있어서 전혀 아이쪽을 쳐다보지 않았고, 전 그 순간 너무 놀라서 아이 보라며 소리 쳤죠. 꽤 높은 3층 난간이고 아이걸음으로 두발짝만 디디면 떨어질 상황이었어요.
아마 떨어졌다면 즉사했을 거라 짐작이 ㅠㅠㅠ
정말 머리가 쭈빗하더군요.
아빠는 머슥했는지 위험하다 아이에게 말하며 아이를 타석 벤치에 앉혔고, 뒤에서 연습하던 남편은 그걸 보고 아이와 아빠에게 좋은 소리로 아기야 너때문에 골프장 문 닫을뻔 했다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했구요.
아빠가 부주의한거까지는 그렇다 할 수 있는데. 앞뒤 타석에서 드라이버를 무섭게 때리고 있는 와중에 이 아빠는 아이가 타석에서 공을 굴리도록 해주면서 자상한 아빠처럼 뭐라뭐라 그 타석에서 아이가 놀게 하더라구요.
이 젊은 아빠는 그게 자상한 아이랑 놀아주는 아빠상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게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타인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
아빠는 아이의 안전따위는 별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완곡하게 아이에게 위험하다라고만 애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내내 부담감을 가지고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아이가 내 타석으로 뛰어들어올까봐 맘 조리면서 있었구요.
우리때만 하더라도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아이에게 확실하게 말하고
그 이전에 위험한 곳에는 아예 데려가지 않았는데
요즘 부모들은 그런 관념이 없는건지
저 혼란스럽더라구요.
물론 요즘 부모들 일반화 오류 아니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젊은 부모들은 이런거 지적하는거 아주 싫어하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거 같았어요.
어제는 제가 갤러리로 골프대회에 갔었는데, 선수들 티샷하는 곳에 자리 깔고 앉아서 세네살짜리 아이들 돌고래소리 하이톤 내며 노는 것도 입으로만 조용히 하라 하지 전혀 말리지 않더라구요.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경기에 지장줄까 염려가 되던지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관람도 못할 지경이었구요.
신경쓰여서 약간의 눈치를 줘도 뭐 전혀 신경쓰지 않고 기분나빠하는거 같아서
그냥 참았어요. 험한 꼴 당하기 싫으니까요.
그래도 어제건은 안전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어찌나 놀랬는지
젊은 부모님들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좀 더 오래 산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도 좀 귀기울여주시고 섭섭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