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와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런것 뿐인데...
학교나 친구 이야기를 하고있으면 엄마는 본인 할일 하느라 제 말을 듣고있지 않거나
말하는 도중에 방으로 쌩 가버리거나...
중간에 맞벌이 잠깐 하셨는데, 그 때는 하루에 한마디도 안했던 것 같고요.
저를 낳고싶지 않았는데 중절수술할 시기를 놓쳐 못했다는 말, 위에 오빠 신경쓰느라 나는 귀찮았다는 말 자주 듣고..
한 번은 고등학교때 야자 끝나고 집에 가는 도중 아파트 계단에서 성추행범을 만나서 끌고 가려는걸 몸싸움해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집에 달려가 엄마 앞에서 울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더니 "너는 유난이다" 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 때부터 날 지켜주는 사람은 없다, 엄마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살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후로 독립해서 떨어져 산 지도 15년이 지났고, 서로 사생활은 잘 모른채 살았어요.
이제 저도 서른을 훌쩍 넘기고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인생을 생각해보니
보통 아닌 할머니(엄마에겐 시어머니), 방패가 되어 주지 못하고 보증으로 돈이나 날리는 아빠 옆에서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고
왜 유독 아빠가 아닌 엄마만 미워하는가 싶고 자식으로서 못난 것같아 반성도 많이 되어서..
제가 먼저 다가가야겠다 싶어요.
이번 어버이날 선물을 보내며 용기내서 편지를 동봉해서 보냈어요. 별건아니고 짧게 엽서에다요.
쓰는 내내 얼마나 내 스스로가 오글거리던지.....
보낼까 말까 백번을 고민하다가 눈딱감고 택배 보냈는데
엄마 반응이 너무나 놀라운거예요. 카톡 프사에 제 사진을 올리고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용기내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니 '나도 좋아' 라고 하시네요.
이때까지 어떤 선물을 해도 무반응이셨는데...
저 너무 좋아서 화면캡쳐하고 계속 보고있어요... 철없이 눈물이 나서 회사 화장실에서 훌쩍훌쩍 울었네요
아직 늦지 않았겠죠
어렸을때 상처에 구애받지 말고 건강하실 때 엄마에게 잘하고 싶은데..
갑자기 다가가면 엄마도 놀랄거같은데 슬슬 다가가면 괜찮을까요
사실 아직도 엄마랑 둘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막히는데.. ㅋㅋ 언젠간 그럴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