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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와 데면데면한 님들 계신가요?

조회수 : 1,406
작성일 : 2016-05-04 17:46:00

저는 엄마와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런것 뿐인데...

학교나 친구 이야기를 하고있으면 엄마는 본인 할일 하느라 제 말을 듣고있지 않거나

말하는 도중에 방으로 쌩 가버리거나...

중간에 맞벌이 잠깐 하셨는데, 그 때는 하루에 한마디도 안했던 것 같고요.

저를 낳고싶지 않았는데 중절수술할 시기를 놓쳐 못했다는 말, 위에 오빠 신경쓰느라 나는 귀찮았다는 말 자주 듣고..

한 번은 고등학교때 야자 끝나고 집에 가는 도중 아파트 계단에서 성추행범을 만나서 끌고 가려는걸 몸싸움해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집에 달려가 엄마 앞에서 울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더니 "너는 유난이다" 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 때부터 날 지켜주는 사람은 없다, 엄마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살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후로 독립해서 떨어져 산 지도 15년이 지났고, 서로 사생활은 잘 모른채 살았어요.

이제 저도 서른을 훌쩍 넘기고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인생을 생각해보니

보통 아닌 할머니(엄마에겐 시어머니), 방패가 되어 주지 못하고 보증으로 돈이나 날리는 아빠 옆에서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고

왜 유독 아빠가 아닌 엄마만 미워하는가 싶고 자식으로서 못난 것같아 반성도 많이 되어서..

제가 먼저 다가가야겠다 싶어요.


이번 어버이날 선물을 보내며 용기내서 편지를 동봉해서 보냈어요. 별건아니고 짧게 엽서에다요.

쓰는 내내 얼마나 내 스스로가 오글거리던지.....

보낼까 말까 백번을 고민하다가 눈딱감고 택배 보냈는데

엄마 반응이 너무나 놀라운거예요. 카톡 프사에 제 사진을 올리고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용기내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니 '나도 좋아' 라고 하시네요.

이때까지 어떤 선물을 해도 무반응이셨는데...

저 너무 좋아서 화면캡쳐하고 계속 보고있어요... 철없이 눈물이 나서 회사 화장실에서 훌쩍훌쩍 울었네요


아직 늦지 않았겠죠

어렸을때 상처에 구애받지 말고 건강하실 때 엄마에게 잘하고 싶은데..

갑자기 다가가면 엄마도 놀랄거같은데 슬슬 다가가면 괜찮을까요

사실 아직도 엄마랑 둘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막히는데.. ㅋㅋ 언젠간 그럴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IP : 175.211.xxx.22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고..
    '16.5.4 6:12 PM (211.46.xxx.42)

    님은 그래도 심성이 고우네요
    형제 많은 집 그것도 위로 언니 둘에 바로 아래 남동생 중간에 섭섭이로 태어난 것부터
    자라면서도 위 아래에서 치이던 나였는데 가해자들은 영리한 거고 당하는 나는 미련하다고 치부해버린던 엄마였습니다. 여태껏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본 적 없고 사춘기시절에도 속옷이나 생리대 같은 거 사달라는 것도 어찌나 어렵던지. 사소한 것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방임 받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도 세상 떠나시고 엄마도 늙어 마음이 많이 여려지셨는데 저는 엄마가 필요할 때 관심받지 못했던 어릴 적 생각에 사로잡혀 똑같이 대하게 됩니다. 전화도 안하고 만나서 대화도 단답형...먼저 다가가고 싶지 않아요. 엄마가 그렇다고 학대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던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나이 들어서까지 가시지를 않아요. 엄마가 미운 건 아니지만 글쎼요...그냥 정이 안간다고 해야 되나...
    뭐,,저보다 덜 미련한 형제들이 챙기겠지 그런 덜 떨어진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 2. 사과
    '16.5.4 7:51 PM (58.121.xxx.239) - 삭제된댓글

    어머니도 미안해 하고 계셨을 거에요.
    표현은 안하고 계셨어도...
    잘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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