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면사무소 직원이 무슨 죄가 있어요? 노인연금 준다고 공약해서 당선되어 놓고 딴소리하는 박근혜가 문제지요."
'이번 기회에 야당 좀 찍게 해 볼까?' 하고 넌지시 말해 보지만, 평생 박가네 지지자였던 아버지는 그 말에는 답이 없다. 24시간 맞교대로 고생해서 겨우 100만 원 받는다고 연금도 못 받고 의료보험까지 내느니, 차라리 그만두겠다고 했다. 얼른 그러시라고 했다. 돈 계산 때문이 아니라, 노인네를 더 이상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진심으로 말이다.
자, 여기까지가 며칠 전에 있었던 제1절이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일본이 노령연금 때문에 망한다고 떠드는데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입니다. 오히려 노령연금 때문에 내수가 탄탄하니 일본 경제가 살아 있는 겁니다. 작년에 노령연금을 대폭 올린 것은 다름 아닌, 보수 우파인 아베 총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베가 한국인들에게는 미움을 받지만 일본에서는 인기 좋습니다."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그 말을 옮기니, 다들 오히려 의아해한다.
"아니, 여태 그걸 몰랐어?"
"정말 몰랐어, 나는. 우리네 야당과 진보세력은 왜 일본의 노령연금에 대해 널리 알리지를 않는 거지?"
말하다 보니, 어쩌면 진보 내지 야당이란 사람들도 연금의 증액이나 대상자 확대를 주장하는 일에 은근히 부담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연금의 폐해를 주장하는 '조중동'의 융단 폭격에 주눅이 들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