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 조회수 : 961
작성일 : 2016-04-04 14:09:45
그러나 제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보니 우리 엄마는 벌 받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해 주었던 자기 언니에게...
아빠 역할을 한 오빠의 부인에게...
남편의 어린 여동생에게...
늙어 힘없는 시아버지에게... 시숙들에게... 그리고 형님들에게...
딸인 저에게... 인사드리러 왔던 몇 명의 사윗감들에게...
강아지에게... 그 외 자기가 데려왔던 애완동물들에게...

제게 제일 무섭게 남아 있는 엄마의 행동은 며느리에게였어요.
오빠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다른 것보단 손주들을 몽땅 빼앗고 싶어했어요.

오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이혼과정을 엄마에게 전임했는데
우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는데도 변호사 비용을 엄청 썼어요.
변호사에게 며느리의 경제능력과 알콜중독을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들만은 빼앗아야만 한다고 전화로 힘주어 말하는 걸 몇번이나 듣고서
저는 엄마에게 '그 애들 데려와서 무엇하느냐'고 말했었어요.

저는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고 아빠는 애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요.
엄마 또한 화려하게 꾸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니 무슨 애들을 보겠느냐,
그러니 그냥 불쌍하니까 양육권은 넘겨줘라...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엄마가 웃으면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미쳤니? 내가 키우게... 일단 빼앗아는 온 후 고아원에 보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구요.
결국 양육권은 애들엄마에게로 갔는데, 위자료도 재산분할도 별로 안 해주게 됐다며 승소했다고 좋아하셨죠.

지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도 경멸했던 '아들만 보고 매달리는 이모'처럼
'땡전 한 푼 없이 며느리들에게 의지하던 할아버지'처럼
'이혼당하고 위자료 못 받고서 쫓겨나간 새언니'처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똥싸고 오줌싸니 못 키우겠다고 내다버린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살고 있어요.
친구고 아들이고 새며느리고 남편이고 다 떠난 외로운 노인네 삐쩍 마르는 게 불쌍해서 제가 받아주려 했으나
저 마저 아주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아직도 못된 행동과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안 살 수 있을까를 매일 곱씹으며 40대 중반을 살아갑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6.4.4 2:12 PM (121.150.xxx.86)

    사람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없어요.
    안보고 안듣고 사니 좋아요.

  • 2. ..
    '16.4.4 4:02 PM (114.204.xxx.212)

    와 듣던중 참 놀라운 얘기네요

  • 3. ...
    '16.4.6 7:42 PM (49.166.xxx.118)

    휴휴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4334 고등학생 비타민 추천 부탁드려요~ 3 달땡이 2016/04/04 2,107
544333 아이가 몇살쯤 되면 새엄마의 학대를 방어할 수 있을까요? 13 ... 2016/04/04 2,387
544332 생애전환기검사하신분요.. 2 건강검진 2016/04/04 1,093
544331 동판교 학원가 1 동판교 2016/04/04 1,120
544330 일본 비즈니스 호텔 2박에 항공 왕복까지 80만원이면 적당한가요.. 9 님들아~ 2016/04/04 1,460
544329 김종인이 방문한 표창원 지역 기자만 몰렸네요. 7 에고 2016/04/04 1,352
544328 혹시 서울에 제가 원하는 동네 있을까요? 11 이사 2016/04/04 2,462
544327 집에서 시간을 어째 못하겠어요 ㅠ 4 민쭌 2016/04/04 1,853
544326 웹소설은 어떻게 연재하나요? 2 문외한 2016/04/04 1,155
544325 30~50만원 사이의 결혼선물 아이템 추천부탁드려요 18 ... 2016/04/04 3,812
544324 하늘공원 요즘가면 좋은가요? 1 상암 2016/04/04 590
544323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살기 어떤가요? 8 아줌마 2016/04/04 4,284
544322 부산이사해야하는데 막막해요.ㅜ도와주세요. 3 고민 2016/04/04 1,045
544321 나이 사십에 운전 면허 땄어요 19 운전면허 2016/04/04 3,110
544320 아무렇지 않게 '그러니까 네가 왕따당하는거야'라고 말하는 직장 .. 2 .. 2016/04/04 1,506
544319 LG샷시 꼭 정품으로 해야할까요? 2 인테리어 2016/04/04 2,707
544318 안철수 “솔로몬 재판의 어머니 심정으로 문재인에 대선후보 양보”.. 56 어이없네 2016/04/04 2,287
544317 비듬땜시 검은색옷을 입을수가 없어요 4 비듬 2016/04/04 1,471
544316 복 들어오는 나만의 방법 ㅋㅋ 12 탱구리 2016/04/04 5,070
544315 90년대 같은 촌스러운 기사가 또 나왔군요 1 .. 2016/04/04 1,542
544314 뮤비하나 찾아주세요~ 1 뮤비 2016/04/04 291
544313 총선넷, 새누리 대표 김무성 포함 35인 낙선 선정 1 낙선대상자 2016/04/04 564
544312 지금 서울의 날씨 좀 알려주세요. 2 .. 2016/04/04 531
544311 조심해야할 유부남 2 holly 2016/04/04 3,965
544310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3 ........ 2016/04/04 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