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이재오의 '정의'
때아닌 '정의' 타령이다. 지난 23일 밤 새누리당의 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지 못한 유승민 의원과 이재오 의원 등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그때 '국민', '보수' 등과 함께 많이 언급한 단어가 바로 '정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의 '정의'가 영 못마땅하다. 이는 단순히 그들의 정의가 틀려서가 아니다. 사실 정의란 단어는 쉽게 정의될 수 없다. 사전을 찾아보면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무엇이 진리인지,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따라 정의는 끊임없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
그보다 내가 그들의 '정의'를 불편해 하는 것은 그 뜻이 아니라 그들의 자격 때문이다. 그들은 과연 정의를 운운할 수 있는 이들인가?
그런데 하필 새누리당 유승민, 이재오 의원 등이 이 정의를 이야기하고 나섰다. 현재 최고 권력이 자의적으로 자신들이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앗아갔기에, 약자의 언어인 정의를 들먹이며 명분을 쌓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약자 코스프레'이며 상황논리일 뿐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사회의 기득권층으로서 약자의 정의에 부합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 현재 그들이 속해 있는 새누리당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정책들을 떠올려 보라. 말로야 서민경제 우선이지만 실제로는 강자들을 위한 것들뿐이다.
물론 유승민 의원의 경우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이야기하며 주목받은 바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진정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재오 의원의 경우는 MB정부의 주축으로서 서민들을 위해 써야할 돈을 강바닥에 쏟아 부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찌 그들이 이제 와서 감히 정의를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부디 정의를 욕보이지 말기를. 혹여 그렇게 당선이 된다면 약자의 유일한 명분인 정의를 위해서 제대로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
정의야, 네가 이 땅에서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