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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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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의 학대 기억들

옛생각에... 조회수 : 4,585
작성일 : 2016-03-14 23:37:11
어릴적 일들이 생각나 글을 써봅니다.

저는 삼남매 중 둘째딸입니다. 막내는 아들이구요. 
아들을 낳기 위해 애 셋을 보신 거지요.
부모님은 맞벌이셨고 아버지는 외국 장기 출장중이셔서 친할머니가 주로 양육을 하셨는데
제가 어느새 그때의 부모님 나이가 되니(40대 초반입니다)
할머니가 양육의 스트레스를 저에게 푸신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너와 네 언니는 네 남동생에게 용돈이나 받으며 살 것이다 그러니 잘해라
-너와 네 언니가 공부를 잘해서 네 남동생 기를 죽인다
-너와 네 언니가 기가 세서 네 남동생이 손해다

이런 이야기들은 숱하게 들은 말들이고
손에 이쑤시개를 숨겨갖고는 틈틈이 저를 쿡쿡 찌르셨는데
아픔도 아픔이지만 분해서 씩씩거리고 울면 어느새 이쑤시개를 치워 버리시고는
이거 봐라, 애가 성질이 이렇게 못됐다며 가족들 앞에서 저를 야단치시고요.
그러다 어느새 이쑤시개가 이불 호청 꿰매는 두꺼운 바늘로 바뀌었어요.
바늘은 정말 아팠습니다.

때로는 저를 밥벌레라고 하시기도 했는데
어릴적엔 그 호칭의 의미를 잘 몰랐어요.
밥벌레라, 쌀알을 닮은 하얗고 꼬물거리는 벌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그 뜻을 알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어느 날엔가는, 아마도 남동생과 다툰 후였던것 같은데
네 엄마가 네 동생을 낳으려고 애를 지운걸 아느냐며
너도 딸이길래 지우려고 했는데 낳아줬으니 효도를 하라는 이야기도 하셨고요.
아이를 지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한참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
정말 어렸거든요.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할머니는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 입원하셨고
저는 전혀, 요만큼도, 정말로 요만큼도 슬프거나 안타깝지 않았고
할머니가 입원하셔서 할머니 방이 빈 것이 좋았고
부모님께 떠밀려 가끔, 아주 가끔 억지로 문병을 가서도 한마디 없이 앉아 있다 나오곤 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하자마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저의 입학때부터 졸업때까지 장장 4년을 병원에 입원해 계시느라 
제 엄마를 힘들게 하였던 것이 싫었기 때문에 아 드디어 돌아가셨네 하며 개운하게 생각했습니다.

저의 유년시절이 불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할머니와의 일들은 유년 시절의, 어떤 한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떨땐 그게 전부가 되어버립니다.
그만큼 큰 상처가 된 모양이에요.




IP : 61.77.xxx.58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맥쥬좋아
    '16.3.14 11:41 PM (211.227.xxx.142) - 삭제된댓글

    전 계부에게 언어폭력을 무지하게 당했어요 돌아가신 그 후에도 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아요 한편으론 안됐어요 그 사람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거든요

  • 2. 맥쥬좋아
    '16.3.14 11:48 PM (211.227.xxx.142) - 삭제된댓글

    어떻게하면 그 더러운 기억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너무도 잘 살다가 문득 그 기억이 떠오르면 가슴에서 울화가 치밀어요 친모에 대한 원망도 있어요ㅠㅠ 시간이 해결해줄것 같지가 않아요 어쩌면 죽을때까지 괴로워하며 주겠지요 그럴땐 술마셔요 약간의 알콜릭입니다

  • 3. ..
    '16.3.14 11:50 PM (211.215.xxx.195)

    저도 친할머니한테 언어폭력 화풀이 많이 당했어요

    결혼하면 이혼할거라는 둥 파마했더니 화냥년같다는둥
    ㅠㅠ 식탁의자로 때리려고 하질않나 ㅠㅠ

  • 4. 그녀
    '16.3.14 11:52 PM (180.229.xxx.173)

    저도 그래요.

    저는 그런 할머니 임종까지 지켰네요. 돌아가시기전 손수 목욕까지.... 참 아픈 기억입니다. 아픈 시절 약먹고 다 도려내고 싶네요. 잘 견디셨네요. 님...

  • 5.
    '16.3.14 11:57 PM (210.106.xxx.147)

    나이 서른 다 되어 다닌 직장에서 겪은 일들도 지워지지가 않아서

    불쑥불쑥 솟구쳐 올라요

    어릴 때 당한건 더하겠죠.

    우리모두 기억 지우개가 필요한지도

  • 6. ...
    '16.3.15 12:01 AM (61.102.xxx.238)

    원글님부모님이 너무했네요
    노인한테 애셋을 맡겼으니
    그할머니는 평생 쉬지도못하고 고생하신거잖아요
    그고생을 아들며느리한테 말못하고 원글님한테 화풀이한거구요
    원글님도 어린나이에 힘드셨겠지만 할머니도 고생하셨네요

  • 7. 토닥토닥
    '16.3.15 12:04 AM (119.64.xxx.55)

    아들선호사상이 옛날 노인네들을 학대자로 만들었네요.
    저런 노인네들 많았던걸로 기억해요..

  • 8. 미쳤다
    '16.3.15 12:32 AM (121.160.xxx.222)

    정말 미친 할매네요 애를 이쑤시개 바늘로 찔렀대 @.@

  • 9. 어릴적기억은안잊혀져요
    '16.3.15 1:51 AM (221.139.xxx.6)

    얼마나 독한 노인네면 친손주를
    그리 학대를 했을까요
    다 잊어버리세요~

    전근데 오십이 넘도록 벌써 몸안좋으면
    꿈에 어두운 광에 갇혀
    아무리 울어도 꺼내주질 않는꿈을
    꿔요 막울면서 깨죠..
    무의식속에서 자리잡고 있는거죠

  • 10.
    '16.3.15 3:31 AM (93.56.xxx.156) - 삭제된댓글

    작은 이모가 그랬어요. 엄마 친여동생이죠.
    미혼인 이모를 엄마가 거둬서 같이 살았는데, 아무 이유없이 수시로 저를 심하게 때리고 미워했어요.
    특히 머리를 많이 가격해서 때리거나 팔을 꼬집고 그래서, 엄마 없이 이모랑 있는 날은 공포 그 자체였죠.

    그걸 못 알아챈 친엄마도 싫었지만, 지금 제가 아이 낳고 보니 겨우 5살,6살인 애 어디 때릴 곳이 있다고 그랬는지 이모가 이해가 안가고 생각할수록 분해요.
    그래놓고 늙어서 자기 아프다고 병원에 자기 보러 왜 자주 안오냐고...제가 기억 다 하는 줄 모르나봐요.

  • 11. 가슴아프네요.
    '16.3.15 5:17 AM (209.203.xxx.110)

    바늘이라니....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릴때 많이 힘드셨던 만큼,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가득 가득 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 12. 호박냥이
    '16.3.15 7:21 AM (175.223.xxx.71)

    글을 읽으면서깜짝 놀랐어요. 친할매라는 x가 무슨 마귀할멈같아서요. 저도 친할머니한테 애정없이 길러졌지만..
    이건 좀 정도가 심한듯 해서 제가 다 억울하고 맘이 아파요.
    어린애를..것도 아들이 아니라 딸이란 이유로 친손주를
    갖다가 막말하고 것도 모자라 굵은 바늘로 손을 찌르고..
    햐..정말 제정신이 아닌 할망구같고 전 생각만 해도 무시
    무시한데 님 너무 힘들고 상처된 기억으로 자리잡았을듯..
    어케 버티셨어요ㅜㅜ 이 글을 적고 풀어내면서라도 꼭
    마음의 상처 극복해내시길 빌어요.

  • 13. 정신이상자들
    '16.3.15 7:22 AM (121.163.xxx.31)

    ..하 참~~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요..

  • 14. ..
    '16.3.15 8:27 AM (116.120.xxx.128)

    어머니한테 이야기하셨나요?
    부모님은 어찌 생각하셨을까 ..
    참..할말이 없네요..바늘로ㅜㅡㄴ

  • 15. ...
    '16.3.15 11:43 AM (175.121.xxx.16) - 삭제된댓글

    부모대신 애봐주는 할머니들 거의다 저래요.
    화풀이를 아이한테 함.
    사이나쁜 부부도 마찬가지고요.
    아동인권법 만들어야 될 것 같아요.

  • 16. ...
    '16.3.15 11:45 AM (175.121.xxx.16)

    부모대신 아이들 돌보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풀었나 보네요.....
    생각보다 어른스런 어른은 잘 없어요.
    제 주위를 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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