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힘을 빌어 답답한 제 심정을 82에 털어놓아요
이런저런 속사정을 다 쓰자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 생략하고 어제 있었던 일만 올려봐요
어제 날씨가 갑자기 무척 추웠잖아요
남편 사무실이 많이 따뜻한 것 같지도 않고
남편이 외근할 때도 많아서 걱정되어 낮에 전화했었어요
전화받는 목소리가 평소와 다른 건 알았는데
사무실이라고 했고 사람들과 늦은 점심 먹으러 왔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어요
저녁에 술을 먹고 왔는데
술 마신 날 치고 많이 안 마셨고 일찍 왔어요 (결혼 후 처음인 듯;;;;)
아이들 다 재우고 간식 사왔길래 같이 먹는데
남편 아는 형님이 제 용돈을 줬다는 거에요
물론 저도 아는 분이고 남편과 많이 가까워요
위례신도시에 분양받았던 아파트를 곧 웃돈받고 계약 예정이래요
근데 아직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그분도 형편 넉넉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뭘 저한테까지 애 보느라 힘들다고 용돈을 챙겨주시나 했는데.....................
저 원래 좀 무딘 편인데 갑자기 촉이 딱 와요
남편한테 혹시 돈 빌려준 거 있냐고 하니 맞답니다
위례에, 동탄에, 그 형님 부동산 투자하는데
이자 얼마 받기로 하고 목돈을 빌려줬더라구요
그나마도 위례 계약한다고 저희 돈 다 주는 거 아니라더군요 아.......
저희집 잘 사는 집 아니에요 현금 없어요
남편이 쓰겠다고 가져간 돈이 거의 저희집 전재산이에요
그 형님, 사람은 좋아도 여기저기 돈 나갈 데 엄청 많은 사람인데
솔직히 전 그 돈 다 회수할 때까지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할 거에요
제가 그 용돈이 어떻게 기쁜 마음으로 덥썩 받아지나요?
무엇보다 남편이 저랑 상의도 없이
그 큰 돈을 턱 빌려줬다는 거에 1차 깊은 빡침인데
이게 끝이 아닌 거죠
남편은 곧 자고 전 어린 둘째 수유하고 재우던 중
늘 남편이 곁에 꼭 끌어안고 다니던 폰을 거실에서 발견했어요
두번째 촉 발동......
남편 폰 잘 안 뒤지는데 워낙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가~끔 카톡이나 문자 몰래 봐요 이건 남편도 알고 있어요
카톡 보니, 어제 사무실 출근을 안 한 거죠
남편이 다니던 회사 그만 두고 지인들이랑 투자금 각출해서
작은 사무실을 냈어요 그래서 출퇴근이 조금은 자유로운 편인데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제가 둘째 어려 힘들고 답답하다, 우울증 생기겠다,
주말에 바람쐬러 쇼핑몰 구경이라도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 해도
잘 안 움직이고, 평일 단 하루 시간 내준 적 없는 남편인데.....
게다가 사무실 출근 안하고 그 형님 만나러 간 게 벌써 두번째....
2차, 3차 깊은 빡침이 쓰나미처럼 몰려들어요ㅠ_ㅠ
어젯밤 남편이 요새 참 힘들다고,
그걸 또 제가 알아주지 않아서 더 힘들다고 했는데
맘같아선 위로고 뭐고, 알아도 몰라주고 싶어요
아침되니 남편이랑 눈 마주치기도 싫네요;;;;;;
저랑 너무 다른 남편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저 욱할 만한 일이죠? 예민한 거 아니죠?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