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간은 혼자 살게 되어 있는 동물 3.

세네카 조회수 : 1,437
작성일 : 2016-01-10 19:30:00
뭐 좋은 제목도 아닌데 하지만 연달아 씁니다. 
어제도 쓰고 오늘도 쓰고. ;;; 3편으로 그만 쓰려고 합니다.. ;;; 새로운 제목으로 찾ㅇ 뵈; 

사두고 몇 년 동안 책장에 꽂아만 두었다가 
얼마 전 열어본 책이 있는데요. 세네카의 <인생이 왜 짧은가>. 
숲 출판사에서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시리즈로 나온 책이고, 부제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 오래 된 질문. 

여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세네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기 친구의 얘기를 합니다. 
그 친구는, 자기라는 사람과 함께 함 자체를 기뻐하는 사람이 보낸 초대가 아닌 한,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면서요. 특히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초대받은 이를 향해 보내는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의 초대면, 그 초대에는 더더욱 응하지 않았다고 씁니다. 

이 편지의 주제가 "우정"인데, 
우정이란 그를 위해 내 삶의 일부를 바칠 가치가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는 자기 생각을 보여줄 좋은 예로다 자기 친구의 경우를 거론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잠깐 멈추게 되더군요. 
식사의 호사스러움이 손님을 향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 사람들. 
세네카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그 자리에 "증인이나 구경꾼이 없다면, 그 어떤 진수성찬도 즐겁지 않을 사람들."

아 이 구절. 지금 읽으니 가슴을 치네. 몇년전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혼자 산 지가 꽤 되는데,
혼자 먹을 밥을 하는 일이 즐겁고 장보는 일도 좋고 
그릇을 꺼내 이것저것 담아 식탁에 놓는 일도 좋고... 아 좋다!! 
이런 느낌은 요즘 처음 들던 것이었고 이게 좀 이상하고 신기했었거든요. 
세네카의 저 구절이 "너에게 밥은, 초라하든 호사스럽든, 혼자서도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바로 번역되어 들려오는 것 같았다는. 

당연히 늘 그런 건 아니고
사실 거의 반반, 어떤 땐 너무 지겹고 힘들기도 한데, 
그러나 전엔 결코 느낀 적 없는... 재료 손질해 음식을 만들고, 
만들고 나서 한 끼를 잘 먹고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두고, 
썼던 그릇들은 설거지해서 올려두고.. 이런 일들이 무슨 명상이나 심지어 기도.. 처럼 느껴진달까요. 
식탁 위에 폰으로 음악이나 팟캐스트 틀어놓고 혼자서 저런 일 하고 있으면, 들끓던 마음이 서서히 고요해;지고 "저 너머"의 시공간으로 가는 것 같고... 

이상한데 그렇더군요. 내가 가장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 내가 먹을 밥하는 시간....;;;; 

밥하면서 느끼는 이런 충족감은, 
자식을 위해 혹은 다른 식구를 위해 먹일 밥을 할 때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일 것같고, 
그래서 혼자인 사람만... 알 수 있는 기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며칠 전입니다. 

This too shall pass.. 겠지요;; 
얼마나 오래 갈까 궁금한 중. 
IP : 203.229.xxx.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기 거시기 근데 말여요
    '16.1.10 7:58 PM (1.231.xxx.62)

    간혹 뉴스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독거 사내나 독거 처자가 죽은 채 부패되어 있거나 백골 상태로 발견되었다거나 불이 나서 죽었다고 간간히 보이는데 병들거나 기절했을 때 요리 하다가 가스불이 켜진채로 그냥 의식불명이라 화재가 난 걸가요? 적시에 병원에 실려가지 못해서 죽은걸까요?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한번 쯤은 남녀간에 꿍짝꿍짝 눈이 맞아 시집 장가 가서 얼싸안고 밤낮으로 뒹구는 시절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두번 다시는 네버 어게인일수도 있지만...이리 산들 저리 산들 삶이란 고달프고 피곤하니 단순무식하게 살다 홀연 때되면 가고싶어요.

  • 2. 저도
    '16.1.10 8:53 PM (27.1.xxx.126)

    혼자 요리해 먹으면서 너무 재밌고, 맛있어서.. 감동을 받곤 하지만... 또 말씀하신 것처럼 충만해 지기도 하고..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한 구석에 항상 있네요.

    최근에는 이런생각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 반칙이다.
    마치 신앙으로 착한일을 하는 것처럼...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랄까요.

  • 3. 세네카
    '16.1.10 9:13 PM (203.229.xxx.4)

    저도 님.
    "아무 이유없이 혼자 무언가를 깨달아서 하기를 건너뛰어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 으아아아, 완전. 완전 심오해요. 두고 두고 생각해봐야할 듯.

    그릇장과 조리대. 크지 않아도 이것들 제대로 있는 부엌에서 밥하면서,
    내놓는 것마다 눈 반짝이며 먹을 사람이 있으면 같이도 먹고, 없어도 혼자 좋다고 먹고..
    그럴 날이 올 것같아요.

  • 4. 그 행위들이
    '16.1.10 11:28 PM (117.111.xxx.88) - 삭제된댓글

    꼭 혼자여서 다를거란것도 오해입니다.
    기혼은 항상 밥상머리에 붙어앉아 꽁기꽁기 할거란 상상도 식상한 상상이구요.
    같이 있어도 혼자처럼, 혼자있어도 같이 있는것처럼..
    원글에 나오는 대목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는 상차림과
    행위가 자연스러워질때 행복? 한 것 같습니다.
    약간 초월한 느낌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존 행복한것 같습니다. 물론 기혼녀지만요.

  • 5. 세네카
    '16.1.11 4:47 AM (203.229.xxx.4)

    예전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몰랐던 것이라서요.
    (지금 그렇게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일 수도요)
    어쨌든 혼자가 아니던 시절엔 언제나 마음이 불안하고 쫓기는(?) 느낌.
    지금처럼 고요한 충족감을 몰랐던 것이라서, 아 그럼 이것을 "혼자인 사람의 특권"으로 봐야겠다며.. 흐으. 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9787 애가 선생님께 맞아서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3 지혜를..나.. 2016/01/18 1,100
519786 초등 5-6학년 아들들, 이시기에 변하나요? 5 888 2016/01/18 1,876
519785 남자 어디서만나요? 3 pasild.. 2016/01/18 1,991
519784 돌아버리겠네여 2 ㅡㅡㅡ 2016/01/18 978
519783 오늘 이슈가 된 글에 달린 댓글들이 참 좋네요. ... 2016/01/18 662
519782 남편감으로 자수성가 vs 부자부모둔 사람 각각 장단점이 뭘까요?.. 11 ㅈㅁ 2016/01/18 3,580
519781 무기력증 극복하고 활력, 부지런함을 되찾으신 분 비법 공유좀 20 ㅠㅠ 2016/01/18 12,058
519780 남편회사에서 연말정산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가져오라한다는데 5 연말정산 2016/01/18 2,097
519779 길거리 호떡장사는 보통 몇시까지하나요? 5 aprils.. 2016/01/18 906
519778 살다가 이혼생각 해보는거 비정상은아니죠? 18 살다가 2016/01/18 4,213
519777 중학생 아들 운동 선수 시키는것 6 리마 2016/01/18 1,354
519776 오래된 이명 치료하신 분 계신가요? 3 .. 2016/01/18 2,400
519775 진정한 인연을 만나려면 2 ㄴㄴ 2016/01/18 2,235
519774 정말 젊음이 깡패네요 49 ㅅㅅ 2016/01/18 6,002
519773 일본 유니버셜 해리포터 존 시스템 잘 아시는분 알려주세요ㅠㅠ 11 어렵다 2016/01/18 2,661
519772 2016년 1월 18일 등록된 예비후보자 1000명 돌파! 유권.. 탱자 2016/01/18 373
519771 24개월 딸아이를 어떻게 할까요? 19 ... 2016/01/18 2,867
519770 어학 공부 집에서 혼자하시는 분들요~ 5 끈기 2016/01/18 2,552
519769 예가체프 커피 맛나게 마시는방법 아시면 8 2016/01/18 2,072
519768 서강준 매력을 몰랐는데요 9 서강준 2016/01/18 4,022
519767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은 왜 애를 낳나요? 25 babe 2016/01/18 10,606
519766 엄마가 애증의 대상이기는 하죠 4 ;;;;;;.. 2016/01/18 1,605
519765 아베 "위안부 강제연행한 적 없다" 10 샬랄라 2016/01/18 616
519764 갑자기 김치부침개가 미치게 먹고 싶어요 14 ㄱㄱ 2016/01/18 2,789
519763 이 추위에 소녀상 지키는 아이들은 5 추워요 2016/01/18 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