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이런 슬픔

** 조회수 : 1,715
작성일 : 2015-11-26 13:46:35
동물이야기 싫으신 분은 지나가 주세요.

언제부터인가 사람 애들 둘 고양이 셋 엄마 애들 다섯의 엄마로 자처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고양이 애들이 둘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늦게 나갔는데 나갈 때까지 냥냥 거리고 다녔다던 아이가 

퇴근 후 제가 돌아와 보니 거실 러그 위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 있었습니다.

한 쪽 눈 반만 뜬 채 사료 두 군데 토하였고 소변 만 약간 흘리고 자는듯이 옆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경황 없이 동네 24시 병원에 전화하는데 운영 시간이 바뀌었는지 전화를 받지 않고 아이를 쓰다듬으며

망연자실 있다가 남은 애들 둘 밥을 챙겨 주고 검색해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멀쩡하지 했는데 장례식장과 통화를 하며 울컥 울컥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던 언니의 티셔츠를 덮어주고 집에 돌아온 둘째와 픽업하러온 장례식장의 차를 타고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왕복 합쳐 세시간 남짓

8시쯤 집에서 떠나 정말 한 줌의 재로 작은 도자기에 담겨 함께 집에 온 것이 11시 좀 넘어서...

그저께의 일입니다.

잠시 울적하다 그저 일상을 보냅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던 언니는 외국에 있어서 내년 6월에나 올 테니 언니 방 책꽂이에 언니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두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어 하고 출근 할 때 엄마 갔다올께 합니다.

오늘은 휴가를 내고 김장을 합니다.

파를 다듬어놓고 이 글을 씁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안합니다. 근처에 계신 양가의 어머니들

얼마 전에 오셔서 아이를 불러주시던 시어머니께도 

가끔 여행갈 때 아이들 밥과 화장실을 부탁드리던 친정 부모님께도

'연두가 갔어'라는 혼잣말로라도 입에 담으면 감정이 추스려지지 않습니다.


고양이 아이들이 나이가 많아 이제 병원비를 각오해야 겠구나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알았을까요, 병원비 한 푼도 쓰지 않고 가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도자기에 담긴 아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이제 집에 왔어 했더니

묵묵히 있던 둘째가 병원비라도 좀 쓰고 가지 혼잣말을 합니다.


그저 똥고양이, 동구협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면서도 성격이 좋았다던 내 고양이 첫째

목이 아픕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 누가 우리 고양이들 안부를 물으면 그저 답하려고요.

눈물이 흐르는데.. 이런 슬픔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먼저 가서 내가 가면 마중나온다던 말이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작은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내가 보내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라는 것도 조금 위안이 됩니다.


먼저 가서 엄마 가면 마중나와줘를 마지막 말로 아이를 보냈습니다.

그저 아이의 일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아주 오래오래 생각날겁니다.

사랑해 우리 연두, 내 첫 고양이

2002. 12. (추정) ~ 2013. 11.24
IP : 175.125.xxx.17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11.26 1:51 PM (223.62.xxx.9) - 삭제된댓글

    그마음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좋은 주인만나서 다행이었네요..
    나비가 좋은곳으로 갔길 빕니다....

  • 2. ㅠㅠ
    '15.11.26 1:55 PM (175.120.xxx.173)

    이쁜 우리 강아지 병마와 싸우느라 병원을 전전하다가 별이 되고, 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아이처럼 울음이 터져 나오곤 했었어요.

    어려우시겠지만, 많이 아프지 않고 가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위안 얻으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만이 해결해 줄거예요..
    위로드립니다.

  • 3. 위로드립니다
    '15.11.26 2:08 PM (1.215.xxx.166) - 삭제된댓글

    연두는 고양이계의 최고 행운아 최골 행복한 고양이였군요
    일찌기 구조해주신 님의 은혜알고 님과 가족들 마음 아플까봐
    아프지 않고 편히 하늘나라로 갔나봐요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 연두야

  • 4. 위로드립니다
    '15.11.26 2:08 PM (1.215.xxx.166)

    연두는 고양이계의 최고 행운아 최골 행복한 고양이였군요
    일찌기 구조해주신 님의 은혜알고 님과 가족들 마음 아플까봐
    아프지 않고 편히 하늘나라로 갔나봐요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해라 연두야

  • 5. ..
    '15.11.26 2:22 PM (115.94.xxx.99)

    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글쓴 님의 그 심정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작년 여름에 12여년간 같이 지내던 녀석을 암으로 떠나보냈어요.
    시한부 선고 후 한달여 지나면서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져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어요.
    분명 오늘 내일이 막바지일거 같은데, 무슨 미련이 그리 많은지 삶의 끈을 놓지도 못하고
    비명지르며 앓는 모습에 안락사로 떠나보내줬는데 아직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내 손으로 목숨을 끊은건가 하는 후회도 많이 되고요.
    대신 아파줄 수도, 낫게 해줄 수도 없이 지켜만 보는 것도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어요.
    귀하디 귀한 아이가 떠난건 슬픈 일이나, 한편으론 많이 아프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몰라요.
    물론 이별할 시간도 못 가진채 떠나서 황망하기 그지없으시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고생스럽게 떠나지 않았음에 조금은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제친구도 무지개다리를 건너 소풍을 가 있어요.
    연두도 큰 사랑, 좋은 추억 가득 안고 따뜻한 곳으로 소풍을 떠났을거예요.
    함께한 시간을 평생 기억해 주세요. 마음 잘 추스리시구요. 감기 조심하세요.

  • 6. **
    '15.11.26 2:34 PM (175.125.xxx.170)

    감사드려요. 안락사로 아이를 보내는 마음은 또 어떨지 저도 위로드려요. 방금 일하다가 또 우리 막내가 안보여서, 이름 부르면 나오는 앤데, 나갈 틈도 없었는데 넓지도 않은 집인데, 가슴이 두근 두근 괜히 돌아다니는 둘째 한테 호두 어딨니, 난리 치다가 15층을 걸어내려가 지하실까지 들여다보고 왔더니 이제서야 나오네요. 마음이 쪼그라드는 것 같아요. 한참 갈테지요. 사람 큰 애한테 메일을 써야할 텐데, 마음을 못잡고 있어요. 암튼 우리가 사랑하는 애들이 모두 따뜻하고 행복하기를 길에서 사는 애들도 조금은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 7. ..
    '15.11.26 2:40 PM (115.94.xxx.99)

    아 그리고, 떠난 녀석을 굉장히 잘 따르던 녀석이 하나 있는데 녀석이 떠난 후에 우울증이 심하게 오더라구요.. 몇날 며칠을 무엇을 찾는듯 마당 구석구석 낑낑대며 돌아다니더니, 어느날 부턴가 밥도 안먹고 물도 안 마시고 구석진 어두운 곳에 박혀서는 멍하니.. 밝은곳에 꺼내면 어두운 곳에 들어가고,, 들어가고,, 가족을 봐도 표정 변화가 없고 배만 연신 핥아대기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우울증증세와 똑같더라구요. 같이 지낸 애들에게도 슬픔의 무게는 굉장히 버거웠나봐요. 남은 아이들 물론 잘 돌봐 주시겠지만 한동안은 더 신경써주세요. 저희 개는 적극적인 관심과 산책으로 극복했습니다.

  • 8. 저도 암으로 강아지를 잃었는데요
    '15.11.30 3:40 PM (1.215.xxx.166) - 삭제된댓글

    안락사가 백번 잘하신겁니다
    미련도 삶의 끈도 인간의 욕심
    앎는 아이의 입장에선 고통일뿐입니다
    제가 그 미련으로 치료한답시고 아이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었어요
    다시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제 욕심(?)으로 괜히 고통스런 시간 끌지않고 꼭 마지막 순간에는 아프지말고 편히 가라고 안락사 해줄겁니다

    원글님과 ..님께 마음깊이 위로 드립니다
    유기묘/견으로, 집도 주인도 없이 불쌍한 아이 구해주셔서 연두대신 떠난 아이대신
    님의 슬픔과 사랑 더 크세 승화시켜주셔요

  • 9. 저도 암으로 강아지를 잃었는데요
    '15.11.30 3:40 PM (1.215.xxx.166)

    안락사가 백번 잘하신겁니다
    미련도 삶의 끈도 인간의 욕심
    앎는 아이의 입장에선 고통일뿐입니다
    제가 그 미련으로 치료한답시고 아이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었어요
    다시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제 욕심(?)으로 괜히 고통스런 시간 끌지않고 꼭 마지막 순간에는 아프지말고 편히 가라고 안락사 해줄겁니다

    원글님과 ..님께 마음깊이 위로 드립니다
    유기묘/견으로, 집도 주인도 없이 불쌍한 아이 구해주셔서 연두대신 떠난 아이대신
    님의 슬픔과 사랑 더 크게 승화시켜주셔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29421 문재인 “정동영 국민의당 합류, 누가 적통인지 분명해져” 4 카인 2016/02/19 1,122
529420 아이에게 영화 선택권을 넘겨주려니 걱정. 5 @@ 2016/02/19 561
529419 문화센터 등록후 입금문제 3 문제 2016/02/19 615
529418 유치원 통학버스기사가 만취한채 운행중이었나네요 1 아이쿠 2016/02/19 630
529417 택시 가까운 거리,,,싫어하시나요? 24 /// 2016/02/19 10,663
529416 자신이 테러대책회의 의장인 줄도 모른 황교안 샬랄라 2016/02/19 411
529415 [기미독립선언서/병신(2016)독립 포기선언서] 꺾은붓 2016/02/19 829
529414 대학교 매점 직원은 교직원인가요? 5 .. 2016/02/19 1,595
529413 아래 십자가쓴사람이예요 15 의미 2016/02/19 3,115
529412 스카이프로 수업해보신분 조언 좀. 부탁두려요 요미 2016/02/19 445
529411 조혜련네 아들 변기요 23 oo 2016/02/19 18,363
529410 닥터우즈 쉬어버터 들어간 게 더 낫나요? 1 사용해보신 .. 2016/02/19 551
529409 뉴스타파 - 사드 배치...한반도에 먹구름이 몰려온다(2016.. 병신년 너나.. 2016/02/19 627
529408 남친이 저보고 21 의미 2016/02/19 7,659
529407 열무김치가 물렀어요ㅠ 1 마법소년 2016/02/19 1,236
529406 영화 연인에 ..제인마치 ..키 몸무게 몇쯤 될까요 ? 3 aodw 2016/02/19 3,651
529405 40대인데 치즈에 빠졌어요 6 40대 2016/02/19 2,406
529404 클래식음악 좋아하시는분께 여쭤보아요 5 ㅇㅇ 2016/02/19 1,180
529403 췌장암 수술.. 어디서 해야할까요. 9 세이 2016/02/19 5,148
529402 혼수하는데 고견 좀 부탁드려요~ 14 예신 2016/02/19 3,077
529401 못 잊겠어요... 1 나파스 2016/02/19 889
529400 집안일 잘하는 남자 왜 칭찬해야 하는지 23 ㅇㅇ 2016/02/19 4,201
529399 티비소설연기자 질문 2016/02/19 542
529398 옥소 드라잉매트 쓰시는분~ 3 궁금 2016/02/19 1,528
529397 층간소음 어떻게 해야 말을 듣나요 10 ... 2016/02/19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