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희 학교는 28대 대통령의 성지와 같은 곳으로 윌슨교 신자들이 가득한 곳이랍니다!”
하지만 윌슨의 공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과실에 관한 논의가 지난 9월 학생들이 붙인 여러 장의 격문들과 함께 갑자기 점화됐습니다. 바로 윌슨이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고,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도 인종차별 성향을 거리낌없이 드러냈으며 흑인을 대놓고 차별하는 정책을 앞장서 실행에 옮겼다는 점입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교정 곳곳에 포스터를 붙인 단체는 이제 생겨난 지 1년 된 흑인정의연맹(Black Justice League)이라는 단체입니다. 포스터에는 우드로 윌슨의 인종차별 사고가 그대로 묻어나는 인용구가 함께 실렸는데, 윌슨은 흑인 단체 지도자에게 “인종에 따른 분리(segregation, 인종차별의 의미)는 누군가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당신네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니, 오히려 당신들이 먼저 지키고 따라야 할 것”이라고 한 말도 포함됐습니다.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을 바라보는 동료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흑인정의연맹의 문제제기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학교의 간판과도 같은 윌슨의 이름 자체를 지워버리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웹사이트 Change.org에서는 학생들의 주장에 대한 반대 청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흑인정의연맹의 요구가 과거의 인물을 현재의 도덕적 잣대로 판단해 재단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지 모른다고 지적하며 윌슨의 유산 가운데 유익한 것들마저 지워질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흑인정의연맹 소속 2학년 학생이자 카메룬에서 태어나 워싱턴 근처에서 자란 윌글로리 탄종(Wilglory Tanjong)은 이런 우려에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우드로 윌슨의 모든 유산을 철폐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캠퍼스와 학교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드로 윌슨이란 인물을 지금처럼 우상화하고 거의 신격화하는 건 우리 학교의 역사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배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드로 윌슨은 세계 1차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고, 전쟁이 끝난 뒤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창설을 주도했던 인물로 잘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윌슨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이후 재건 시대(Reconstruction)를 지나며 흑인들이 점진적으로 쟁취해냈던 권리를 다시 빼앗고, 연방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 흑인들을 잇따라 해고했으며, 일반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흑백 분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등 인종차별 성향을 전혀 숨기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남부 출신으로 인종차별적 사고를 굳건히 유지했던 윌슨은 “위대한 쿠 클룩스 클랜(a great Ku Klux Klan)”이란 글에서는 “무식한 검둥이들(ignorant Negroes)의 표 덕분에 계속해서 미국 정부가 짊어져야 할 견딜 수 없는 짐”으로부터의 해방에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가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또한, 윌슨이 총장으로 있는 동안 프린스턴은 단 한 명의 흑인 학생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버드와 예일은 이미 수십 년 전에 흑인 학생의 입학을 허가했지만, 윌슨은 당시 이렇게 썼습니다. “학교의 성향과 전통 덕분에 아직까지 흑인은 아무도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흑인 학생의 입학을 허락합니다.
오늘날 프린스턴에서도 흑인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소외를 느낀다고 토로합니다. 미국 최고의 명문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 실력은 부족한데) 피부색 덕분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을 종종 느낀다는 겁니다. 교수진 가운데 흑인은 2%에 불과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학생들 가운데 흑인 비율은 8%입니다.
관련 영문기사:
When Woodrow Wilson Segregated the Federal Workforcehttp://www.govexec.com/federal-news/fedblog/2015/11/when-woodrow-wilson-seg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