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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태어나면서부터 덤인 인생 사시는 분 계셔요?

덤덤 조회수 : 2,345
작성일 : 2015-10-28 00:20:07

저녁에 아빠로부터 충격적인 얘기 듣고 하소연합니다.

저 어릴 때부터 몸이 유난히 약했어요. 아마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계속 병치레 했던 것 같아요. 초등 3학년까지 엄마 등에 업혀 병원 다녔으니 할 말 다 했죠. 지금도 매일 골골해요. 그래도 열심히 살아서 결혼도 하고 취직도 했어요. 하나뿐인 오빠는 외국에 있고 제가 늙고 아픈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돌봐드리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항상 죄송했어요. 다른 집 자식들처럼 튼튼하고 야무지지 못해서 부모님을 힘들게 한다고 항상 죄책감을 갖고 살았어요. 성인이 된 지금도 부모님께 진 빚을 갚는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고 돈도 모으고 그랬어요.

그런데 오늘 저녁 아빠가 약주를 좀 하시더니 이런 얘기를 하시네요.

“너도 다 자랐으니 하는 얘긴데 너 엄마가 너 임신했을 때 약을 참 많이 먹었다. 없는 살림에 둘째까지 키울 여력이 없어서 널 지우려고.”

그 얘길 듣고 멘붕이 오더군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지금까지 난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회의감이 들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을 너무 많이 고생시킨 죄책감 때문에 남편도, 아이도 둘째 순위에 놓고 오롯이 부모님께만 잘해드리려고 노력해왔는데...

몸이 너무 힘들 땐 왜 나를 낳으셨는지 부모님을 원망도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결국 내가 아프고 내 몸에 장애가 있는 건 부모님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었어요.

차라리 그때 약을 더 먹고 태어나게 만들지 말던지, 그렇게 낳고 키웠으면 지금 와서 그런 얘길 하시지 말던지. 저의 아빤 왜 그런 얘길 하셨을까요?

이젠 다 늙고 힘도 없는 엄마아빠 원망할 마음은 없어요.

그냥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참 허망하게 느껴져요.

내 잘못이 아니었는데 왜 난 항상 죄책감을 갖고 기를 못 펴고 살았는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으니 제 인생은 그냥 덤인거겠죠?

아빠가 한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툭 털어버리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 마음이 허망합니다.

IP : 119.50.xxx.16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5.10.28 12:31 AM (118.32.xxx.208)

    힘든시간을 보내셨군요............. 이제부터라도 님을 항상 1순위에 두고 사세요.

  • 2.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15.10.28 12:55 AM (180.224.xxx.86)

    아버님도 죄책감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셨을 거예요. 님이 항상 두분께 잘 하려는 모습 볼 때마다 맘 속에 무거운 짐을 가지고 사시지 않았을까요? 이제 내려놓고 싶으셔서, 돌아가실 날이 가까워 오니까요... 잘 하신 건 아니지만..

    님의 인생이 덤인 건 아니예요. 그렇게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마시구요. 충격은 엄청 받으셨겠지만..

    님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인생을 살았고 정말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글에서 진심이 느껴지고, 그런 태도를 갖고 사신 분의 인생은 매 순간이 아롱아롱 예쁜 열매같이 좋은 결실을 맺으셨을 꺼예요. 옆에 있는 사람한테 최선을 다하는 분 같으니 남편도 아이도 부모님도 님덕에 행복한 분입니다.

    남에게 받지 못해도 줄 수 있는 거 손해보고 안 보고를 떠나 나중에 뒤돌아보면 가장 잘 한 일이여요.

  • 3. 생인손
    '15.10.28 1:02 AM (218.144.xxx.116) - 삭제된댓글

    저도 아버지에게 막말듣고 자랐어요
    아들낳으려고 했다
    피부가 왜 시커멓냐
    잡초처럼 커라
    그런 말 매일 듣는 저,50 다가와도 아프고
    아버지에게 마음 열리지 않아요

  • 4. ..
    '15.10.28 1:14 AM (121.134.xxx.91)

    부모님들이 그당시 힘들어서 잠시나마 정상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님이 그렇게 아플줄 모르고요..그동안 말은 못하셨지만 마음속으로는 미안하면서도 뭔가 답답하셨을 것 같네요. 끝까지 말하지 않으셨다면 좋았을텐데..이제는 해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은데 님이 이렇게 충격을 받는줄 알았다면 안하신것이 나았을 텐데요..
    그러나 오히려 지금까지 말안하고 있어서 그리고 님이 부모님 생각하면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사셨으니 더 넓게 보면 잘된 것일수도 있어요. 절대로 허망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부모님도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마음이 덜 속상할 것 같아요.

  • 5. .....
    '15.10.28 1:41 AM (222.100.xxx.166)

    저 어릴때 언니가 아빠가 너 낳고 너무 속상해서 술먹고 안들어왔데 라고 해서 생일때마다 슬펐어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언니도 너무나 잔인하게 늘 저에게 상처를 주었죠. 자기도 딸이면서..
    근데 다 크고 나니까 엄마도 저에게 그 말을 하시네요. 다들 똑같아요.
    다들... 전 사랑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 이제 더는 상처도 받지 않아요. 그냥 다들 싫을 뿐이예요.

  • 6. ///
    '15.10.28 2:07 AM (14.46.xxx.164) - 삭제된댓글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살리고를 정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사람이라면 님 말이 맞겠습니다만
    부모는 부모고 님은 님이고
    부모가 님을 어떻게 생각하든 한 인간으로서 님은 존귀한 사람이고
    잘 태어나셨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친할머니가 아들딸 다 있는데 들어선 아버지를 낙태하려고 별짓을 다했었고
    그래도 태어나셨는데 덕분에 제가 태어나서 전 아버지께 감사하고 있어요.
    헬조선이다 뭐다 해도 전 그래도 지금 사는게 마음에 들거든요.
    아버지가 안태어났음 저도 우리 딸도 세상에 없을건데
    제가 아무리 뭐 공익에 기여하는 바도 별로 없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세상에 없는게 있는거보다 더 나은 정도로까지 세상에 쓸모가 없이 피해만 끼치진 않은 것 같네요....
    님도 부모님이 임신당시에 어떻게 생각했든간에 사람인 그 자체로 귀한 분이세요.

  • 7. ...
    '15.10.28 5:03 AM (223.62.xxx.43) - 삭제된댓글

    그래도 초등학교3학년까지 업혀서 병원다녔으면
    많이 돌봐주신거 아닌가요?
    그냥 나온말 같은데 큰의미 두지마세요

    전 초등학교2학년때 전학갔는데
    어딘지 모르는 학교를 데려다주기 싫다고
    몇학년 몇반으로 혼자가라길래
    혼자 전학한 학교로 등교했어요
    담임도 없는 교실 들어가니
    반 아이들이 수근대며
    이상하게 보던 시선이 아직도 기억나요

    저보다 나이많은 자기아들은
    저보다 며칠전에 전학시키고
    첫등교때 손잡고 데려가
    담임인사까지 하고와놓고는 저는 혼자가라고..

    하루는 고열에 들떠서
    수업시간내내 비몽사몽 몸가누기도 힘들었는데
    어지러움을 참아가며 수업마치고
    30분거리를 1시간 넘게 하교하고 왔더니
    마침 잘왔다고 일시키고 외출해서
    병원도 못갔어요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일 안해놨다고 혼났구요

  • 8. 제 얘기...
    '15.10.28 5:15 AM (211.186.xxx.222)

    종손 가난한집 셋째딸,
    엄마는 딸둘만 낳고 그만낳으려는데
    절대로 아들 낳아야 한다고 해서
    낳아보니 또 딸, 그래서 엎어놨대요
    그러고 엄마는 화장실가서 죽으려고 했다고
    그런데
    할머니가 다시 돌려놔서 살았대는 얘기를
    제가 6학년 겨울방학때
    할머니와 엄마, 저 이렇게 셋만 있을때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죠,..

    안그래도 길거리 돌멩이 마냥 살았기에
    그말듣고도 눈물이 나올까봐만 걱정했네요
    우는 모습 보이기 싫어서

    지금은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요
    그 상황이면 누군들 안그랬을까 싶고

    이때까지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내가 너 살려줬으니
    나 미워하지 말라고 그런말을 하셨는지
    참...

    그래도 엄마가 아무도 모르게
    돌날 사진은 찍어줬어요
    사진관 가서

    부모 자식 관계도
    그런것 같아요

    학교때 우연히 한반이 되고 짝이 되는 것처럼
    그냥 그런 인연,
    부모는 무슨죄고
    자식은 무슨죄겠어요

    그냥 한솥밥먹은 정으로
    사는 거죠.

    그리고
    올초에 그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그간쌓은 미운정 고운정이
    사무치네요...

  • 9. ..
    '15.10.28 9:02 AM (121.165.xxx.163)

    님의 글에 눈물에 맺히네요.
    첫 댓글처럼 이제는 부모님도 자식도 남편도 아닌 님을 1순위로 놓고 생활하세요.
    그런데 어머니가 약을 먹었다는 이유로 님이 몸이 약했다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요.
    무슨 장애면 몰라도...
    저도 큰 애때 낳을 생각이 없어 사후 임신약을 먹었어요.
    임신 10개월 내내 얼마나 불안했는지요.
    지금은 건강한 청년입니다.
    그런데 눈이 좀 많이 나빠요. 안경알이 두껍죠.
    엄마 입장에서는 그런것도 엄마 탓인것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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