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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검정 논쟁

길벗1 조회수 : 562
작성일 : 2015-10-16 13:29:17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결정되자, 진보진영(좌파)과 새민련은 즉각 반발하면서 새민련은 장외투쟁도 불사하고 있고 모처럼 광화문에 촛불집회도 등장하고 있네요.

저는 기본적으로 국정화에 반대 하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현재의 검정 교과서도 문제가 심각해 그 개선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검정 역사 교과서 상황을 보자면, 국정 교과서의 검토도 필요하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부정도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박근혜 정부가 하긴 했지만, 사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과 배경에는 검정 역사 교과서의 문제와 좌편향 역사학계(진보진영)의 독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이번 논쟁에서 간과되는 것

양측이 심각하게 역사 교과서 검정/국정 논쟁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정작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검정이나 국정 교과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나라 중고교생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역사 교과서는 사실에 입각한 서술은 기본이고 국수적인 우리나라 중심의 편협한 시각에서 탈피하여 세계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단순한 역사 중심이 아니라 경제, 문화, 사회, 국제관계를 아우르는 총체적 역사 교육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가능한 다양한 시각의 역사관을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하여야 하고, 지면관계상 미약하다면 부교재를 통해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논쟁은 역사 교육의 목적은 뒷전이고 검정이 옳으니, 국정이 옳으니만 다투고 있죠. 역사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교과서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를 차분히 따지는 것이 아니라 보수측은 검정 교과서는 모두 좌편향되었다고 하고, 진보측은 국정 교과서는 획일적 역사관만 주입시키는 것이라고 서로 상대를 악으로만 매도하기에 급급하고 있죠.


2. 검정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역사관을 제공했는가

자칭 진보진영에서 국정을 반대하고 검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정은 획일된 역사관을 주입시키고 검정은 다양한 시각의 역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진보진영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맞는 주장일까요?

진보진영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역사학계가 한 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시각의 역사 교과서가 자유롭게 출판되고, 학교나 학생들의 선택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를 못하죠. 역사학계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삐뚤어진 민중사관에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농후한(제가 보기에는 국수적인) 좌편향적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와 다른 시각의 역사학자들은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죠. 현재 출판되어 있는 8종의 검정 역사과과서 집필진을 살펴보아도 38명 중 31명이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라는 것이 이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8종 중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집필된 단 하나의 교과서인 교학사 역사 교과사에 대해 보여주었던 진보진영의 모습은 자신들이 교과서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준 것이죠. 역사 교과서의 다양성을 주장하고 그것이 검정 교과서의 장점으로 치켜세우지만 정작 다양한 역사교과서의 출판을 방해하는 짓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검정 교과서의 선택(채택)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의사가 반영되기 보다는 역사 교사의 의중이 결정적이고, 여기에다 출판사의 로비도 무시하지 못하죠. 역사학계가 전반적으로 좌편향되어 있고, 전교조의 위세가 강력한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학부모나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을까요? 교사의 선택과 출판사의 로비가 검정 교과서를 채택하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이게 교과서의 다양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양성을 이유로 도입된 검정 교과서 전환이 오히려 과거보다 다양성이 사라지고 한 쪽으로 경도된 획일적 역사 교과서만 유통되는 기형적 시장으로 변해 버렸지요.


문제는 더 근원적인 곳에 있습니다. 설령 역사학계가 편협화 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시각의 역사학자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도 교과서 선택에 있어 학부모나 학생들의 의사를 절대적으로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학생들은 검정 교과서 체제에서 다양한 시각의 역사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요?

좌편향 교과서가 되었든,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서술한 교과서가 되었든, 학생들은 어차피 채택된 하나의 교과서만으로 교육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다양한 검정 역사 교과서가 쏟아져 나와도 학생들은 하나의 교과서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 교육의 다양성은 학교 현장에서는 공허한 소리에 불과하게 되죠. 즉, 다양한 검정 교과서가 출판 되고 선택할 폭이 넓다고 하는 것이 다양한 역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검정 역사 교과서는 한 쪽 시각의 역사관만을 배울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만약 국정 교과서가 다양한 집필진이 참여하여 각각의 시각을 반영한 교과서로 만들어진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검정 교과서보다 더 다양한 시각의 역사를 배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국정 교과서에 우려되는 것이 없지 않습니다. 정부 주도로 교과서가 만들어지다 보니 당대 정권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는 경향을 보이고 정권 교체에 따라 교과서 내용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것도 일리가 있지요. 가능한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게 독립된 기관에서 주관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한다면 이런 우려도 완전히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불식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국정교과서는 역사적 사실만 fact 중심으로 단순 서술하고 가능한 가치판단을 배제하여 출판하는 대신, 좌우의 역사학자들이 자기들의 시선으로 집필한 부교재를 출판하여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3. 국정교과서 도입은 진보진영의 자업자득

우리 솔직하게 말해 봅시다.

지금 학교에서 채택해 쓰고 있는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지 않다고 보십니까? 교학사 교과서는 현재 1개 학교만 채택하고 있고 나머지 학교는 전부 금성출판서 등의 좌편향이 보이는 7종의 교과서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학교에서 역사 교육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왜 우리나라 역사 교육이 이렇게 한쪽 시각만 주입하는 전체주의적 현장으로 변한 것일까요? 이렇게 된 이유는 지난 교학사 교과서 사태가 잘 설명해 주고 있죠. 저는 교학사 교과서가 완전히 중립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쓰여졌다거나 사실관계에 있어 오류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기존의 7종 교과서도 마찬가지이고 이를 개선시키도록 7종과 교학사, 그리고 교육부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자칭 진보진영과 7종 교과서의 대부분의 집필진은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출판을 비난하면서 학교에서의 채택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언론을 통해 선전선동을 했습니까? 다양성을 강조하고 그것을 검정 교과서 전환의 이유로 삼은 사람들이 정작 다른 시각의 교과서가 출판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도 유치하기 이를 데 없었죠. 교학사 교과서가 출판되어 나오기도 전에, 교학사 교과서에는 친일적 내용과 독재를 미화한다는 거짓말로 국민들을 기만했습니다. 명성황후를 민비로 표기한 것을 친일적이라 비난하고 7종에서도 김구의 독립운동을 테러로 표현했음에도 교학사에서 그런 표현(테러)을 쓴 것만 문제 삼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죠. 사실 이들이 교학사의 내용 중의 ‘민비’나 ‘테러’를 문제 삼은 것은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을 긍정적 시각으로 서술한 것에 대해 비난하고 이런 교과서의 출판을 저지하려고 단지 핑계를 삼으려는데 불과합니다.

교학사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관계를 제대로 서술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겠지만, 몇몇의 표현을 트집 잡아 출판을 저지하고 학교의 채택을 방해하는 것은 스스로 검정 교과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지요.

정부나 보수진영에 국정 교과서로의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좌편향 역사학계와 진보진영입니다.


저는 무조건 국정교과서가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 검정 역사 교과서 체제에 문제가 없는지, 그리고 검정 교과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그것을 개선하는데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면 국정교과서로의 방향 전환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번 국/검정 논쟁이 촉발된 근본적인 이유와 책임에서 과연 진보진영이 자유로운지에 대해 진보진영이나 역사학계도 냉정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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