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의 소리없는 배려..

루비사랑 조회수 : 2,798
작성일 : 2015-10-16 08:34:46
이제 갓 두돌된 사내아이 키우는 마흔셋의 워킹맘입니다..
거울에 비춰진 푸석해진 피부, 지친 내 몸과 맘 조차도 남일처럼 느껴질만큼 정신없는 일상의 연속이네요...
결혼 십년만에 얻은 아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지만 힘들고 고달프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일텐데 늘 남편은 조용조용 챙겨주고 오늘도 고생했다, 고맙다, 잘했다는 말들로 위로를 해줍니다.

찬찬하고 세심하고 지극한 남편..
저녁 여덟시쯤 부랴부랴 퇴근해서 엄마자석인 아들녀석 저녁식사 먹이면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저에게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고는 고구마를 까서 옆에 놓아줍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치우지말고 그냥두고 잠시라도 쇼파에 누워 쉬라고 하네요 남편도 두시간 가까이 긴 퇴근길에 지치고 힘들텐데요.. 엄마랑 함께하는 시간이 저녁뿐임을 아는 아들 눈은 그저 엄마에게 박혀있는 cctv 같은데 어케든 이런 녀석과 놀아볼라고 유치찬란한 몸개그를 해대는 남편이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아들차지를 했더니 그때부터 남편은 바쁘게 움직입니다. 쓰레기버리고 냉장고 지저분한 것들 정리하고 산더미같은 설겆이를 하고 난후 부엌을 싹 치워놓네요...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림카드 놀이를 하고 있는데 영양제와 물을 내밉니다. 그리고는 "해어 트리트먼트 주문했어", "아기 보습크림은 다른걸로 바꿔보면 어떨까? 밤에 주문해놓을게" 그럽니다... 아홉시 삼십부ㄴ 쯤 더 놀고싶어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들을 안고 재우러 들어가서 자장가를 불러주니 남편은 난장판된 거실을 하나하나 치우고 정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아침에 다섯시 반쯤 일어나서는 제가 아이랑 잘때 피트니스 다녀왔다고... 저는 못가는데 본인만 운동하고 와서 미안하다고 해서 피식 웃으며 부럽네~~ 그랬었네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남편 카톡이 오네요 "자기야, 다음주에 서독일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있대.. 자기가 음악회 가본지가 일년이 넘었네.. 그동안 많이 지치고 고단했을텐데 좋아하는 공연 보고 맘의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어 00이는 내가 보면 되니까 걱정말고..."

에너지도 체력도 안되어 늘 쩔쩔매며 사는 와이프가 안쓰러운지 늘 소리없이 세심한 배려와 외조하는 남편이 오늘따라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와락 눈물이 납니다..
평범하지만 항상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남편 덕뷴에 깜이 안되는 부족한 제가 삶을 유지하고 사나 봅니다. 남편도 저도 말없고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라 지금까지 제대로 칭찬한번 못해줬는데 오늘은 꼭 안아주고 고맙다 얘기해보렵니다...
IP : 39.7.xxx.25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10.16 8:44 AM (125.181.xxx.195)

    감동의 눈물나는 글..이쁜 사랑하세요~~

  • 2.
    '15.10.16 8:52 AM (1.228.xxx.48)

    정말 센스만점 남편이네요
    말도 이쁘게하시고
    제 남편도 잘하는데 님 남편은 탑입니다

  • 3. 루비사랑
    '15.10.16 9:15 AM (210.90.xxx.75)

    ^^, ㅎ 님 말씀 감사하여요~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야 진심으로 남편의 사랑이 고맙고 감사하네요.
    예전에는 남편의 잔잔함과 세심함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 철없던 시절도 있었네요~

  • 4. wisdomgirl
    '15.10.16 9:52 AM (219.254.xxx.178)

    세상에 ..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었나봐요 ^^

  • 5. 친정아부지
    '15.10.16 9:55 AM (223.33.xxx.88)

    제 친정아부지 같은 남편이네요
    평온하고 좋은분입니다
    압니다
    박력모자라지요
    근데 그에 반해 박럭넘치는 남자랑 결혼한 저 힘들어요

  • 6. 루비사랑
    '15.10.16 10:09 AM (210.90.xxx.75)

    wisdomgirl님, 친정아부지님 댓글 감사하여요~

    남편이 잘난 것도, 제가 잘하는 것은 더더욱 없지만
    나이가 들면 화려하고 돋보이는 옷보다는 편안하게 내몸에 잘 맞는 옷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내 남편이 멋진 남자는 아니지만 나에게 맞는 남자라는 걸 알게된 후 느끼는 감사함이랄까요...

  • 7. ...
    '15.10.16 10:40 AM (223.62.xxx.50)

    어머, 전 이런게 진짜 멋진거라고 봐요.

  • 8. 진짜 멋진 남자
    '15.10.16 10:44 AM (180.230.xxx.90)

    맞아요. 배려하고 따뜻한 남자가 멋진 남자죠.

  • 9. 루비사랑
    '15.10.16 11:08 AM (210.90.xxx.75)

    점세개님, 진짜 멋진 남자님 말씀 처럼
    남편에게 한번쯤은 "자기 참 멋진 남자야" 이렇게 엄지척 해줘야겠다 싶게
    요즘은 남편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4539 안녕하세요? 동생이 공부할 만한 의자 추천 좀 해주세요. 49 여대생 2015/11/30 642
504538 미동부 패키지 여행시 선택관광 문의합니다. 48 선택 2015/11/30 2,699
504537 한상균 위원장 조계사에서 나가달라는 신도들...사진상으로 보니 .. 14 ㅉㅉ 2015/11/30 2,966
504536 부산에서 돼지갈비 유명한곳이 어디인가요..부산분들! 6 Rrrr 2015/11/30 1,623
504535 제잘못으로 헤어진 여친에게 9 ㅇㅇㅇㅇㅇ 2015/11/30 3,903
504534 아파트 이사왔는데 층간소음 생활소음 짱이네요 10 뭥미 2015/11/30 4,217
504533 집 매매할 때 담에 어디 살지 정하고 파시나요? 9 ㅇㅇ 2015/11/30 1,876
504532 성당, 교회 나가시는 분들 상담 좀... 6 well 2015/11/30 1,061
504531 오늘 주식 왜그래요? 5 ;;; 2015/11/30 2,875
504530 결혼식장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 식사냐 교통이냐 11 111 2015/11/30 1,698
504529 수입 적고 적성에 맞는 일 vs 수입 보통 그냥 그런 일 5 ... 2015/11/30 1,042
504528 2년제 유교과졸업하고 유치원원장되는게 이렇게도 ㅠㅠ 3 지니휴니 2015/11/30 976
504527 해외 여행가기전 꽃보다할배 시리즈 보고 가는게 나을까요? 12 .. 2015/11/30 2,265
504526 겨울에 노부모님 모시고 갈 해외여행지 추천해주세요. 3 ... 2015/11/30 1,816
504525 언더씽크 정수기 꼭지에서 물이 한 방울씩 새요. 1 ..... 2015/11/30 707
504524 외로움 잘타고 예민한 남아아이 키워보신 선배 직장맘의 조언을 구.. 5 육아직업둘다.. 2015/11/30 1,272
504523 쿠첸 전기 렌지 고장 잦은가요? 5 전기렌지 2015/11/30 5,597
504522 강아지 귀겉부분 빨개져있슴 17 긁어부스럼 2015/11/30 1,984
504521 응팔 라미란같은 옆집 엄마 있음 완전 좋을 것 같아요~ 11 ㅎㅎ 2015/11/30 5,398
504520 버버리코트 어깨 넓히는 수선 어디가 잘할까요 2 버버리코트 2015/11/30 1,038
504519 은행원하고 뱅커하고 다른 건가요? 49 더블컵 2015/11/30 9,758
504518 초4 땀냄새가 나기 시작? 1 . 2015/11/30 989
504517 누나들 잘 베풀어지던가요? 18 불량누나 2015/11/30 2,810
504516 응팔 혜리 은근 성형 많이 한듯 해요. 17 ... 2015/11/30 49,041
504515 사무실서 먹는 간식 둘중 뭐가 좋을까요? 6 2015/11/30 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