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다자간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일 타결됐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친정인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신속협상권까지 따내며 밀어붙인 결과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긴급성명을 통해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세계 규칙을 쓰게 할 수는 없다”며 “미국이 세계규칙을 직접 작성해 미국 상품을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적으로 오만한 태도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언대로 TPP는 본질적으로 FTA이며 따라서 회원국 간의 수입관세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주변에 중국을 배제한 무관세 FTA벨트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변국가들 간의 무역원가를 높이고 중국 주변국가들과 미국 간의 무역원가는 낮추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권성장을 억제할 수 있고 중국의 이 지역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이 소비를 담당하고 중국이 생산을 담당한다는 G2이론이 중국에 의해 거절당하자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와 동남아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TPP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한국은 일본을 제외한 주요 TPP 회원국과 모두 FTA를 체결한 상태다. 오직 일본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는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해 미국의 노골적인 대 중국 포위전략에 가담하는 행위는 정치외교적으로 전혀 이롭지 못하다. 더구나 일본의 하청기지, 노후화된 생산설비 이전으로 발전하며 일본모방경제로 불리던 한국 경제가 일본에 시장을 연다는 것이 얼마나 이로울지도 계산해 봐야할 일이다. 실제로 자동차산업과 소재부품산업에서 일본제품과 직접 경쟁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지적이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