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진상/호구 이야기가 나와 저도 기억나는 썰 하나 풉니다.
고딩때부터 친한 친구였는데, 이십대 중반쯤 울먹이며 전화와서 돈 좀 빌려달라고 하더라구요.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 하자면 그 친구나 저나 괜찮은 동네 살았었고,
친구는 갓 대기업 취업 상태, 저는 대기업 3~4년차. 즉 경제적으로 시달리는 형편들은 아니었는데,
친구 엄마가 떡집을 하는데 보증금을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그 지인이 잠적했다고
급하게 돈 천이백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평소에 친구끼리 금전거래 하는거 아니다, 차라리 내가 줄 수 있는 만큼 아예 줘버려라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친한 친구가 전화와서 그러니..예금 들어놨던거 깨서 빌려줬죠.
이후 상황은,,
저는 연락하면 돈달라고 독촉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연락을 차츰 줄이고
친구는 가끔 연락 와서 금방 갚아줄께 갚아줄께 하면서 100씩, 200씩 갚더라구요..
그렇게 절반도 채 못돌려받고 2년쯤 지난 뒤,, 친구가 제 돈 갚는 것을 1순위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그 전까지 돈 갚으라는 소리 한번도 안하다가, 큰맘먹고 나도 급전이 필요하니 돈 갚아라 이야기 했어요.
그 친구는 이후 두번에 걸쳐서 몇백씩 입금해서 다 갚더라구요. 물론 원금만..
다시 돈 돌려받기까지 약 3년 걸렸구요,
천이백 한꺼번에 빌려줬는데 조금씩 나눠서 제 통장에 입금해준 바람에 저는 그 돈 어디 썼는지도 잘 몰겠네요 ㅋㅋ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 다 받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한데..생각할수록 좀 괘씸하더라구요.
걔도 대기업 다니고, 걔 여동생도 대기업 다니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제게 돈을 못갚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주위에선 그러더라구요, 니 돈 갚는게 걔에겐 1순위가 아닌거다..
돈 다 돌려받은 이후 친구에게 따로 연락하게 안되더라구요.
최근에 몇년만에 잘 지내는지, 미안해서 연락 못했다고 카톡 왔던데....
그냥 나중에 연락할께~하고 다시 연락 못했습니다.
저도 소심하고 쪼잔한 인간인지라 그렇게 친구와 이자를 잃었습니다..
이자는 그 친구 결혼식 축의금 냈다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받지 못했지만..)
급 씁쓸하네요. 역시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고, 친구와 금전 거래는 하지 않는 것으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