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5년 8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027
작성일 : 2015-08-10 07:35:33

_:*:_:*:_:*:_:*:_:*:_:*:_:*:_:*:_:*:_:*:_:*:_:*:_:*:_:*:_:*:_:*:_:*:_:*:_:*:_:*:_:*:_:*:_:*:_

가락시장에 들렀다가 배추는 버려두고
나이가 환갑은 족히 넘은 라디오만 안고 왔다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친구를 데려다
거즈로 온몸을 닦아 때를 벗겨내고
비타민 제재 같은 기름을 먹여주었다
그런 다음 환자에게 링거액을 흘려 넣어주듯
조심스럽게 전기를 흘려 넣어주자
금세 생기를 차리고 첫사랑 같은 소리를 낸다
개펄에서 건진 듯 갈라졌으면서도
따스한 목소리를 내주는
재즈 가수 빌리 할리데이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다
상처투성이 몸을 일으켜
넷킹 콜과 카잘스의 육성을 들려주는
늙은 진공관 튜너가 서재 속에서 나와
깔끔하고 멋진 디지털 티뷔
목소리 위아래를 자른 엠피쓰리, 금속성의 매끄러운
컬러링을 탑재한 스마트폰들이
얼마나 거짓으로 뭉쳐져 있는지 귀띔해 준다
살아있는 소리는 커터와 디코더로 자르고 봉합한 것 아닌
시장 바닥에서 뒹구는 사람의 육성을 담은 것이라고
개펄에서 건진 진주조개와 같은 것이라고
빌리 할리데이가 늙은 라디오에서 나와
흐리고 젖은 목소리로 감싼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50년대 라디오를 들여다 놓고 듣는 동안
문득 취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빌리 할리데이,
유태인 수용소에서 빠져나와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클라라 하스킬이 부드럽게 손을 얹는다
조그만 라디오에서 나왔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책을 밀어내고 서재를 가득 채운다
그들이 연방 책장을 넘기며
잠 못 들게 한다
손바닥만한 라디오 속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귀다툼 없이 살고 있다니!
이리저리 뒤집어 본다
낡은 진공관에서 털려 나오는 먼지들
헤치고 나온 빌리 할리데이가 크고 맑은 눈으로 말한다
영토는 얼굴 모르는 백인들의 손아귀에 묶인
땅에만 있지 않다고
철거지에서 쪽잠을 자는 산동네 사람들에게도
일생 땅이라곤 디뎌 본 적 없는 뱃사람에게도
돈 없어도 뜨겁게 사랑을 간직한
연인들에게도 넓게 있다고 일러준다
땅 한 뼘 없어도
따스한 사람들의 가슴만큼
넓은 땅은 없다고
부드럽게 입술을 부벼 온다


                 - 박몽구, ≪FM 라디오를 안고≫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5년 8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8/09/man_0809.jpg

2015년 8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8/09/jang_0809.jpg

2015년 8월 1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03761.html

2015년 8월 10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d2aad970421147539ad0bebe188f08a8

 

 

 


똑같이 나눈다고는 안했다.

 

 

 

 
―――――――――――――――――――――――――――――――――――――――――――――――――――――――――――――――――――――――――――――――――――――

가슴이 시키는 일은 하고 살자.
그러나 책임은 스스로의 것임을 기억하자.

              - 세스 골드먼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덕분에
    '15.8.10 9:19 AM (1.236.xxx.60)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8770 김장김치가 짜면 무를 절여서 넣어야하나요? 5 김장김치 2015/12/14 1,775
508769 권재철 "문재인 아들 채용 과정 실수 있었다".. 12 ........ 2015/12/14 2,079
508768 날삼재는 동지 지나면 나가나요? 10 어서가라 2015/12/14 4,166
508767 전남자친구 소식을 듣고 당황스럽스니다. 49 뭘까요 2015/12/14 28,116
508766 지금까지 집값 떨어질거라는 얘기만 들었지 집살 적기라는 말은 한.. 5 ... 2015/12/14 3,431
508765 주말에 선을 봤습니다.. 3 .. 2015/12/14 2,307
508764 요즘 취직 잘되는 스펙 Job 2015/12/14 1,174
508763 학습컨설팅비용... 1 Nn 2015/12/14 900
508762 남아도는 달력 때문에 5 어쨌어야 했.. 2015/12/14 1,578
508761 인천 계산동 펫 시터 계실까요? 1 부바엄마 2015/12/14 956
508760 정시합격 예상점수 조언 부탁드려요. 49 고3 2015/12/14 2,372
508759 장성한 아들 장례 치르고 온 이웃분께 뭘 해드려야할까요? 45 위로 2015/12/14 18,274
508758 아랫층이 누수가 있다고 사람이 다녀갔는데요 누수 2015/12/14 1,227
508757 무선키보드 리시버 블루투스 스피커도 쓸 수 있을까요?? 2 문외한 2015/12/14 623
508756 아파트 드됴 매매 2 아파트 2015/12/14 2,228
508755 아파트 관리사무소 마초이즘 2015/12/14 785
508754 평균보다 9cm작은 우리딸 ㅠ ㅠ 14 고민 2015/12/14 3,905
508753 손해보험 현장심사 어떻게 대응하면 되나요? 3 궁금이 2015/12/14 9,460
508752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상황을 말해주는 사진 한장 6 ... 2015/12/14 1,796
508751 회사 남직원이 세상을 떠났어요... 39 .. 2015/12/14 27,453
508750 제가 즐겁게 돈을 아끼는? 나름의 비결 55 음.. 2015/12/14 18,536
508749 만점은 너무나 기쁜 일이잖아요? 5 날개 단 악.. 2015/12/14 1,552
508748 초고속 전뇌학습......혹시 해보신분 계실까요? 들국화 2015/12/14 466
508747 중고생들 공부할 때 자세 어떤가요. 2 . 2015/12/14 899
508746 넘 따듯해 월동장사는 폭망한듯... 49 . . 2015/12/14 16,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