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이 최광훈 감독에 걸었던 높은 기대치에 못 미치긴 했지만,
화려한 배우들이 그 시대 목숨건 임무를 수행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눈앞에 보이듯
가깝게 그려냄으로써 의미있는 작품이 된 것은 틀림이 없는데요.
300만을 돌파함으로써 일제강점기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기분좋게
깨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의미있게 본 또 하나의 이유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전면타이틀에
최초로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독립운동가들 중 여성이라면 유관순 누나만 떠올랐을 정도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관심이나 조명은 거의 전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남성 독립운동가들에 섞여 용감하고 씩씩하며 강인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활약했다고 합니다.
TV 방송국보다 훨씬 마초적이고 남성중심주의가 판치는 충무로 영화계에서
여성독립운동가 전지현을 중심에 내세운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신선한 충격입니다.
항상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불편했던 점- 은근한 여성비하, 성적인 도구로 여성을 내세워
자극적으로 관객을 끌려고 하는 점, 남자들이 뒷골목에서 술마시며 술안주로 씹는 여자 얘기
같은 분위기가 이 영화에는 전혀 없습니다.
성적으로 나오는 장면을 굳이 꼽는다면, 결혼식 웨딩드레스를 입은 전지현이 늘씬한 긴 다리에서
총을 꺼내드는 장면 정도지만 워낙 순화되어 여성 관객들에게도 거의 거부감이 없구요.
반면, 일제강점기에 관심많던 제가 읽어내려가다가 집어던진 소설 '아리랑'
4권까지 나오는 여성들이 모두 인생의 주도권이 없고 남자들에게 겁탈당하고 유린당하며
겁탈이 당연시되듯이 표현하는 방식에 역겨움을 느꼈었죠.
일제강점기에 강인하게 아들들을 키운 어머니들의 모습 묘사는 없고 승려에게 겁탈당했는데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는 유약한 여자들만 줄줄이 나오더군요.
너무 비교가 되어서 한 번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