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사라졌다
골목 앞 라디오 수리점 사라지고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사라졌다
가로등 옆 육교 사라지고
파출소 뒷길 구멍가게 사라졌다
목화솜 타던 이불집 사라지고
서울 와서 늙은 목포댁 재봉틀 소리 사라졌다
마당 깊은 집 사라지고
가파른 언덕길도 사라졌다
돌아가는 삼각지 로터리가 사라지고
고전음악실 르네상스 사라지고 술집 석굴암이 사라졌다 귀거래다방 사라지고
동시상영관 아카데미하우스 사라졌다
문화책방 사라지고 굴레방다리 사라졌다
대한늬우스 사라지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도 사라졌다
사라진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오늘의 뒤켠으로 사라진 것들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런데 왜 옛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일까 어느 끈이 그렇게 길까
우린 언제를 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지
잠시 백기를 드는 기분으로
사라진 것들을 생각하네
내가 나에게서 사라진다는 것
누구나 구멍 하나쯤 파고 산다는 것일까
사라진 것처럼 큰 구멍은 없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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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것도 기억속에 스며들어 사라지겠지
그리고
그 스며듦도
언젠가는 아무도 기억못하는
전설같은 바람이되어 누군가의 얼굴을 지나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