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반도 끝쪽 동네에 살고 시댁,친정은 서울이에요.
저랑 남편 둘 다 첫째.
시어머님과 친정아버지 두 분이 비슷한 성향인데, 감정에 호소하고 자식에게 바라고 욱~ 하는 경우 많고요.
(상대적으로 시아버지와 엄마는 차갑고 개인적인 사람으로 보이죠. )
나이가 드시면서 네 분다 온몸이 종합병원이 되어가고, 어느날 보니까 네 사람 병원 스케쥴이 주2회꼴로 잡히더라고요.
남편이 이동네 대학병원에서 일하니까, 양쪽집에서 전화오는건 거의 의학상담입니다.
시아버님과 친정엄마는 그냥 물어보고 동네병원가서 해결보거나 아니면 약을 보내달라고 하세요.
심각한건 남편이 꼭 큰병원 가시라고 하거나 아예 이쪽으로 오시라고 해요.
친정아버지는 온갖거 다 묻고 또 묻고, 지금 주치의(꼭 S의대 병원만...)가 마음에 안드는걸 남편한테 질문하듯이 화풀이하세요.
어느 날, 제가 참다참다 "아 그 왜 대통령주치의양반한테 받은 약을 시골학교선생한테 자꾸 물으세요???
아예 그 병원가서 진료받으시던가요. 시골대학출신 못믿으시니까 안가시잖아요 아버지"
했더니 그 다음부턴 조심하시는 눈치.
그러나 역시 서울 메이저대학병원 가고싶을땐, 의사사위에게 죽는소리 늘어놓으시고 어느 의사가 최고인지 물으십니다.
진짜 우리 아부지지만 대박...
시어머님은...아예 아들 일하는 병원이 담담병원입니다.
시댁에서 여의도성모병원 주차장이 보이거든요.
근데 그 병원은 "무십고 어데가 어덴지 모리겠고, 사람만 너무 많고" 해서 못가십니다.
어디가 불편하면 아들에게 전화해서 묻고, 아들이 뭐라뭐라 처방하면 그럴필요는 없을거 같다고 참다가
며칠 후 또 전화해서 똑같은 대화 반복.
그러다가 결국은 갑자기 "내일 @$#%$%하러 가는길에 느그 보러 갈게. 아 그라고 간 짐에 병원도 함 가바야겠제?
예약할라믄 전화가 멧번이고??"
이 팬턴의 무한 반복입니다 ㅎㅎㅎ
제가 심리상담과 성격유형수업을 들으며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매우 노력해요.
그래서 이제는 (15년 지나니까) 측은지심이 생기고 나도 늙으면 아들이 좋을래나...하면서 넘어가요.
저 두 분, 에니어그램 2번유형의 살아있는 샘플이십니다.
어제 갑자기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로 병원예약하라고 하셨대요.
지금 기차타고 오시는 중일거에요.
(저한테는 절대 도착시간 정확히 얘기 안하세요 ^^ 미리 알면 신경쓴다고...나름의 배려십니다)
이 동네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절대 못믿어서 안가는 그 후진 병원을 저 멀리서 이용해주시니 감사한 일이죠 뭐~
그나저나...저녁은 뭐 해먹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