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화 주문 오면 출장 다니는 마취과 의사

유령의사 조회수 : 4,952
작성일 : 2015-01-12 16:52:36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3840

‘유령 의사’가 당신 얼굴에 칼 들이댄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21세 여대생 정 아무개씨가 사망했다. 4시간 동안 광대뼈와 턱뼈를 깎는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회복실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밤 11시쯤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 성형외과는 정부로부터 우수 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의 성형수술 후 사망 및 합병증 사례가 이제는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로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성형외과업계가 안전불감증을 넘어 도덕적 해이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번 여대생 사망 사건은 성형외과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시사저널 이종현

전화 주문 오면 출장 다니는 마취과 의사

성형수술 후 사망하는 경우, 십중팔구는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다. 지혈해놓은 혈관이 재채기 등으로 터지고 출혈이 생겨 기도를 막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얼굴은 복잡한 혈관과 신경이 지나고 있어 다른 부위보다 출혈이 많다. 이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면 사망까지 이르진 않는다. 때문에 수술 후 24시간 정도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게 원칙이다. 특히 사망한 정씨처럼 전신마취 환자는 수술 후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마취과 전문의가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수술 후 정씨 곁에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없었다. 그 성형외과는 평소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정직한 병원’이라고 홍보해왔다. 그 시각에 마취과 의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심재항 한양대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수술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마취과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기 쉬운 상태로 마취시키고 이어 또 다른 수술실로 향하기 바쁜 게 성형외과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돈벌이가 우선인 병원에서 환자 안전은 공염불이라는 것이다. 정씨의 사망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던 셈이다.

기자가 만난 한 마취과 전문의는 성형외과를 성형공장으로, 의사는 공장장으로 표현했다. 그는 “수술을 많이 하는 성형외과에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마취과 의사가 상주한다는 것 자체를 광고할 정도로 마취과 의사를 채용한 성형외과는 드물다”고 밝혔다.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 성형외과는 10곳 중 2곳뿐이고, 국내 최고의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에 있는 병원에도 심장충격기 등 응급 장비를 갖춘 곳은 1%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상당수 성형외과는 ‘프리랜서 마취과 의사’나 ‘보따리 마취과 의사’를 활용한다. 프리랜서 마취과 의사는 A병원·B병원·C병원에 적을 두고, 각 병원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대신 세 곳을 오가며 의료행위를 한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마취과 의사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한 명이 보통 2~3개 병원에 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술 후 회복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은 한가로운 소리다. 성형외과는 적은 비용으로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이라고 홍보하며 환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보따리 마취과 의사는 팀을 짜서 사무실을 얻은 다음 주변 성형외과들로부터 전화 주문을 받는다. 해당 날짜에 여러 성형외과를 돌며 수술 전 마취를 해주고 보수를 받는다. 대리운전 기사처럼 시간을 아껴 여러 병원을 돌아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한 마취과 전문의는 “성형외과에서 콜(전화 요청)이 오면 그 병원으로 가서 마취를 해주고 곧바로 다른 성형외과로 가기 때문에 환자 회복 과정을 지켜볼 시간이 없다”며 “마취과 의사 없이 성형외과 의사나 간호사, 심지어 간호조무사가 마취를 하는 성형외과도 있다”고 밝혔다.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가 마취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관성적으로 마취과 의사 역할을 대신한다는 설명이다. 성형외과는 인건비를 절약하겠지만 환자의 안전은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유령 의사로 인한 수술 피해자 10만명 이상”

여대생 정씨의 사망 사건에는 ‘섀도 닥터’(유령 의사)도 개입돼 있다. 정씨는 성형외과 의사와 상담했고 그 의사가 집도할 것으로 알았지만 실제 수술은 치과 전문의가 맡았다. 마취 상태의 환자는 어떤 의사가 집도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의사를 유령 의사라고 부른다. 해당 병원장을 아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그 원장은 안면윤곽수술 전문가가 아니어서 구강외과 전문의에게 수술을 맡겼다”고 말했다.

다른 의사가 집도한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사람(의사가 아닌 경우도 있다)이 환자와 보호자를 속인 채 수술하는 행위는 범죄 행위다. 이런 행위가 만연한 가운데 지난해 2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유령 의사로부터 눈·코 성형수술을 받은 여고생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까지 유령 의사 문제가 제기됐다. 국감에 출석한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돈에 눈이 먼 의사들이 벌이고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유령 의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이례적으로 자정 선언을 했다. ‘과대광고에 속지 말고 유령 수술에 당하지 마세요’라는 유인물을 제작해 회원 의료기관에 배포했고, 유령 의사 수술에 대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암세포’라는 표현까지 쓰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추정한 유령 의사 수술 피해자는 10만명 이상이고, 서울 강남에만 유령 의사가 300명에 달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측은 “불법적인 광고나 유명 연예인을 이용한 광고, 인터넷 카페,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을 통한 알선 광고, 할인 유혹 광고 등을 하는 병원들은 의사의 실력 또한 검증된 적이 없으며 유령 의사가 수술을 하고 있거나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유령 수술을 할 병원으로 의심하라”고 권고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내에 설치된 성형외과 광고판들. ⓒ 시사저널 최준필

“성형외과 의사라도 양악수술 막 해선 안 돼”

여대생 정씨가 받은 안면윤곽수술이나 양악수술은 얼굴의 뼈를 자르고 붙이는 고난도 수술이다. 선천적 기형, 외상, 화상 등으로 심한 외형적 변형이 있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고안된 양악수술은 수술 경험이 10년 넘은 의사도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다고 한다. 워낙 수술 부위가 좁고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는 뼈를 잘라야 하는 데다 턱 부위에는 뼈·근육·기도·신경 등 다양한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위아래 턱은 치아와 연결돼 있는 만큼 외국에서는 치과 전문의가 양악수술을 한다. 미국 퍼시픽 치과대학 교정과 교수로 7년간 재직했던 조헌제 한국임상교정치과의사회 회장(앵글치과 원장)은 “미국에서는 치아 교합(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 턱의 치아가 서로 맞물리는 상태)을 아는 치과 전문의, 그중에서도 구강외과나 교정과 의사가 양악수술을 한다”며 “성형외과가 양악수술을 하면 큰일 나는 것으로 여긴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이 수술을 하는 경우는 그 의사가 의대에서 양악수술 관련 수련을 마친 경우뿐”이라고 설명했다.

충분히 경험을 쌓은 의사가, 그것도 치아 교합을 잘 아는 구강외과·교정과 의사가 양악수술을 하는 것이 국제 표준인데, 한국에서는 의사라면 누구나 양악수술을 할 수 있다. 국내에 치과는 약 3만개다. 하지만 대학에서 치아 교정을 전문적으로 수련한 의사는 3%가 채 안 된다. 한 치과 전문의는 “성형외과 의사 가운데 양악수술을 제대로 수련한 의사는 거의 없다”며 “있더라도 대학에서 정식으로 수련한 것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배운 정도로 환자를 수술하다 보니 수술 후 합병증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음식물을 씹지 못하거나 신경 손상으로 감각이 마비되는 증상이다.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수술 합병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전체의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치과·성형외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강외과나 교정과 수련을 받아 양악수술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가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환자의 얼굴 모양이 엉망이 되거나 사망하는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IP : 46.165.xxx.17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썸씽썸씽
    '15.1.12 4:56 PM (121.136.xxx.166) - 삭제된댓글

    진짜 이런게 무서운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대형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네요 ㅠㅠ

  • 2. 전 드는 생각이
    '15.1.12 8:34 PM (58.143.xxx.76)

    아무리 잘 배워도 숙련되려다 보면 몇명은 보내게 되지 않을까요?
    섬세하고 용의주도한 사람도 있지만 뭐든 대충대충 망가뜨리는 파괴의 손도 있는 법
    이름하여 마취과 의사샘이지만 개인성향도 많이 좌우할거라 봅니다.
    사람사는게 다 똑같잖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4700 통째로 발골한 닭을 파나요? 11 갠찬아 2015/07/18 2,853
464699 정육 손질 작업. 여자가 하기 힘들까요? 3 정육 2015/07/18 1,474
464698 유방 엑스선촬영과 초음파 둘다 했는데요. 미세석회화가 있다고 해.. 7 2015/07/18 4,000
464697 디지털 펌 된 머리 씨컬로 하려고 하는데요 2 2015/07/18 1,107
464696 박래군 형이 또 구속됐다 2 인권운동가 2015/07/18 1,961
464695 40대 중반 되니 잘 버럭~해요.. 5 .. 2015/07/18 1,613
464694 29개월 아기가... 1 아기가요 2015/07/18 793
464693 섹스리스 부부는 있어도 섹스리스 남자는 없을 듯 15 .... 2015/07/18 11,779
464692 말레이지아/싱가폴 - 일주일 여행 핸드폰은 어떻게 이용하세요? 전화 2015/07/18 913
464691 반찬가게 하려면 조리사 자격증 필요한가요? 5 ^^ 2015/07/18 5,929
464690 양도세 저도 좀 부탁드려요.. 2 ... 2015/07/18 892
464689 매운고추 삭히는법 5 텃밭에서 2015/07/18 6,731
464688 알타리무매운맛 빼는 법좀 알려주세요 3 급해요 2015/07/18 4,378
464687 아이들이랑 파주출판단지 내 갈만한곳 있을까요? 2 파주 2015/07/18 842
464686 노트북은 마우스 없이도 쓸 수 있잖아요 근데 그게 안되요 2 ^^ 2015/07/18 958
464685 중학교수학 3 질문 2015/07/18 1,302
464684 언론노조 “미디어오늘 기자 사칭, 무시무시한 음모” 3 샬랄라 2015/07/18 692
464683 이천 도자기축제는 1년 1회인가요? 4 면기 2015/07/18 1,156
464682 내일 에버랜드 많이 붐빌까요? 10 ㅋㅎ 2015/07/18 1,112
464681 (급해요)지방에서 서울로 이삿짐옮겨보신분들 도움주세요 2 구르미 2015/07/18 650
464680 관공서면접의상및 에티켓부탁드려요 2 면접 2015/07/18 1,132
464679 160ㅡ50 이 마른거에요? 31 사랑스러움 2015/07/18 9,618
464678 폐경 후 자궁이 더욱 냉해질수도 있을까요? 4 ... 2015/07/18 1,342
464677 닭살피부에 제로이드 수딩로션 후기예요~ 17 좋아~ 2015/07/18 15,256
464676 결혼의 최대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20 2015/07/18 5,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