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444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7195 망원시장 이용기 12 ... 2015/01/18 5,170
    457194 영어 표현 좀 봐주세요;; 3 ㅇㅇ 2015/01/18 579
    457193 DMZ, 전쟁의 상흔에서 평화의 상징으로(1편) 스윗길 2015/01/18 344
    457192 30대 중반 넘겼는데 결혼하기 전까지 노화 지연시키려면요 18 ... 2015/01/18 7,892
    457191 천주교 성서공부 해보고 싶어요 19 질문 2015/01/18 2,622
    457190 오늘 첨 알았네요 2 오로라 2015/01/18 1,020
    457189 어디로 이사갈까요? 9 어디로 2015/01/18 2,036
    457188 울산 어린이집서맞아죽은 23개월 성민이 8 참맛 2015/01/18 1,872
    457187 여행사 여행상품을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주나요? 10 현금결제.... 2015/01/18 1,804
    457186 약과랑 찹쌀약과가 다른건가요? 크하하하 2015/01/18 523
    457185 생야채를먹으면 가스가차요 3 야채 2015/01/18 2,188
    457184 부인한 요리외엔 암것도 못해먹는 남편 9 눈물나요 2015/01/18 2,084
    457183 의미없는 편가르기 16 아이고 의미.. 2015/01/18 1,936
    457182 미소님 곡물세안제 아시는분 계실까요? 1 세안제 2015/01/18 606
    457181 반대하는 결혼 3 pumpki.. 2015/01/18 1,633
    457180 횡성 43중 추돌사고 첫번째 차량 26 발암주의 2015/01/18 18,246
    457179 로라 메르시에...백화점에 매장 있나여 3 애ㅏㅗ 2015/01/18 2,509
    457178 요즘 개신교가 왜 이리 범죄에 많이 등장하죠? 3 그알 2015/01/18 801
    457177 손톱이 길면 위생적일 수가 없네요 7 ... 2015/01/18 1,946
    457176 '라로슈포제'라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좋은가요? 11 ... 2015/01/18 6,653
    457175 유치원이나 학교 엄마들끼리 친해지는 게 좋은건가요? 18 엄마 2015/01/18 4,665
    457174 닛부타의 숲 심리상담소에서 상담받아보신 분 계신가요 2 상담 2015/01/18 3,546
    457173 전설의 마녀 지난주 부터 뭔가모를 허전함이.. 7 뒷심부족 2015/01/17 2,540
    457172 역쉬 김어준!!! 5 .... 2015/01/17 2,622
    457171 3000원의 행복한 저녁 10 망원시장 2015/01/17 5,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