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처럼 복지가 사회 전반에 걸쳐서 회자가 된 적이 있었을까.
찬성이나 반대를 넘어서 이렇게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복지논쟁이 반갑다.
복지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에서
‘시민의 권리’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지논쟁의 중심에 ‘친환경 무상급식’이 있다.
가난을 입증하는 대가로 밥을 주는 지금의 급식제도 대신에
모든 아이들에게 질 좋고, 맛있는 밥을 제공한다는 소식에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밥에 따라 몸과 마음이 바뀐다
그런데 요즘 ‘친환경 무상급식’이 경제 논리 속에서만 논란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부자에게도 공짜 밥을 줘야 하는가”, “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 없다”는 논쟁은
‘밥’을 구매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들의 밥상은 그런 경제 논리를 뛰어 넘는 것이어야 한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배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밥은 생명이라 했다.
밥 한 그릇에는 하늘, 땅, 사람이 담겨있고 함께 먹는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어떤 밥을 먹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몸과 앞날이 좌우된다.
그래서 가난한 아이나 부잣집 아이나 어떤 밥상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교육은 밥상머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누는 학교>를 8년 동안 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도 밥상이었다.
<나누는 학교>의 밥상은 아이들이 제 손으로 땀 흘려 기른 작물로 밥을 하고
반찬을 하며 설거지도 직접 한다. 밥을 먹기 전에 햇님, 바람님, 물님, 흙님
그리고 밥상을 위해 땀 흘린 모든 분께 감사기도를 하고
밥상에 둘러 앉은 친구들이 다 먹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먹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밥은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는 것이 된다.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던 모습도, 음식을 쓸어넣듯 빠르게 먹는 습관도 사라진다.
밥을 먹으면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부터 가난한 아이들의 변화가 시작된다.
‘친환경 무상급식’ 논쟁이 아이들의 밥상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철학과 가치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학교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지식을 얻는 곳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삶에 감사함을 배우는 곳이다.
그 시작에 밥상이 있다. 아이들의 밥상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본다.
<나누는 학교>는 점점 더 벌어지는 빈부격차 속에서
2003년 봉천동 가난한 아이들과 문을 연 주말학교입니다.
현재 초중고 58명의 아이들이 텃밭농사를 짓고, 밥상을 차리고,
좋은 책을 읽고 쓰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출처: www.nan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