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싱글인데 올 겨울은 옆구리가 시려서 내가 뭘 하고 살았나 생각해보니
19세 은따겸왕따 + 마음의 안식처로 팬질을 시작 +수능폭망
20세 어쨌건 대학입학 +팬질 + 친척들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시작.
21세 휴학 후 백수 +히키코모리짓 +팬질 + 좋아하는 가수의 일본진출로 일본어공부에 매진
22세 휴학 후 백수 +히키코모리짓 여전 +팬질 + 일본어공부
23세 2학년으로 복학 +반히키코모리짓 +스트레스로 살이 찌기 시작 + 일본 투어 따라갔다옴+부모님돈으로 등꼴브레이커
24세 다시 휴학 살이 폭발적으로 찜 + 히키코모리짓 시작 +팬질의 무상함(그래봤자 남의 인생인것을..)을 느끼고 그만둠. 일본어 공부는 계속 함.
25세 3학년으로 복학함 살이 폭발적으로 찌고 안빠지기 시작. 히키코모리짓의 절정 +일본어 배우다 일본 연예인덕질을 시작함. 일본어가 능숙해지기 시작함..;;;;;;
26세 정신차려보려고 10kg을 겨우 감량. 그래봤자 88kg 4학년이 된 뒤 C,D,F를 벗어나 A+을 받기 시작. 교수님이 놀라심.
27세 학점이 그지라서 한학기 더 다님 A+로 학점을 보수하기 시작함. 살은 그대로 쪄있음.
28세 인간관계가 그지 같아진 상황을 깨닫고, 자다가 깨서 이대로 죽었음 좋겠다. 눈을 뜨기 싫다. 그러다 파란 신호등불에서 건너는데 급격히 달려오는 차를 보고서도 뭐 어때. 하는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기겁하며 24kg 감량. 취업활동 시작과 다이어트 지속함. 연애 시작.
29세 여전히 왜 사는지 모르겠다 싶었고, 정서적 불안이 너무 심해짐. 하지만 그래도 살아보겠다며.. 정신차릴려고 한 운동으로 살을 20kg 더 뺐고, 계속해서 상담도 받고 책도 읽고 절에도 다님.. 그러다 취업.. 현재는 싱글.. 소개팅을 앞두고 있음.. (소개팅 남이 참 마음에 듬ㅋㅋ 저 시집가고 싶어용... 4살 연상이시던데...ㅋㅋㅋ)
하루하루 무료하고 지옥 같고 온가족과 전쟁을 버린 20대가 참 부끄럽네요.. 특히 동생한테 부끄럽고 부모님께는 죄송해요.
그러면서도 이미 누군가한테 열광할만큼 열광해봤고.. 돈이고 정신이고 다 쏟아봐서 이제는 뭐 열광도 안하고, 쓸데 없다 싶어서 돈도 안쓰고 뭔가 무념무상이 되었네요. 딱히 취미생활도 이젠 질리고 지쳐서 없어요...;; 다 부질없다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부모님덕에 돈도 그냥 마구 생각없이 써 봐서 지금은 부모님께 받은거 드릴려고 열심히 벌어서 드리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없고 복 받은 환경이였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건 거의 다 해봤네요..
원래 자잘한거에 돈을 많이 쓰지 큰 가격대의 물건(명품같은거나 고급취미용품 같은..)에 욕심은 없었던지라 원없이 하고 싶은거에 돈 써봤다고 생각되서 그런지 물건에 대한 욕심도 전혀 없네요.... 이것 역시 사봤자 나중에 다 버려. 짐만 돼. 쓰레기 돼... 이런 마인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혼자 속을 많이 쓰려봐서 그런지 상처를 받아도 그래.. 뭐 어쩌겠어.. 내가 싫은가보지.. 하고 무던하게 넘어가는 편이 되었고요.. 이미 남한테 보이는 삶으로는 바닥까지 가본 적이 있어서 누가 날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내가 어떻게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이미 뭐 히키코모리짓 수년 했는데 여기서 더 내려갈게 어디있겠어요.
24시간 중 20시간을 잘 정도로(이 정도로 자면 허리 아프더라고요..)한없이 게으름도 피워봐서 그런지 나름 엄청 부지런합니다. 5시 반에 일어나서 새벽 운동갔다가 출근함 -_-V.. 하도 20대 내내 늘어지게 쉬었더니 일을 아무리 뺑뺑이로 돌아서 해도 '아 하루만 쉬고 싶다.' 이게 아니라 '아~ 이미 남들보다 훨씬 많이 쉬었으니 더 쉴 필요 있나~'이게 되고요...
살도.. 뭐 옷도 안들어가던때가 있는데 들어가면 되는거지~ 하면서 오히려 무던하게 반응하네요.. 먹고 토하고 굶던 고도비만시절과는 다르게 많이 먹으면 다음날 더 열심히 운동하고 먹는데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되었고요.
처음엔 왜 저렇게 밖에 못 살았나 하면서 너무나 힘들고 제 자신이 밉고 원망스러웠는데
저런 삶도 제가 살아온 길이고 아무리 똥 같아도 똥이 쌓여서 앞으로의 삶에 비료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냥 제 20대를 되돌아봤는데 여전히 후회가 남지만 10년 뒤 40살을 앞둔 12월에 제 30대를 회상해보면은 '나 진짜 기특하게 잘 살았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