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로 된 언어는 일단 시각적으로 집중력을 잡아주니까 그나마 괜찮고, 음성으로만 된 건 실체가 보이지 않으니 그냥 떠다니는 느낌이어서 집중하기 어려운 걸까요? 여튼 두 번씩 이야기하게 만드는 사람 답답하다고 하는 글 보고, 문득 나는 뭐가 문제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도 동네 아줌마들이랑 얘기하고나면 머릿속에 하나도 안남아요. 들을 때는 아, 그런가보다 싶은데 뒤돌면 정말 백지에요.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지만 입을 떼서 말을 하려고하면 떠오르지가 않아요. 그래서 아줌마들이 제가 되게 입이 무거운 줄 알고 비밀 얘기도 잘 해줘요. 실상은 입이 무겁고 가볍고를 떠나 생각이 안나서 누구한테 전해주고 할 수가 없어요. 애가 학교갔다와서 누구누구 얘기하는 것도 맨날 듣고 까먹어요. 들을 때 아무리 쇼킹한 일이라도 그냥 흩어져버리는 것 같아요. 대신 활자로 읽은 내용들은 아무리 소소한 거라도 잘 잊지 않구요. 쓰다보니 어릴 때 친구랑 잘 안놀고 집에서 책만 읽은 탓에 사회성이 부족한 건가 싶기도 하고...
활자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저랑 비슷하신가요? 저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어릴 때는 정말 손에 책이 없으면 불안해서 아무 것도 못할만큼 인생의 모든 공백에 활자가 필요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