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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이야기] '살인범의 또다른 살인'

지존영웅 조회수 : 1,333
작성일 : 2014-12-02 15:05:04
 
 
 납치살해 혐의로 체포한 한 40대 남자로부터 또 다른 살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백받고도 사체를 찾지 못해 혐의를 입증 못한 안타까운 사건이다.

지난 2006년 9월 중순경. 평택시 서정동에 사는 사채업자 김태수 씨(가명·36)가 사라졌다. 당시 상황에 대한 박 팀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9월 말쯤 김 씨의 친구 A 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김태수 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통화를 하곤 했는데 며칠 동안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게 아닌가.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소식이 끊긴 게 일주일이 넘었다고 하더라. A 씨는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며 김 씨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온다간다는 말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남자. 참 이상한 일이었다. 수사팀은 범죄연루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사팀은 김 씨의 주변인물 및 그가 자주 드나들던 곳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하던 중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다음은 박 팀장의 얘기.


"평택시내의 한 술집 주인에 따르면 김 씨는 9월 19일 밤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 공교롭게도 그날 이후로 김 씨는 주변인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김 씨는 술집을 나선 후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중요한 사실은 그날 밤 김 씨가 혼자가 아니라 두 명의 사내들과 함께 있었다는 점이었다. 술집 주인에 따르면 세 사람은 술을 마시는 도중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는데 새벽 1시무렵 함께 술집을 나섰다는 것이었다."

김 씨와 술자리에 있었던 두 명의 남자들은 김 씨의 마지막 행적을 증명할 수 있는 목격자였다. 또 술집을 같이 나선 이후로 김 씨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두 남자는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했다. 수사팀은 즉시 두 남자를 찾아 나섰다. 두 남자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수사결과 문제의 두 남자는 이석호 씨(가명·43)와 그의 친구 이재범 씨(가명·43)였다. 분묘처리업에 종사하는 이석호 씨와 이재범 씨는 중·고등학교 친구로 절친한 사이였다. 동시에 이들은 사라진 김 씨와 동향 선후배로 한 동네에서 가깝게 지내온 인물이기도 했다. 다음은 박 팀장의 얘기.


"우선 이석호 씨를 임의동행해서 조사했다. 예상대로 이석호 씨는 '모르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이재범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그날 밤 태수와 함께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 후로는 본 적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술집을 나온 뒤 제각기 흩어졌다는 진술만 반복했다. 심증은 있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없어 무작정 조사를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가장 시급한 것은 범인들의 자백을 끌어내는 일이었다. 수사팀은 두 사람을 다시 불러들였고 분리신문을 실시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어설픈 알리바이는 더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앞뒤 안맞는 알리바이와 거짓 진술들을 감당 못해 전전긍긍하던 이들은 박 팀장의 노련한 유도심문에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두 사람의 사건당일 행적 등을 조사, 이미 살해정황을 잡은 박 팀장이 이재범 씨에게 "이석호 씨가 그러는데 당신이 김 씨를 찔러 죽였다며?"라고 캐묻자 놀란 그가 "난 안 죽였다. 석호가 죽이는 것을 옆에서 보기만 했다"고 불쑥 말해버린 것.

결국 두 사람으로부터 자백을 끌어낸 수사팀은 9월 28일 송탄의 한 야산에 암매장된 김 씨의 사체를 발굴함으로써 수사를 종결지었다. 조사결과 드러난 이들의 범행은 이렇다.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두 사람은 사채업을 하며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는 동네후배 김 씨를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기로 공모한다. 사건 당일인 9월 19일 두 사람은 술이나 한 잔 하자며 김 씨를 불러낸다. 하지만 술집을 나서자마자 이 씨 등의 태도는 돌변했다. 미리 준비한 식칼로 위협, 대기해 둔 이 씨의 승합차에 김 씨를 강제로 태운 이들은 약 4km 떨어진 야산으로 납치했다.


그리고 반항하는 김 씨의 무릎을 찔러 항거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김 씨가 갖고 있던 현금과 휴대폰을 빼앗고 김 씨를 살해하고 만다. 김 씨의 사체를 이불로 덮어놓고 현장을 빠져나온 이들은 사체처리를 고심하다 암매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다음날 자정께 다시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사체를 싣고 충청도 등지를 돌아다니다 송탄의 한적한 유원지에 암매장했다. 절친하게 지내던 후배를 살해하고 이들이 손에 쥔 돈은 불과 15만 원. 이렇게 해서 한 남자의 실종사건은 수사착수 수일 만에 그 전모가 밝혀졌다.


하지만 박 팀장은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조사과정에서 범인 중 한 명인 이석호 씨에게서 뭔가 미심쩍은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박 팀장이 수사차 이 씨의 집을 찾아갔을 때 집안은 쓰레기와 우편물이 잔뜩 쌓여있었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단전·단수가 됐던 점까지 고려하면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였다는 것.


박 팀장이 특히 주목한 것은 이 씨의 아내인 오정순 씨(가명·43)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이었다. 가정사나 사생활 문제로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박 팀장은 오 씨의 행방에 의구심을 가졌다. 박 팀장은 오 씨의 주변인물을 상대로 은밀히 내사를 진행했는데 이상한 점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이들 부부는 2005년 3월 재혼한 상태였다. 이들은 동창들과 정기적으로 동창회를 갖는 등 자주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한 1년 전부터 부인 오 씨가 동창회에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친구들이 '정순이는 어쩌고 혼자 왔냐'고 물으면 이 씨는 '바빠서 못왔다'는 식으로 둘러댔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모임에도 오 씨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오 씨와 일절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

동창들의 증언대로라면 오 씨는 이미 1년째 행방이 묘연한 셈이었다. 동창들은 하나같이 '정순이 성격상 모임에 계속 빠질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창들이 오 씨의 안부에 대해 자꾸 물어올 때마다 이 씨는 '왜 자꾸 물어보냐'며 온갖 짜증과 신경질을 냈는가하면 폭력까지 행사하려 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또 이들 부부가 같이 살던 아파트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박 팀장은 이 씨가 아내의 행방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어떻게 둘러댔는지 다시 조사했다. 그 결과 주변인들에게 한 말이 다 다른 것이 확인됐다. 이 씨는 동창들에게는 '바빠서 못왔다'는 식으로 그때그때 다른 핑계를 댔고 보험회사 직원에게는 '아내가 바람나서 도망갔다'고 말했던 것이다.

미심쩍은 정황을 잡은 박 팀장은 이 씨를 상대로 추가조사를 진행했다. "'부인은 어디있냐'고 묻자 이 씨는 '집 나가서 안 들어온다'고 대답했다. '부인의 행방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말한 것이 왜 다 다르냐. 도대체 부인을 어떻게 했나'라고 다시 한번 캐물었다. 그랬더니 '모른다'며 잡아떼던 이 씨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으면서 식은땀을 비오듯 쏟아내는 게 아닌가. 그리고 숨이 넘어갈 듯 부들부들 떨며 '무섭다' '두렵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눈동자를 보니 살기가 서려있는 게 정상이 아니었다. 나중에 조사 중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등의 엉뚱한 얘기가 나올까봐 우리는 물을 떠다주고 등을 두드리며 안정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이 씨가 간드러지는 여자 목소리를 내면서 '내가 아내를 죽였어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후 이 씨의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고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이렇게 말했다. '제가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습니다. 아내의 사체는 평택 OO인근의 밤나무 단지에 묻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씨는 왜 아내를 살해한 것일까. 이 씨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은 2005년 9월 17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고교동창으로 사건 발생 6개월 전에 재혼한 사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은 뒤로는 심한 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는 이 씨가 전 부인과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이를 오 씨가 못마땅해했기 때문이었다. 사건 당일도 이 씨는 전 부인 문제로 아내와 심한 말다툼을 하다 격한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오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만다. 이 씨는 범행 후 아내의 사체를 욕실로 끌고가 토막을 낸 다음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평택 인근의 밤나무 단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이 씨의 자백을 근거로 수사팀은 아내 사체발굴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 씨의 사체는 나오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 씨가 지목한 여러 장소를 샅샅이 뒤졌으나 사체는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이 씨는 범행을 입증할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내 살인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태수 씨 납치·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만으로 이 씨는 법정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IP : 211.245.xxx.2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희안한 상황
    '14.12.2 3:13 PM (58.143.xxx.76)

    언제까지? 비슷한 일들은 반복되든데 들짐승이 물어갔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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