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즘 어떤 사람을 보면 저는 그게 뭔지를 알 것 같아요.
그녀는 일단 목소리가 큽니다. 그리고 말이 많아요. 게다가 말이 엄청나게 빠릅니다.
한번 필이 붙어 어떤 이야기를 시작을 하면 도무지 끝이 나지 않습니다.
감탄사(어우~ 아잉~ 콱! 등등), 부사(엄청~ 너~~~~무나도~ 등등)를 굉장히 많이 사용합니다. 정신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좀 들어준다 싶으면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만약 음식점이나 까페 등에 그녀가 포함되어 너댓명 모여 있다면 다른 테이블에서 다 쳐다봅니다.
그리고 욕설도 잘 합니다. 말할 때 턱짓 고갯짓 손짓 팔짓이 크고 부산합니다.
멋을 잘 내지는 못하는데 비싼 것으로 몸을 감쌉니다. 밍크나 진짜토끼털 메이커패딩 같은 걸로요.
노티나는 얼굴인데 하는 행동이 본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입니다. 잘 말하면 '애교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성당신자인데 새 사제님이나 수사님, 신부님께 '오빠!'하고 달려가서 스스럼없이 팔짱을 낍니다.
수녀님은 '언니!'입니다. 할머니 수녀님께도 언니! 하고 달려가서 애교를 부립니다.
아는 남자면은 유부남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오빠!~'하면서 '밥 사줘잉~'하고 애교를 부립니다.
나이가 20대냐구요? 41살입니다. 미혼입니다.
얼굴은 주름도 있고 미녀가 아닙니다만 하는 행동은 딱 20대 깨발랄한 처녀같습니다.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한데 조건에 그에 미치지를 못합니다만 자신이 천상천하유아독존 세상최고1등입니다.
자신이 하는 행사는 목소리 높여서 선전하고 표를 나눠주고 안 오면 죽인다고 귀엽게(?) 협박합니다.
만약에 이 여자에게 잘못 보인 사람은 이 여자의 엄청나게 무서운 욕을 듣고도 피하고 물러나야 합니다.
이 쯤 이야기하면, 완전히 왕따에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고 뒷다마까이는 여자로 느껴지시죠?
저런 걸 뭘 애교스럽다느니 징그럽고, 겉으로는 사람들이 감싸줘도 뒤에선 엄청나게 욕할 거다 싶으시죠?
아닙니다.
신부님들도 저 여자를 보면 웃음을 절로 지으시고
수녀님들은 저 여자가 하는 남 욕을 전부 다 들어주시며 그 남을 같이 욕해줍니다.
그 신부님들이 이상한 분이셔서가 아니며, 수녀님들이 수도자답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저 여자의 드센 기에 그대로 다들 넘어가십니다. 불가사의입니다.
사람들은 저 여자가 하는 행사에 다들 가 줍니다. 그리고 칭찬을 거듭해줍니다. 여자는 기고만장합니다.
물론 살짝 뒤에서 '어휴...'정도 하는 사람들은 보았습니다.
신부님의 팔짱을 끼거나 유부남에게 오빠질 하는 걸 이상하게 보다가도,
저 여자와 말을 좀 해 보면 좀 '주책'일 뿐이지 '못된'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아는 듯합니다.
유부남에게 팔짱끼면서 그 아내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당연하게 아내에게도 애교를 부립니다.
이 여자가 성당에서 구둣발자국 깡! 깡! 대면서 걸어서 'sibal ssyang'을 연발해도 크게 욕하거나 따돌림 안 받아요.
그녀가 출연하면 재미있다며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 여자와 완전히 돌아서 웬수진 사람들도 몇 봤습니다만
그 상대방들은 조용히 이 여자를 피해다닐 뿐입니다. 이 여자는 오늘도 목소리 청청합니다.
희한한 일입니다, 최소한 저에게는요.
기가 센 사람이어서 그럴까요? 이 여자가 100미터 밖에서 보여도 저는 바로 그 아우라(??)를 느끼겠거든요.
저도 이 여자에게 좋은 말 칭찬만 해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