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1월 14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56
작성일 : 2014-11-14 07:43:38

_:*:_:*:_:*:_:*:_:*:_:*:_:*:_:*:_:*:_:*:_:*:_:*:_:*:_:*:_:*:_:*:_:*:_:*:_:*:_:*:_:*:_:*:_:*:_

그는 황량했던 마음을 다져 그 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집 크기에 맞춰 단단한 바탕의 주춧돌 심고
세월에 알맞은 나이테의 소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기둥 사이엔 휘파람으로 울던 가지들 엮어 채우고
붉게 잘 익은 황토와 잘게 썬 볏짚을 섞어 벽을 발랐다
벽이 마르면서 갈라진 틈새마다 스스스, 풀벌레 소리
곱게 대패질한 참나무로 마루를 깔고도 그 소리 그치지 않아
잠시 앉아서 쉴 때 바람은 나무의 결을 따라 불어가고
이마에 땀을 닦으며 그는 이제 지붕으로 올라갔다
비 올 때마다 빗소리 듣고자 양철 지붕을 떠올렸다가
늙으면 찾아갈 길 꿈길뿐인데 밤마다 그 길 젖을 것 같아
새가 뜨지 않도록 촘촘히 기왓장을 올렸다
그렇게 지붕이 완성되자 그 집, 집다운 모습이 드러나고
그는 이제 사람과 바람의 출입구마다 준비해둔 문을 달았다
가로 세로의 문살이 슬픔과 기쁨의 지점에서 만나 틀을 이루고
하얀 창호지가 팽팽하게 서로를 당기고 있는,
불 켜질 때마다 다시 피어나라고 봉숭아 마른 꽃잎도 넣어둔,
문까지 달고 그는 집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못 없이 흙과 나무, 세월이 맞물려진 집이었기에
망치를 들고 구석구석 아귀를 맞춰나갔다
토닥토닥 망치 소리가 맥박처럼 온 집에 박혀들었다
소리가 닿는 곳마다 숨소리로 그 집 다시 살아나
하얗게 바랜 노인 그 안으로 편안히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 길상호, ≪그 노인이 지은 집≫ -

* 한국일보 2001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1월 14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11월 14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11월 1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4445.html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나았다.

 

 

 
―――――――――――――――――――――――――――――――――――――――――――――――――――――――――――――――――――――――――――――――――――――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너무도 많다.”

              -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中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9723 혹시 변호사 시거나 법에 대해 잘 아시는분 댓글 부탁드립니다.... 6 도움요청드려.. 2015/07/01 1,024
    459722 지금 오븐에 있는 저 음식맛이 어떨려나요 5 에라 2015/07/01 988
    459721 제 늙은 반려견... 15 .... 2015/07/01 3,597
    459720 여러분 임시 82쿡에 개인정보 비공개로 돌리세요 7 Coffee.. 2015/07/01 1,868
    459719 누가 잘못한걸까요? 9 .. 2015/07/01 2,382
    459718 전세살다 매매해서 이사가는데 집주인이요.. 10 에휴 2015/07/01 3,567
    459717 스마트폰을 바꾸려는데요 3 2015/07/01 957
    459716 며칠전 부터 목구멍이 간질간질.. . . . 2015/07/01 1,054
    459715 이글보고,,갑자기 우울해졌네요..ㅠㅠ 2 딴지게시판링.. 2015/07/01 1,796
    459714 뉴라이트와 박근혜, 이명박, 김무성 3 심각하네요 2015/07/01 869
    459713 슈·임효성 세부여행 36 왜이럴까 2015/07/01 22,582
    459712 아프고 몸이 별로니 매사가 우울합니다 4 아프니 2015/07/01 1,533
    459711 이모뻘 되는 동네 아줌마가 카톡 친구하자고 하는건 왜 그런걸까요.. 4 아해 2015/07/01 2,469
    459710 동네 아줌마 친구한테 차인 거 같아요 9 어려워요 2015/07/01 4,507
    459709 메르스 상륙 1년전, 이 병원은 '메르스팀'을 꾸렸다 3 세월호 2015/07/01 1,398
    459708 아는 엄마가 올백한 중2아들 성적표 54 .. 2015/07/01 15,318
    459707 베스트글에 부러운사람 없다는 글, 과연 그럴까요 48 .... 2015/07/01 4,820
    459706 다진 쇠고기는 볶아서 냉동실에 넣는 게 좋을까요? 5 요리 2015/07/01 1,823
    459705 정형외과 약이 독한가요? 2 ........ 2015/07/01 2,853
    459704 친구 몸매 보고 깜놀한적 있나요?? 4 하철이 2015/07/01 5,569
    459703 아이고 귀 뒤쪽을 마구 찔러요, 미치겠어요 4 .... 2015/07/01 1,715
    459702 군대 제대하고 매달50씩 받는이유가 뭘까요? 3 모모 2015/07/01 2,653
    459701 갈치를 그냥 구우면 안되나요? 4 .. 2015/07/01 1,656
    459700 말로만 듣던 내새끼 기죽게 왜 야단치냐는 사람 경험.. 9 진짜있었음 2015/07/01 3,522
    459699 큰맘먹고 제주도로 이사왔어요. 뭐하고 지내면 좋을까요? 33 00 2015/07/01 1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