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정도면 살만하네

딸이 갑 조회수 : 1,923
작성일 : 2014-10-27 18:27:10
시댁은 종가이고 저는 맏며느리.
이십여년 전 시집왔을때만해도, 제사때마다 그 많은(종류도 종류지만 그 엄청난 양...) 음식들
만들고, 먹고, 치우고...온 손님들마다 손에 바리바리 음식 싸서 들려 보내는 것도 큰 일이었죠.
음식 장만하는 사이사이 좀 중요한? 손님들 오시면 그때마다 상 한번씩 따로 차려내야 했고 말이죠.
김장때도, 가락시장서 날배추 사다가(이백포기쯤 됐었나?) 절이고 씻고 속만들고 버무리려면
꼬박 이틀은 월차라도 내가며 담가야했었고요.
설엔 그 많은 만두, 일일이 만두피까지 밀어가며 빚어댔죠. 사는 만두피는 맛없다나 뭐라나 ㅡ.ㅡ
그러다 몇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제사준비 중간에 오는 손님들에게 한상식 봐서 안기는걸 안하기 시작했고(시간 맞춰 오라고
시어머니가 미리 전화를 쫙 돌리셨죠),
진심인지는 몰라도 일단 사양하는 손님에겐 굳이 음식을 싸주지 않구요. 그러자니 음식 양도 줄였죠.
김장도, 해남인가 어디에서 절여오는 배추로 바꿨어요. 정말 일이 반으로 줄었어요.
만두 역시 수년전부터는  찹쌀만두피를 사다가 빚게 되었네요.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바뀌게 된 계기.
어머니의 딸들...즉, 제 시누이들이 하나씩 시집을 간거죠.
저희같이 대대로 내려온 종가는 아니라도
어째껀 제사나 명절을 지내야하는 며느리가 된거예요.
게다가 금쪽같이 아끼고 그 딸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을 막내딸은
어느집 맏며느리가 됐구요.
시집간 딸들 한번씩 징징대는 소리 들을때마다 뭔가 깨달음이 있으셨던 모양이예요.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지요.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지...별개로 생각하고 고집 안 꺾으실 수도 있는데 말이죠.
작년부터 딸들은 김장 안하고 사 먹는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럴 일은 없지만, 대신 딸들에게 김장 한통씩 주시던거, 안 주신다네요.
덕분에 올해는 최소 절인배추 이십킬로는 덜 사도 될듯해요 ㅎㅎㅎㅎ

IP : 14.32.xxx.9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27 6:31 PM (122.32.xxx.12)

    이렇게 바뀌는 분들도..있지만..
    안 바뀌는...사람도..
    끝까지..딸은 딸이고..며느리는 며느리..
    울 시엄니가 이러세요...
    정확하게 딱 구분 지어 행동 하신다는...
    님 시어머님이 타고난 성격이... 좋으신분 같다면서..
    저희 시어머님은 타고난 성격도 장난 아니신데 거기에 어마무시한 시집살이가 더해져서...
    장난 아니시거든요...

  • 2. 맞아요
    '14.10.27 6:35 PM (14.32.xxx.97)

    제가 고마워하는 부분도 그거예요.
    수용할줄 아시니까 말이죠.히유...

  • 3. 맞아요
    '14.10.27 6:36 PM (14.32.xxx.97)

    히유...를 붙인 이유는 ㅋㅋ
    시누이들 늦게나마 시집 가 준게 너무 다행스러워서예요 ㅎㅎㅎㅎ

  • 4. 원글님도
    '14.10.27 6:44 PM (93.194.xxx.219)

    그 바뀜에 감사하는 맘을 가지신게 보기 좋네요...

  • 5. 어머나..
    '14.10.27 7:17 PM (58.140.xxx.162)

    그 연세에.. 진짜진짜 흔치 않은 분이세요. 그리 역지사지 하시고 생각만으로 넘어가지 않고 현실을 바꾸시다니요, 그것도 일가친척 여러 명이랑 관계되는 일인데..
    그래서..
    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 있다니깐요^^

  • 6. 어머
    '14.10.27 7:23 PM (14.32.xxx.97)

    진짜진짜 흔치 않은...정도인거군요? 와우~ 더욱 감사해야겠어요 ^^
    저까지는 최선을 다해보려구요.
    하지만 제 며느리들에겐 안 시킬랍니다.. 쉿!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6807 눈찡그릴때 보통 미간주름 안생기나요? 간주 2015/01/16 461
456806 40대 어떤 직장 혹은 아르바이트 다니시거나 하고 계세요 (받는.. 9 무주 2015/01/16 3,683
456805 무서운 세상.. 3 dma 2015/01/16 2,282
456804 김동호 위원장 아는 분 계세요? 15 ******.. 2015/01/16 1,725
456803 ”15만원 병사 월급으로 적금까지?” 희망준비금 헛발질 세우실 2015/01/16 552
456802 손석희앵커가 MBC에 남았더라면 1 aa 2015/01/16 900
456801 대상포진인가요? 5 피부 2015/01/16 1,540
456800 코코넛오일을 요리할때 사용해도 되나요? 7 코코넛 2015/01/16 2,141
456799 별 것도 아닌데 속상하네요 5 .. 2015/01/16 1,345
456798 빨간고기라는데요, 생선이름이 뭘까요? 31 생선 이름 2015/01/16 22,062
456797 알려 주세요 오일 2015/01/16 292
456796 취집하겠다는 생각이 나쁜 걸까요? 9 솔직히요 2015/01/16 5,684
456795 쌀미리 왕창 씻어서 보관해도 되나요? 7 ... 2015/01/16 3,953
456794 아이들 코에 피지 몇살부터 생기나요 2 . 2015/01/16 2,379
456793 왱알왱알 깡패 고양이 6 ... 2015/01/16 1,416
456792 결혼5년차가 되니.. 이제야 기혼친구들의 말을 알것같아요.. 23 5년차 2015/01/16 17,677
456791 세월호276일)아홉분을 기다립니다 .. 15 bluebe.. 2015/01/16 463
456790 jtbc 진짜 대단하네요.. 27 ㅇㅇ 2015/01/16 20,966
456789 고지식한 남편 5 콩깎지 2015/01/16 1,746
456788 저좀도와주세요 6 ㅜㅜ 2015/01/16 1,063
456787 월세 재계약서 쓰는 법 좀 알려주세요 2 월세재재계약.. 2015/01/16 3,784
456786 만화 아바타 아앙의 전설, 미국에서 반응이 어땠나요 4 .. 2015/01/16 779
456785 지방이 여성인권이나 견권(동물)이 낮은거 맞나요? 6 포항백구 2015/01/16 603
456784 ‘갑질 논란’ 위메프, 정규직도 수시로 잘랐다 2 세우실 2015/01/16 1,008
456783 병설유치원도 급여는 비슷한가요? 4 임용 2015/01/16 2,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