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을하늘 보다가 유치환의 행복

제인에어 조회수 : 2,307
작성일 : 2014-10-09 22:34:15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중고등시절 취미가 시외우기였어요. 국어공부는 안하고
시외우기 작가약력외우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찾아보기를 하면서 놀았죠.^^

그때 외웠던 시 중에 유치환의 행복이란 시가 있었네요.
대학 가서는 어둡고 날카로운 시를 외웠지만
청소년기 감수성에 유치환의 행복은 너무나 예쁜 시였네요.
나중에 유치환 시인이 실제로 애인이었던 여류시인에게 보낸 편지가 시로 발표되었다는걸 알고 더욱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구요.
하지만 더 나중에 알게 된건
유치환 시인이 유부남이었다는...
그걸 알고나니 이 시의 분위기가 확 깨지더군요.

 
IP : 119.195.xxx.23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14.10.9 10:37 PM (175.182.xxx.24) - 삭제된댓글

    시인의 아내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시였을거예요.
    행복은 얼어죽을....
    내막을 알고는 행복해 질 수 없죠.

  • 2. 가을 우체국 앞에서 -윤도현
    '14.10.9 10:41 PM (211.207.xxx.143)

    https://www.youtube.com/watch?v=dIY6y5f98qk

  • 3. 가을되면
    '14.10.9 10:53 PM (182.231.xxx.93)

    늘 찾아듣는 노래인데
    윗님 덕분에 한번 더 들어요

    고등때 이백원짜리 연습장 표지가 시 가 많았는데
    시 를 외우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 4. 고등학교때
    '14.10.9 11:29 PM (223.62.xxx.103)

    국어선생님이 정신적인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시면서 배운 시였고, 한참 토론했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0264 끝이 없는 '민생 삼재' 출구 없는 서민의 삶 1 세우실 2014/10/29 456
430263 바자회 - 양심선언 합니다 14 누구였을까요.. 2014/10/29 2,947
430262 척추측만증과 보험 7 아이 2014/10/29 1,520
430261 청소기 1 쎄쎄 2014/10/29 393
430260 영어 고수님 도움 부탁드려요. 6 wonder.. 2014/10/29 634
430259 개념없는 미혼언니 8 행복한삶 2014/10/29 2,401
430258 백내장 수술 해 보신분 가벼운 수술인가요 8 주변에서 2014/10/29 2,231
430257 차 가져가면 많이 지체될까요? 5 조문객 2014/10/29 615
430256 엡손 TX 113 을 쓰는데 검정색만 따로 구매할수 없나요? 1 어쩌나 2014/10/29 390
430255 황정음의 끝없는 사랑,보신 분 찾습니다. 6 이제야 보다.. 2014/10/29 1,180
430254 아프니까 청춘? 아프게 늙어가는 88세대 4 청년빈곤대예.. 2014/10/29 1,760
430253 세월호 시체1구 인양 이상하네요 8 dddd 2014/10/29 4,128
430252 아침부터 선전 보고 (한숨...) 찜찜해요. 3 아침 2014/10/29 1,234
430251 멍때리는거 병인가요? 10 질문 2014/10/29 2,705
430250 친정복 8 2014/10/29 1,744
430249 숭례문 단청 부실시공…단청장·공무원·감리사 '합작품' 2 세우실 2014/10/29 396
430248 베란다 유리창에 글래스시트 붙이는거요~~ 3 ,,,, 2014/10/29 879
430247 랍스타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14 맛있나요? 2014/10/29 2,230
430246 전세금 대출금을 수표로 주기도 하나요? 4 급질문 2014/10/29 781
430245 조금더러움)치질때문에 피가계속 나는데 ‥ 8 .. 2014/10/29 1,806
430244 압력솥에 수육하는 방법 알려주세요.. 5 ... 2014/10/29 2,931
430243 한화팬분들 질문드립니다(야구) 15 ㅇㄷ 2014/10/29 922
430242 일반인조문객이 어제 삼천명은 됐나네요 9 ㅡㅡ 2014/10/29 1,951
430241 김장김치 주문해야 하는데요....추천좀 부탁드려요... 10 김장 2014/10/29 2,636
430240 뉴욕타임스, 세월호 295번째 시신 발견 보도 3 홍길순네 2014/10/29 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