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보에게

최대한 아름답게 조회수 : 908
작성일 : 2014-10-06 10:13:46

여보에게,

이제 자기도 편하게 살아.

얼굴만 봐도 진저리가 날 정도로 애증이 넘치게 되었지만

애시당초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빨리 헤어졌더라면 어땠을까 싶어.

 

만난지 얼마 안되서 어디가서 잠시 인사만하고 온다며

주차장 차 안에 나를 놔두고 한시간반이 넘도록 전화한통도 없이

그냥 방치했던 당신.

그 때  알았어야 했어. 그 때 자리를 박차고 당신과의 관계를 끊었어야 했어.

온 세상의 중심이 자기이고 서로가 살면서 따뜻한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유전자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당신이 당신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둬야 했어.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울고 투닥투닥도 결국 그렇게라도 하면 알아줄까 라는 기대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닐까?

당신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보다 정말 별로인 사람이구나라는 느끼게 해줘.

 

그렇지만 내가 모자라서 당신이 날 그렇게 대했다고는 생각 안할거야.

당신은 누굴 만나서 살아도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고 생각할거야.

 

이해하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만 했네.

세월이 지나면 함께 웃었던 일도 생각이 나긴 하겠지.

 

레고도 버전이 있는데 우린 같은 레고라는 사실만으로 버전도 안맞는데 맞추어 보려고 삽질만 한 것 같아.

이제 공동양육자로서 아이에 대해 집중하자.

아이의 충격, 상처 이런 거에 집중하자.

어차피 서로는 안되는 거 아니깐 지금와서 니나 어쨌고 내가 어쨌고 그런 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당신도 당신입장에선 할만큼 한 거고 나도 내 입장에서 할 만큼 한 거 아닐까.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 있겠지만 그거 꺼내서 나누지 말자.

더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자.

나도 아이의 아빠가 행복한 사람이길 원해.

최대한 아름답게 헤어지자.

 

 

-------------------------------------------------------------------------------------------------

 

이렇게 편질 써서 보내려고 하는데요. 잡는 걸로 오해할까봐 망설여지네요. 저는 정말 이제는 끝을 맞이하려고 하거든요.

IP : 112.152.xxx.1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6 10:44 AM (112.167.xxx.247)

    저랑 비슷하신거 같은데...
    이제와 저런게 무슨 소용일까요.
    저는 정말 감정이고 뭐고 없어요.
    애아빠의 행복..이런것도 제겐 사치.
    그냥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나..이런게 고민이죠.

    저라면
    그냥 원하는 것만 깔끔하게 쓸거같아요.
    애한테 잘하기 위해 어떤식으로 생활할지..구체적으로.(예를 들어..월1회, 주1회..이렇게)

    그래도 그댁 남편이 애한테는 잘하려고 하나봅니다.
    경제적인문제도 별로 없고..

  • 2. 원글
    '14.10.6 10:49 AM (112.152.xxx.18)

    경제적인 문제 많구요. 아이에게는 잘해요.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저랑 너무 안맞죠.

  • 3. 원글
    '14.10.6 10:57 AM (112.152.xxx.18)

    잘 헤어지는 거에 집중하기로 합의는 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8463 왜 자기 직업들을 디스할까요 12 2014/10/23 2,139
428462 외풍차단공사 해보신분 계신가요? 제발 2014/10/23 847
428461 판교사고 사망자중 부부보면 진짜 인명제천인건지.. 1 헐.. 2014/10/23 3,464
428460 서울지역 45평 전세 5억정도 하는 곳 좀 찾아주세요 4 전세 2014/10/23 1,881
428459 추억이 방울방울 2 봉주르 2014/10/23 467
428458 이불 뭐 쓰시나요? 추워요 7 이불 2014/10/23 1,979
428457 구스이불 사려고하는데 벌레생기진 않죠? 1 구스 2014/10/23 1,267
428456 냉동도 가능? 젓갈 만들기.. 2014/10/23 282
428455 신해철씨 1차 수술받았던 S병원 34 의혹 2014/10/23 44,405
428454 패키지 해외여행가면 돈 쓸 일이 별로 없죠? 8 환전 2014/10/23 2,179
428453 상체가 아파요, 어떤 병원 가야하나요? 욱신 2014/10/23 650
428452 시장에서 산 따뜻한 두부 먹으려면 다시 삶아야하나요... 14 화양연화 2014/10/23 3,204
428451 앞으로 월세 시대가 온다면 집을 사는게 나을까요? 10 dma 2014/10/23 2,920
428450 발이 차고 시려우신 분들 집에서 뭐 신고 계세요? 15 //// 2014/10/23 2,622
428449 칼 말인데요.. 1 대장간 2014/10/23 617
428448 교원평가 선생님이 누구엄마가 했는지 아시나요? 5 ... 2014/10/23 1,542
428447 나이로 제한안두는 직업이나 직장이 5 as 2014/10/23 1,219
428446 반전세인 경우 부동산 수수료는? 2 수수료 2014/10/23 818
428445 사먹는 군고구마맛이 안나요 8 집고구마 2014/10/23 1,558
428444 고등 아이 동복 재킷 하나 더 사고 싶은데 3 장미 2014/10/23 532
428443 잠원동 사시는 분.. 장은 어디서 보시나요? 7 잠시 익명 2014/10/23 2,516
428442 월세 시대? 7 .. 2014/10/23 1,475
428441 율로 시작되는 여아 이름요~ 33 ᆞᆞ 2014/10/23 4,630
428440 볼거리(질병)로 학교안가는 고3 . . 2 아랫동네 2014/10/23 886
428439 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2 그만자자 2014/10/23 1,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