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구마 먹는 깡패고양이

..... 조회수 : 1,117
작성일 : 2014-10-05 13:13:15

어제 친구네 밭에 가서 고구마를 캐었어요. 저는 고구마가 수직으로 땅에 박혀 자라는 줄은 몰랐네요. 제 팔뚝만한 놈들이 깊이 박혀 있어서 호미와 삽으로 파냈지요. 친구 부모님이 한 박스씩 싸서 주셨어요. 지금 방바닥에서 잘 말리고 있습니다.

친구는 참 좋은 성격인데 부모님 뵈니 친구가 부모님 닮아 그렇게 여유있고 맘이 넓다는 걸 알았어요. 평소에 남을 잘 챙기는데 부모님이 딱 그러시더군요. 딸 왔다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두리번거리시고, 딸이 차 댈 자리까지 봐주시네요. 저기 그늘에 차 넣으라고 하시고 본인들 차는 땡볕에 대셨어요. 친구도 응 아빠, 그러고 당연한 듯 차를 대는데 참 보기 좋았어요. 직장에선 서로 긴장하고 배려하려고 하느라 마음이 편치 않은데, 맘 턱 놓고 내키는대로 하는 친구를 보니 저까지 마음이 편해져요^^

부모님은 농작물을 바리바리 싸주시면서 이건 누구 주고, 이건 누구랑 나눠먹고, 시어머님한테 잘하고, 열심히 뭐뭐 하고, 하시면서 끊임없이 챙기시는데 그것도 참 우리 엄마 같고 좋았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 삶은 고구마를 깡패와 나눠먹었지요. 너무너무 잘 먹습니다. 더 내놓으라고 제 손을 휙휙 잡아채고 난리에요. 예전에는 사료 안 먹으면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고기도 주고 고구마도 주고 그럽니다. 뭐 처방사료에도 염분이 있다는데 고기나 고구마 먹고 탈이 나진 않겠지요. 어쩐지 돼지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고 쇠고기는 날 것도 너무 좋아합니다. 김이나 다시마도 먹는, 식성 좋은 고양이인데. 다시마 봉지는 깊이 감춰놨어요. 너무 짜서.

고구마가 많아서 한참 먹겠어요. 내일 구워서 깡패와 나눠먹고 직장에도 가져가야겠어요. 직장에서 뭔가 대단한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은 거라도 꾸준히 하려구요. 처음에 왜 이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그 동안 좀 잊어버렸었어요.

IP : 222.111.xxx.2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입가에
    '14.10.5 1:53 PM (101.115.xxx.54)

    미소가 지어지는 글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 2. ..
    '14.10.5 2:07 PM (218.209.xxx.105)

    요 맘때 시골가면 참 넉넉해집니다.
    여유로운 햇살도 좋고 이것저것 마음 나누기에도 괜찮죠.
    일주일 전엔 냥이가, 챙겨준다고 하는데도 변비 증상이 있어서 고구마를 일부러 사와서 냥이한테 줬는데 좀 먹더군요.
    병원에서 수의사가 누군 요거트도 줘보고, 고구마도 줘보라고 했다는데 이것저것 챙겨 먹일려니
    귀찮음이 밀려오네요.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5345 샐러리 남은 거 어떻게 보관하세요? 4 colla 2014/10/12 1,421
425344 미국인 영국인 합 9명과 한국인 10명이.. 야외에서 간단하면.. 10 메뉴 고민중.. 2014/10/12 2,867
425343 세상에 이런일이, 보고 엉엉 울었어요. 가을비 2014/10/12 1,634
425342 플레쉬몹인데요 잠시 즐겁고 싶으신 분 보시라구요 ^^ 4 맘마미아 2014/10/12 510
425341 정수라 운동 열심히 한 몸 맞죠? 4 콘서트708.. 2014/10/12 2,695
425340 대중교통 요새는 자리양보 안하는 추세인가요? ㅜ 49 자리 2014/10/12 3,899
425339 유아동의류매니져 하고싶은데.. 1 .. 2014/10/12 452
425338 압구정백야 10 겨울 2014/10/12 2,882
425337 명주솜 3.0kg 어떤가요? 5 겨울이불 2014/10/12 1,279
425336 세곡동 사시는 분들 살기 어떤가요? 1 ㅈㅁ 2014/10/12 2,398
425335 남편 양복 위에 입을 캐시미어 코트 직구하고 싶은데 추천바랍니다.. 9 ^^;; 2014/10/12 3,768
425334 아이허브사이트 한국판매금지로 뜹니다 35 5년후 2014/10/12 21,179
425333 영통 망포역 이편한세상이요~ 3 2014/10/12 3,402
425332 남편이 큰병일까 걱정입니다 11 . 2014/10/12 3,848
425331 입이 가벼운 사람 19 2014/10/12 10,837
425330 효자는 부모가 만들어내는 듯 6 2014/10/12 3,286
425329 잘모르는 공중도덕 9 매너 2014/10/12 1,167
425328 텔레그램 = 빨갱이 곧 나올듯 10 하하 2014/10/12 2,215
425327 항암치료를 받은지 하루 지났습니다 13 두려움 2014/10/12 5,552
425326 소고기로 국 끓일때요 기름 어떻게 하세요? 4 collar.. 2014/10/12 1,238
425325 공맞아서 눈 밑 혈관이 불룩하게 나오고 퍼래졌어요 1 응급처치 2014/10/12 427
425324 첨가물 안들고 고급스런 맛 나는 코코아 없을까요? 9 ... 2014/10/12 2,607
425323 세월호180일) 더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자님 부릅니다! 16 bluebe.. 2014/10/12 400
425322 지금 sbs 엄마의 선택이요 5 아아 2014/10/12 3,112
425321 주택연금 받고 있는 분 계신가요? 1 주택연금 2014/10/12 1,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