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입 닫은 동료...

갱스브르 조회수 : 1,326
작성일 : 2014-09-25 23:22:14

큰 싸움이 있었다

상근직이 아닌 나로서는 어쩌다 한번 보는 동료들이라 처음엔 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케익 사들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윗돌 같은 공기가 문 입구부터 시위를 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때론 침묵이 더 시끄럽다

이럴땐 눈치 빠른 게 더 안 좋다

저쪽에 그리고 이쪽에 총만 안 들었지 서로를 철저히 거부하는 그들 앞에서 어정쩡한 나와 케익은

너무 우스꽝스럽고 촌시럽다

아마 며칠 전 새로 들어온 친구가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감정 싸움이 있었는 모양이다

가끔 있기 마련인 신입의 통과의례는  박힌 돌을 사정없이 들쑤시곤 할 때가 있다

세대가 다르고 자의식도 강하고 게다가 개성이 존중되어야 할 일의 성격상

만만한 아이가 아니란 것쯤은 알았지만 벌서 일주일 넘게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다는 거다

어느덧 우리 셋은 마임을 하고 있다

밥은 먹었냐고... 손을 입에 대고 먹는 시늉을 하자 다들 고개만 끄떡...

눈으로 턱으로 서로 상대를 가리키며 혀를 내두른다

질렸다는듯이...그걸 다 알아듣는 나도 신기하다

난 케익이 먹고 싶다 ..그 와중에...ㅠ

어차피 다음 약속을 위해 공중에 붕 뜬 시간을 채울겸 빵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달작지근한 대화도 나눌 기대를 했었는데...

한데 보아하니 벌써 저 둘은 그냥 그런대로 침묵 전쟁에 길들여져 있다

그건 어느 하나 사과와 반성은 없다는 자포자기의 무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어쨌든 그럼에도 사무실은 돌아가니까

케익 먹자고 조용히 간절하게 채근을 했지만 혼자 먹어야 할 분위기다

정말 먹어야 겠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까망베르 치즈케익이라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다

3조각...

남은 2개를 남겨야 하나 어쩌나

한 숟갈 뜰 때부터 이걸 내가 다 먹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쾌감이 있었다

내 먹는 소리 감추려 라디오를 켰더만

마침 국악방송의 춘향전 중 쑥대머리가 흐른다

주파수를 바꾸기엔 먹고있는 나와 삐친 동료들 사이의 거리가 휴전선 DMZ 같다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걸 알게 된다

뻘쭘해질수록 더 그 상황으로 빨려들어간다

한 명이 화장실 간 사이 남아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들?...

일자로 닫혀있던 입이 열린다

모르겠어요 저두 저 분이 왜 말 안하는지...

이건 뭐..치킨게임두 아니구, 다 큰 어른들이 뭐 하자는 건지..라고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중간에 낑겨서 찌그러지느니 맛있는 케익이나 먹고 얼른 뜨자 하는데

그 친구가 묘한 말을 한다

분노도 미움도 빠진 선승처럼

이게 더 편해요..라고

순간 왜 슬프지?...

올라갈 수 없는 산이 턱하고 내 앞에 있다

IP : 115.161.xxx.209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6045 남이 잘못되니까 옆사람들이 행복한가봐요 5 절망 2014/10/15 2,011
    426044 "MB의 종부세 인하로 부동산부자에 14조 혜택&quo.. 2 샬랄라 2014/10/15 441
    426043 알바 식사는 제공되지 않나요? 2 안알랴줌 2014/10/15 1,246
    426042 여자 혼자 밥 먹는데 뒤에서 험담 한다는 글을 읽으니 6 현명한 언니.. 2014/10/15 2,182
    426041 눈★이 러닝센터 센터장이나 교사로 일하시는 분 계신가요 질문요 2014/10/15 613
    426040 기운없고 힘들때 링거 맞으면 기운 나나요? 3 ..... 2014/10/15 4,787
    426039 세월호는 구조작업을 서서히 발뺄려고 한다네요. 1 여론악화 2014/10/15 697
    426038 먹성이 좋은 깡패 고양이 13 nana 2014/10/15 1,736
    426037 나는야 슈퍼맨 짠. 이 노래 음원 어디서 구할까요? 오미자 2014/10/15 513
    426036 아모스03 트리트먼트 9 겨울이네 2014/10/15 4,192
    426035 친환경 드럼세제 추천 부탁드려요~ 1 추천 2014/10/15 821
    426034 콘도 키즈클럽에서 당했던 봉변 4 강가딘 2014/10/15 1,390
    426033 한국은 서민이 살기 좋은나라라고 생각하나요? 11 ㄴㄴ 2014/10/15 1,987
    426032 큰일 났네요. 우리나라 핵피아 문제... 1 충격 2014/10/15 578
    426031 무료 꿈해몽 할 만한데 있을까요? 1 아리 2014/10/15 628
    426030 문득 책임이라는 게 어렵단 생각이 드네요. 1 세상 2014/10/15 286
    426029 아토세이프 주방세제 이거 괜찮나요? 머리아픔 2014/10/15 865
    426028 ...매우 놀라운 자료를 공개합니다. 3 닥시러 2014/10/15 1,176
    426027 우리나라 문화가 전반적으로 3 ee 2014/10/15 670
    426026 7-8살짜리 남아 저렴한 선물 아이템 추천부탁해요. 4 오늘은선물 2014/10/15 451
    426025 입냄새...양배추즙으로 없앨수있나요? 6 ... 2014/10/15 7,285
    426024 인터넷 ,TV.상품 돈많이주는곳 아시는분~~ 2 혹시 2014/10/15 644
    426023 경복궁 야간개장 성공했어요 ㅎㅎ 3 만세 2014/10/15 1,591
    426022 친정엄마와의 갈등, 조언 부탁드려요. 8 파란나무 2014/10/15 5,188
    426021 게시판에 나왔던 마스카라 샀어요. 마스카라 2014/10/15 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