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반장 선거 나갔어요.
평소 나름 생활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예선에서는(지원자 많아서 추천 5명 이상) 통과 후에
정작 결선에서는 자기 찍은 달랑 한 표밖에 안 나왔다해서
아이 앞에선 그냥 그럴 수도 하긴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 ..(무슨 문제인나?)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아이와 그 이후로 이 문제로 일절 언급한 적은 없구요.
담임샘에게 살짝 여쭤보니
결선에 올라 첫번째 1번 후보로 앞에 서서
지지 호소? 유세?발표를 했는데,
잔뜩 긴장해서 자기 이름 소개만 하고 후다닥 들어갔다 하더라구요.
그 뒤로 나온 아이들은 공약도 말하고 웃긴 이야기도 하고 ..
아뭏든 아직은 저학년이니 그런 발표가 영향을 많이 끼친 거 같다고
학교 생활은 별 문제 없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 말씀 듣는 순간...
콧 끝이 찡한게..ㅠㅠㅠ 넘 마안해지는거에요.
실은..
선거 전날 이번에 나가볼까??! 하길래 그래. 잘 해봐!!!
그런데 앞에 나가면 뭐라고 할꺼야? 물어보니
음..
난 야구를 좋아하니 체육 시간을 왕창 늘려서
야구 많이 하게 해주겠다고 할꺼야!
제가..ㅠㅠ
거기서 그만 큰 실수를 햇어요.
물론 그 땐 몰랐지만요.
에잇. ...너가 무슨 선생님이니? 하하.
그건 선생님 권한이잖아. 반장은 체육 시간 늘리는 거 못해.
^^;; 그런가....
하구서는 ..말았어요.
처음으로 선거에 나가는 건데
용기나 격려는 못할 망정...
완전 아이 기를 너무 죽여놨었었네요.ㅠㅠ
선생님 실은요..
하고 그 전날 이야기 말씀 드리니
아..그래서 그랬군요. 하고 이해해 주시네요.
그냥 그럴 땐
아이들이 설사 말이 안되어도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게 두었다면
다른 결과 나왔을 거라고 하세요.
꼭 반장..임원 이런 타이틀이 문제가 아니라
제 생각에도
아이들 지지를 하나도 못 받을 지경까지는 만들지 않았을꺼 같아요.
아. 참.ㅠㅠ
아이 키운다는 건
정말 ..먹고 재우고의 문제가 아니라
저도 같이 늘 긴장하고 배워야 하는
그런 마음으로 대해야 할 거 같아요.
아이 오면
차근차근 이 것에 대해 대화 좀 나눠야겠어요.
미안했다는 마음도 전하고
혹시 다음에 나가고 싶다면,
이런 바보같은 짓 절대 하지 않을래요.
또 내년엔 어떤 모습으로 클 지는 모르겟지만요.
하찮고 바보같은 글이지만
그래도 첫번째 아이를 키우는 건 늘 신세계 같을 누군가에게는
도움될까 싶어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