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에 오시는게 목적은 아니셨구요.
막내 이모부님이 지방에서 올라와서 수술하셨는데 병문안 오신거예요. 병원이 저희집에서 20~30분 거리더라구요.
터미널에 막 내리셔서 저한테 전화하셨는데, 하필 저는 애들데리고 머리하러 나가서 막 파마약 중간쯤 바르는 중이었고, 남편은 전날 회사당직서고 집에서 자고있었어요.
출발하기전에라도 전화주셨으면 미용실은 안갔을거고, 그럼 제가 두분 모시고 병문안 갈 수 있었기에
"에잉~어머니~휴게소에서라도 전화하시지~ 저 세시간은 걸리는데 어떡해요~~"
"아니다 혹시 뭐하나 싶어서 전화한거야~집전화도 안받길래. 추석때 머리 이쁘게 하고 와라. 내려가는표도 끊었으니까 신경쓰지말고 일봐~~" 그러시네요.
제가 머리 다 하고 전화드리기로 하고 두분은 병원으로 가셨어요.
머리하고 후다닥 집에가서 전화드렸더니 작은 이모님 아들이 와서 같이 점심먹으러 가는중이라고 그러시네요.
식사하시고 연락하신다고 하셔서 저는 미리 저녁준비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안오는거예요.
그래서 전화드렸더니 벌써 터미널에 가셨다고...차시간 세시간이나 남았는데, 두분이서 터미널에서 말씀나누시다가 가신다고 신경쓰지 말라시네요.
후다닥 챙겨서 터미널로 갔죠. 표 환불하시고 저희집에서 주무시고 가시라고 그래도 , 다음날 교회가야하니까 내려가신대요.
저희가 2년마다 전세로 옮겨다니고 있는데 저번집도, 이번집도 안와보셨거든요. 명절때 얼굴보면 된다고, 집 멀다고 안오세요 ㅠㅠ
올해말에는 집사서 이사하니까 그때나 한번 초대하라고 하시네요.
그럼 저녁 사드린다고 했는데 (터미널에서 저희집이 또 30분은 걸리기때문에 모시고 왔다갔다할 시간은 안되거든요) 점심 늦게먹어서 휴게소에서나 사먹을거라고 싫으시대요.
억지로 두분 모시고 커피숍 가서 생과일쥬스 사드린거밖에는 제가 한게 없네요.
거기도 돈아깝다고 안가신다는데, 어머니~아들며느리랑 언제 커피숍 다녀요~이럴때나 나와서 먹지, 이런날 아니면 저희애들도 이런거 못얻어먹어요~~하고 겨우 모시고 갔어요.
이런저런 수다 떨면서, 혼자벌어서 애둘 키우면서 집사려면 안사람이 살림 잘했을거라고 칭찬들으면서 두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우리어머닌 어쩜 저렇게 쿨하시냐고, 다른어머니들 같았으면 전날부터 전화하셨을거라고, 진짜 우리어머니같은분이 어디있냐고 남편한테 그랬네요.
효자....는 아닌 저희 남편은 어머님이 이모부님 병문안 가보라고 하셨다며 골치아프다고 그러네요.
이미 시간은 오후 7시, 다음날 일찍 회사가야하고 주중에 계속 야근해야하고 게다가 돈이 없어서 신경이 쓰였나봐요.
그냥 잠깐이라도 음료수 하나 사서 갔다오자고 꼬셨어요. 수중에 있던 현금은 모두 어머님 드렸고 통장도 제로라서 봉투는 준비 못했구요.
이모님 두분 다 시댁과 같은지역에 사시지만 결혼 12년동안 서너번밖에 뵌적 없어서 이럴때라도 찾아뵈어야겠더라구요.
병원에 갔더니 이모님이랑 이모부님이 어찌나 반가워하고 저희애들 예뻐하시던지...가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저녁사주신다는거 겨우 뿌리치고 나왔네요.
막내이모님도 저희 집샀다는 얘기 들으셨다고, 고생많았다고 칭찬해주시고, 어쩜 조카며느리는 결혼할때랑 얼굴이 똑같냐고 하나도 안변했다고, 애들 이쁘고 늘씬하게 잘 키웠다고(이건 아빠닮아서^^) 그러시네요.
시어머님도 저 편하게 해주시려고 하고, 시이모님들도 잘 해주시고.
어머님이랑 별거중이신 시아버님이 저희랑 합가하고 싶어하셔서 쪼금 골치아프긴 하지만, 이정도면 저 복받은 며느리 맞는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