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운명의 날이 74일 남았네요

조회수 : 2,000
작성일 : 2014-08-31 21:02:50
나이 많은 수능 수험생이에요
이곳엔 저보다 높은 연배의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사람 치고는 상당한 나이입니다
제 친구들은 빠른 사람은 벌써 대리를 다는 시점이니까요

누구나 인생엔 굴곡이 있고 위기가 찾아오지만 최근 몇년간 저는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죽고싶다란 생각만 했었는데 그래도 몇달 전 수능공부 시작하고부터는 적어도 그런 류의 고민은 좀 덜어졌던거 같네요
대신 굳어버린 머리를 원망하며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하루가 멀다하고 화장실에서 혼자 울기는 했었지만요

시작할 땐 정말정말 성적이 나빴는데 그래도 몇달간 살도 10키로씩 빠져가며 매달린 결과 제가 목표로 했던 성적이 가시권에는 들어왔어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이제 겨우 70일여 남았는데 말이죠...

죽어라 페달을 밟아야 할 이 시점에 슬럼프가 찾아온 거 같아요
거의 일주일째 책상 앞에 앉아만 있고... 그나마도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서 괜히 나가서 서성거리다 들어와요. 그러면 시간을 허비한 스스로에게 화가나서 그 초조함으로 공부가 더 안되고... 

저는 특히나 수학을 정말 못하는데요
하루에 10시간씩 수학책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뇌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요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무엇을 붙잡기 위해 그나마 여기서 덜 뒤쳐지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하고 있나
어차피 너는 따라가지 못해
어차피 너는 평생 열등감에 휩싸여 살거야
네가 이런다고 해도 떠난 그 사람은 너에게 돌아오지 않아

이런 투정어린 철없는 생각만... 정신을 못차리고 하고 있어요
이 판국에 말이죠... 아직 저는 덜 혼났나봐요 이러고 앉아있는걸 보면요

혼자서 공부중이라 어느정도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공부시간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요
각자 자기가 오늘 몇시간 공부했고 언제 독서실에 와서 언제 집에 가는지 서로 공유하고 자극받는 모임이에요
실제로 만나지는 않고 카톡으로 하죠

저보다 한참은 어린 친구들이... 예전에 술한잔 같이 한 적 있는데 어찌보면 저보다 훨씬 더 반짝반짝 빛나고 설혹 올해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많은 기회가 남아있는 친구들임에도 저보다 훨씬 열심히 하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반성을 참 많이 했는데... 왜 그 반성이 실천으로 이어지지를 않는 건지...

오늘도 독서실에 앉아있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서성거리다가 결국 집에 일찍 돌아왔어요
공부 시작하면서부터 부모님과 다시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다 된 부모님을 보니 시간의 흐름이 더 무섭게 느껴지네요


사실 가장 무서운 건 제가 올해 입시에 성공하게 되더라도 뭐가 바뀔까
행복해질수 있을까
다시 기운을 낼 수가 있을까
자신이 없다는 거에요


...
그래도 이런 고민조차 지금은 사치이니 일단은 무조건 박차를 가해야 겠죠
일단 수능 잘보고 나서
고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겠죠
그래도 생각을 멈추기가 힘드네요
왜 이리 수학은 어려운지
고등학교 수학이 어려운게 왜 이렇게 나를 슬프게 하는지... 이 나이에..



IP : 207.244.xxx.1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사람
    '14.8.31 9:08 PM (182.216.xxx.27)

    제 주변엔 32살에 수능봐서 교대들어가 지금 초등교사하고 있는 사람 있어요. 늦게 시작하면 목적의식 확실해 더 잘 하더라구요. 힘내시고 수능 잘보시기 바랍니다.

  • 2. ..
    '14.8.31 10:25 PM (211.187.xxx.92)

    잘 되실거에요!! 걱정마세요!
    일단 격려부터 드리고 싶어요.^^

    여력이 되시면 수능전까지 수학은 과외라도 받아보세요.
    돈은 좀 들더라도 그래봤자 2달여 남은거니까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세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2800 원룸 가구좀 봐주세요. 12 자취생 2014/08/31 2,287
412799 왼쪽 겨드랑이에 멍울 4 모카롤케이크.. 2014/08/31 2,752
412798 치매초기일까요? 2 ... 2014/08/31 1,837
412797 재혼하면 생활비는 어떻게 하나요? 777 2014/08/31 2,441
412796 (상담)더 좋은집 이사갈 형편되지만 싫은건 뭘까요 15 가을이네요 2014/08/31 3,242
412795 개미때문에 나무가 죽기도 하나요? 1 ㅠㅠ 2014/08/31 836
412794 교사들은 연금이 있어서 좋겠어요 72 ... 2014/08/31 17,233
412793 신촌에서 잠시나마 즐기기~ 5 은새엄마 2014/08/31 1,065
412792 운명의 날이 74일 남았네요 2 2014/08/31 2,000
412791 사마귀 제거 문의 8 hkakw 2014/08/31 2,264
412790 깡패 고양이 대기 중 4 ^^ 2014/08/31 1,608
412789 위로 받고 싶어요.. 7 괴롭다 2014/08/31 1,404
412788 드럼세탁기에서 다우니쓰시는분 잘 내려가나요? 5 ,,,, 2014/08/31 2,424
412787 소방서에서 심폐소생술 배우다 내가 쓰러질 판.. 7 힘들었어요... 2014/08/31 2,057
412786 요즘 이런스커트 입으면 더워보이나요? 2 dd 2014/08/31 1,373
412785 카스테라.. 반죽을 꼼꼼히 섞으면 떡되고 5 밀가루 2014/08/31 2,066
412784 왕징 북경에서 많이 먼가요?? 7 -- 2014/08/31 975
412783 예단으로 유기그릇.. 9 조언 2014/08/31 2,877
412782 불쌍한사람 이라고하면 .. 보통... 아이린뚱둥 2014/08/31 737
412781 [펌] 김C 이혼 비하인드 스토리 43 ..... 2014/08/31 97,196
412780 울샴푸로 거의 모든 것을 세탁하는 사람인데요 2 드럼드럼 2014/08/31 2,912
412779 이런경우어쩌시겠어요 2 뿜뿜이 2014/08/31 773
412778 장보리.... 3 예상 2014/08/31 2,551
412777 미국에서도 파닉스 가르치나요? 6 미국 2014/08/31 2,606
412776 이젠... 안녕... 15 건너 마을 .. 2014/08/31 5,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