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무뚝뚝하고 말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진중하다기보다는 본인이 해야 할 말 외에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아요. 본인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얘기는 엄청나게 오래, 길게, 자주 합니다 (정치나 경제, 회사 내 고충 정도?)
반면에 저는 말도 엄~~청 많고 표현도 많고 눈물도 많고 감정 기복도 심해요. 제 스스로 미성숙한 인격이다 생각은 하지만 바꿀 수 없으니 장점만 극대화하고 살자, 노력하고 있고요.
요즘에 아침에 남편과 함꼐 출근하거든요. 차를 타고 한 30분 정도 함께 이동한 후에 어느 지점에서 헤어지는데 남편은 도착할 떄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다거나 아주 간단한 얘기만 해요. (오늘 늦을지도 몰라. 이런 정도) 저는 손잡고 장난도 치고 주변 풍경 얘기도 하고, 시시콜콜 얘기하는데 남편은 그런 게 귀찮대요.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냐면서요. 심각한 표현은 아니고 장난처럼 웃으며 얘기하는데 귀찮아 하는 건 팩트...
그래서 제가 너무한다. 당신은 감정적으로 폭력적인 사람이다. 그랬더니 또 웃으면서 감정 변화가 없는 사람은 절대 병이 아니래요. 그러면서 아이고~ 감정 기복이 또 시작되었다면서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놀려요.
저도 기분 나빠서 툭 쏘아붙여주면서 상대의 감정을 전혀 이해 못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소시오패스가 되는거야! 이랬고남편은 아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한다~~ 이러고 말았어요.
대화 중에 다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서로 웃으면서 반장난식으로 쏘아붙였는데 그 이후에 제가 기분이 안좋더라고요. 하루에 보고 얘기하는 시간이 아침 저녁 한시간 남짓인데, 어차피 같이 오가면서 얘기도 하고 도란도란 가면 좋잖아요. 그렇다고 피곤해서 자는 것도 아니고 계속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죠.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중간에 헤어질 떈 서로 말도 없이 썡 갈라섰네요.
남편은 남편 말대로 감정 기복이 없는 사람이라 집에 와서도 그냥 본인 할일만 합니다(99%는 휴대폰 보기. 1%는 휴대폰으로 야구 경기보기)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요. 저는 옆에 가서 애교도 떨고 남편 치켜세워주기도 하고 (밥 차려주면서 수랏상입니다요 마마~ 이런거요.) 그래도 별 반응이 없어요. 그냥 쓱 보고 마는 정도...
사랑이 표현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남편이 늘 미적지근한 감정상태니 저도 점점 지쳐가요. 오늘 아침에는 출근하면서 나도 더 이상 남편에게 살갑게 굴지 않겠다... 다짐했어요. 상대를 향한 저의 애정과 관심이 그냥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는 기분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