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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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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다녀온 이야기

... 조회수 : 1,839
작성일 : 2014-08-18 15:40:31

지난 주말에 시댁 벌초에 다녀왔어요.

 

당일 아침 새벽 5시에 시부모님을 픽업하여 시골 근방까지 갔더니

저는 잠이 부족해 혼미한 상태에서 머리아픈 광경이 시작되었어요.

손위 누님댁에 들르고 싶어하시는 시아버지와 시누이 집에 가기 싫으시다는 시어머니 실갱이가...

 

저희 시어머니, 평소에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 식의 사고방식이신 분이라

저한테는 늘 시댁이 이젠 너네 집이라는 얘길 하시면서, 정작 본인은 시누이 불편하다고 하시더군요...ㅡㅡ

결국 아버님 승. 시고모님댁에 들러서 시고모님 내외분과 같이 선산에 오르기 시작했죠.

 

원래는 그냥 단순(?) 성묘인줄 알았으나, 실제로 가봤더니 그 곳은 입구부터 아마존 밀림같이 울창했어요.

아버님 형제분들 중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또 저희 나이대인 자식들도 묘에는 잘 찾아오지 않는가봐요.

시아버님은 형제 중 유일하게 서울에 사시는 분인데다 장사를 하시고, 결정적으로 운전을 못하시는터라

명절은 물론이고 성묘도 자식 도움 아니면 갈 수가 없으세요.

 

말씀이나 좀 해주셨으면 긴 바지에 편한 신 신고 갔을텐데

긴 검정색 원피스에 단화를 신고 가서 모기에 정말 신나게 물어뜯기면서

과일, 물, 간식 셔틀 시작...

 

남편이 오늘 하루 효도하는 셈 치자고 부탁에 부탁을 해서 정말 마음을 다잡고

매너모드 on하고 며느리룩에 미소 장착하고 군소리 없이 했지만...

벌초하는 내내 잔심부름 하며 제가 싫어하는 레파토리가 시작되었어요. ㅜ.ㅜ

 

시고모님과 시어머님 두 분이 며느리 사위 둘 다 있는 분들이라 죽이 척척 맞으시더라고요.

다 키워보니 딸이 좋지만 결국 나중에 내 병수발 할 사람은 며느리다.

아무리 그래도 딸은 남 주는거고 며느리가 내집 사람이지.

자식들이 요번에 뭘 사줬다. (저는 신혼 초 황당한 일을 여러 번 겪고 명절과 생신만 챙김)

저는 영혼없는 표정으로 아, 네네...^^

 

하여간 장장 일곱시간에 이르는 벌초 대장정을 마치고 땀범벅에 거지꼴로 절 몇 번 했어요.

늦은 점심이라도 먹고 가라고 붙드시는 시고모님에게 시어머니께서 차 막힌다며 미소로 만류하시고 서울로 출발...

그리고는 차에 타자마자 불편한데 사람 잡는다며 짜증을 부리셨어요..;;;;시누이가 편하겠느냐고.

 

남편이나 저나 피곤에 쩔어서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 서울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시어머니께서 저희더러 시댁에 들렀다가 씻고 밥도 먹고 천천히 좀 쉬었다가 가라고 하셨어요.

남편이 "아까 고모가 밥 먹고 가라고 할 때는 그냥 나오시더니 왜 저희는 붙잡으세요?" 했더니

너는 시누이가 올케한테 하는거랑 엄마가 자식한테 하는거랑 같냐며 벌컥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저한테 "얘, 너 들렀다 갈거지?" 라고 하시길래 예의바르게 거절했어요.(속으로 빵터짐..)

그리고 집에 가서 씻은 뒤 남편과 둘이 실신... 다음날 일어나보니 12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잤어요.

 

한 줄 요약하자면 암튼 다음에도 벌초 가야 한다면 남편 혼자 가는걸로...

 

 

IP : 116.127.xxx.20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웅 미리 걱정이...
    '14.8.18 3:44 PM (121.143.xxx.106)

    저흰 자식이 많아도 저희 시누한명 부부와 저희 부부만 늘 벌초하러 옵니다. 저두 가면 완전 노가다...땀 범벅에...모기 물리고....새벽부터...흑...

    늘 효자인 남편과 말 못하고 따라 나서는 저....아웅..
    조카들도 30대인데 아무도 안오네요.

  • 2. 호수풍경
    '14.8.18 3:58 PM (121.142.xxx.83)

    벌초에 며느리들까지 가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할아버지 벌초 다녀오신거네요,,,
    대단하십니다...
    난 울 엄니 산소인데도 참....
    딸이라서 갈 수 있음 꾸역꾸역 갑니다... ㅡ.,ㅡ

  • 3. 당연히
    '14.8.18 4:00 PM (222.233.xxx.156)

    벌초는 남편만 보냅니다.

  • 4. 벌초
    '14.8.18 4:04 PM (112.173.xxx.214)

    여자들 아무도 안와요.
    우리 시누뇬들만 지 고향이라고 사위들 앞세워서 갑니다,
    시부모님이 고향에 안계시고 가까운 친척도 아무도 없으니 그때 아니면 고향이라고 가보질 못하니깐요.

  • 5. ..
    '14.8.18 4:14 PM (116.127.xxx.206)

    시댁이 제사는 따로 없기도 하고 시아버님 고향이신 곳에 결혼하고 처음 내려가보는거라 같이 갔었습니다. (어차피 저희 없으면 내려가시지 못하는 곳이라..) 웃긴게...벌초기 쓸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 넓은 곳을 그날 시고모부님이 혼자 다 하셨다는게 어이가 없죠;;; 정작 묻힌 분들의 자손들은 낫질도 못하세요. 낫도 없었지만.

  • 6. 시어머니
    '14.8.18 4:22 PM (118.221.xxx.62)

    이중성에 웃어요 ㅎㅎ

  • 7. ...
    '14.8.18 5:09 PM (116.127.xxx.206)

    너희 아가씨는(처음엔 누구 말하는줄 몰랐음. 우리딸은.. 이라고 하던가 너 시누이는.. 이라고 하시던가;;) 시댁 불편해서 자주 안 간다고 하더라.. 라고 하신 날 저보고 10분 뒤엔가? 자주자주 와라~ 라고 하셨어요. 그냥 이젠 웃어요 ㅜ.ㅜ ㅋㅋ

  • 8. ..
    '14.8.18 7:09 PM (121.200.xxx.105)

    새댁 수고했네요
    글고 글 읽는 내내 아 ~ 이 처자 참 지혜롭다 똑똑 소리나네
    잘 하셨어요,시집살이는 그렇게 하는거예요 (살짝여우스럽게 입 내밀어야 나만손해) 담 부터는 미리미리 신랑한테 이쁘게 언질하세요 (셩묘는 우리자기만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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