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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5일째

연못댁 조회수 : 3,506
작성일 : 2014-07-22 22:27:24

힘드네요.

 

연일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는데,

저는 집안에서 겨울 점퍼를 입고도 덜덜 떨고 있습니다.

 

냉동실에 얼린 밥이 좀 있는데

어서 이 단식을 끝내고 그 밥으로 죽을 끓여먹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누가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이 먼 곳에서, 내 집 안에서, 나 혼자 굶는다고 아무도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 허기를 이기는 것은 슬픔과 미안함,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입니다.

 

19일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소수의 사람들을 보고 안도했을 정부를 생각하니 더 화가 납니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 아침,

그 광경을 보면서 그때 달려가 구할 수 있다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셨을 여러분, 

 

비 따위 오거나 말거나 24일에는  

부디 많이 참석하셔서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어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단식과 함께 시작한 묵언은,

어제 저희집 강아지 뽀삐와 산책을 나갔다가 그만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뽀삐한테 달려오던 말라깽이 위핏 한마리가 저 혼자 수풀에서 깨깽하더니

다리를 심하게 저는데,

 

주인은 핸펀을 귀에 대고 저 멀리쯤 이미 가버린 겁니다.

 

묵언 중이니 주인에게 소리칠 수도 없고,

단식 중이라 소리칠 힘도 없고.--;

 

이제 막 공원 입구에 들어선 것이라,

위핏 녀석 그 상태로 긴 산책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죽을 힘을 다해서 달리..듯 걸어서 주인을 붙잡았습니다.

 

그냥 그 사람 개를 가리키기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아저씨가 너무 놀라신 거예요.

 

그러고보니 4일째 단식 중이어서 눈은 퀭하기 짝이 없고, 얼굴은 푸르딩딩 창백한데

더운 날 혼자 검은 겨울 점퍼를 입은데다 긴머리를 풀어헤치고 힘들게 달리기까지 하고 난 뒤라

좀 무섭기도 했을 거 같아요.

 

어떻게든 눈으로 말을 해보려고 눈에 힘을 빡 주고

강아지를 가리켰는데 하필 강아지가 가만히 서 있어서,

 

어떤 눈치도 못 챈 아저씨는 이 이상한 중국여자가 왜 자기를 붙들고

말없이 눈만 부라리면서 놔주질 않는 지,

 

 

왜 그러냐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겁니다.

 

순간 갈등 끝에 4일 만에 갈라지는 목소리로

아저씨 강아지 다쳐서 다리를 전다고 말해줬어요.

 

 

퇴근해서 집에 돌아 온 남편한테 4일 동안 못했던 잔소리를 한꺼번에 쏟아냈더니

남편이 그냥 안들은 걸로 할테니까 계속 묵언을 하면 안되냐고 하네요.

IP : 151.224.xxx.166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연못댁
    '14.7.22 10:32 PM (151.224.xxx.166)

    눼.

    잔소리도 영어로.
    욕은 한국말로 ^^;;.

  • 2. 이멜닭
    '14.7.22 10:37 PM (86.6.xxx.207)

    슬픈데 웃기네요.
    세월호로 마음이 너무 힘들고 세상이 미워질때
    님이 키톡에 올려주신 코티지파이 이야기를 일고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24일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음 하네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슬픈 나날들입니다.

  • 3. 콩콩이큰언니
    '14.7.22 10:39 PM (219.255.xxx.208)

    그러게요 슬픈데 웃긴..이게 웃픈거군요.
    몸 상하실까 걱정입니다.

  • 4. 크리스탈
    '14.7.22 10:41 PM (175.223.xxx.62) - 삭제된댓글

    이렇게 애 쓰시는 분들이 계셨네요.
    이제 단식은 그만 하세요.
    그러다 쓰러지세요.
    세월호 긴 싸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해줘야죠.

  • 5. 무무
    '14.7.22 10:42 PM (112.149.xxx.75)

    ............. ㅠ

  • 6. ...
    '14.7.22 10:43 PM (112.149.xxx.115)

    24일 꼭 참석할께요.
    참으로 미안한 것이 많은 나날들입니다.
    슬픈 가운데서도
    웃음 짓게 만드는 연못댁님..
    이제 그만 드세요.

  • 7.
    '14.7.22 10:45 PM (183.99.xxx.117)

    단식까지 같이 하시는 그 마음 많이 아파요.
    ㅠㅠㅠㅠㅠㅠ
    꼭 잊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돼요.

  • 8. 뮤즈82
    '14.7.22 10:48 PM (112.162.xxx.221)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지..ㅡ.ㅡ

    건강도 생각 해주시면서요....

  • 9. 눈물이 핑
    '14.7.22 10:49 PM (211.207.xxx.143)

    목이 울컥.......

  • 10. bluebell
    '14.7.22 11:07 PM (112.161.xxx.65)

    연못님..고생하셨어요.
    제게 웃픈게 뭔지도 경험하게 해주시고..^^

  • 11. 백만순이
    '14.7.22 11:09 PM (211.116.xxx.247)

    연못댁님도 걱정이고 단식하시는 유기족분들도 걱정이고....하루라도 울컥하지않는날이 없어요
    나키 소식에 길바닥에서 찔끔거리질않나.....더 강해져야하는데 자꾸 맘이 더 약해져서 걱정이예요

  • 12. ....
    '14.7.22 11:10 PM (110.15.xxx.54)

    24일 꼭 참석할께요.

  • 13. 심각하다가....
    '14.7.22 11:18 PM (122.254.xxx.70)

    품었어요. 저도 제 남친한테 (미국인) 잔소리는 영어로 욕는 한국말로 합니다.

  • 14. paris99
    '14.7.22 11:35 PM (115.22.xxx.16)

    연못님
    멀리서 감사합니다
    저도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볼랍니다

  • 15. .........
    '14.7.22 11:36 PM (1.251.xxx.248)

    죄 지은 것들은 잘쳐먹고 잘자는데
    죄없는 유가족과 착한 국민들은 가슴 아파하고 먹지도 못하는지....ㅠㅠ
    속이 터질것 같아요.

  • 16. 연못댁
    '14.7.23 12:16 AM (151.224.xxx.166)

    제가 더 웃픈 얘기도 해드릴 수 있는데..
    24일 지나서 풀까요?

  • 17. 연못댁님~
    '14.7.23 1:03 AM (72.194.xxx.66)

    그냥 한번 불러봤습니다.
    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하신 분이구나하면서 눈팅만하는데
    자게에 올리셔서 그냥 한번 헬로우~ 했어요. ^^

  • 18. 연못댁
    '14.7.23 4:36 AM (151.224.xxx.166)

    이름 불러주신 바로 윗님께 저도

    헬로우~ 받고 하우두 유두 얹어 드립니다.^^

  • 19. 연못님!
    '14.7.23 5:07 AM (178.190.xxx.244)

    마음만이라도 같이해요. 고맙습니다.

  • 20. 열무김치
    '14.7.23 5:29 AM (31.153.xxx.204)

    이만 죽 끓여 잡수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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