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네요.
연일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는데,
저는 집안에서 겨울 점퍼를 입고도 덜덜 떨고 있습니다.
냉동실에 얼린 밥이 좀 있는데
어서 이 단식을 끝내고 그 밥으로 죽을 끓여먹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누가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이 먼 곳에서, 내 집 안에서, 나 혼자 굶는다고 아무도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 허기를 이기는 것은 슬픔과 미안함,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입니다.
19일 서울 시청 앞에 모인 소수의 사람들을 보고 안도했을 정부를 생각하니 더 화가 납니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 아침,
그 광경을 보면서 그때 달려가 구할 수 있다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셨을 여러분,
비 따위 오거나 말거나 24일에는
부디 많이 참석하셔서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어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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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과 함께 시작한 묵언은,
어제 저희집 강아지 뽀삐와 산책을 나갔다가 그만 종지부를 찍고 말았습니다.
뽀삐한테 달려오던 말라깽이 위핏 한마리가 저 혼자 수풀에서 깨깽하더니
다리를 심하게 저는데,
주인은 핸펀을 귀에 대고 저 멀리쯤 이미 가버린 겁니다.
묵언 중이니 주인에게 소리칠 수도 없고,
단식 중이라 소리칠 힘도 없고.--;
이제 막 공원 입구에 들어선 것이라,
위핏 녀석 그 상태로 긴 산책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죽을 힘을 다해서 달리..듯 걸어서 주인을 붙잡았습니다.
그냥 그 사람 개를 가리키기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아저씨가 너무 놀라신 거예요.
그러고보니 4일째 단식 중이어서 눈은 퀭하기 짝이 없고, 얼굴은 푸르딩딩 창백한데
더운 날 혼자 검은 겨울 점퍼를 입은데다 긴머리를 풀어헤치고 힘들게 달리기까지 하고 난 뒤라
좀 무섭기도 했을 거 같아요.
어떻게든 눈으로 말을 해보려고 눈에 힘을 빡 주고
강아지를 가리켰는데 하필 강아지가 가만히 서 있어서,
어떤 눈치도 못 챈 아저씨는 이 이상한 중국여자가 왜 자기를 붙들고
말없이 눈만 부라리면서 놔주질 않는 지,
왜 그러냐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겁니다.
순간 갈등 끝에 4일 만에 갈라지는 목소리로
아저씨 강아지 다쳐서 다리를 전다고 말해줬어요.
퇴근해서 집에 돌아 온 남편한테 4일 동안 못했던 잔소리를 한꺼번에 쏟아냈더니
남편이 그냥 안들은 걸로 할테니까 계속 묵언을 하면 안되냐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