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정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평생을 칭찬 한 마디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애둘낳고 40언저리되서 취미생활로 그림을 배우러다니다가 그린 그림을 자랑하며 보여드렸더니 난생 처음으로 " 니가 그림은 잘 그렸었지.." (미대가는게 꿈일정도로 소질은 있었지만 포기했죠)
엄마는 자식에게 헌신적인 편이시고 남편수발 잘하는 현모양처라서 주변의 평판이 좋은분입니다.
막내동생도 살갑게 구는 가운데 바로 아래동생도 엄마에게 참 잘 합니다. 며느리와 사위도 잘얻어 제가 보기엔 세상부러울것 없는 복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살갑지 않은 제가 유일한 엄마의 불만입니다.
제가 유독 왜 엄마에게만 차가운지 생각해보니 늘 엄마는 제 앞에서 다른사람들의 칭찬만 했지 생전 저에대한 칭찬한마디 하지 않았던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 안부를 묻던 무슨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이야기의 결론은 그집조카며느리나 그집딸이나 본인조카 칭찬입니다.
예를 들면 얼마전 홀로되신 큰아버지의 근황을 물으면 " 그집 딸들같은 착한딸들이 없다. 무슨복이시래.. 딸들이 돌아가면서 반찬을 해온다더라.아휴 복도 많으셔. 그런 딸들이 어디있대.."
사촌조카의 안부를 물으면 " 그집 며느리는 정말 잘 얻었어. 유기농음식으로 직접해먹이고 밖의 음식은 절대 안사먹인다더라. 그 옆에 있던 다른집애들 스마트폰 끼고있는것을 보더니 기함하더라. 왜 저렇게 키웠냐고 .. 애 키우는데 보통 야무진애가 아니야.."(본인만 잘하면되지 왜 다른집아이 흉은 보는지..)
얼마전 다녀오신 홀로되신 외삼촌의 안부를 물으면 " 그때 @@(제 동갑사촌)이 왔는데 외삼촌 드시라고 육개장을 끓여와서 각각 포장해두고 또 가끔 오겠다고 하고 갔잖아. 걔는 정말 심성이 보통 착한게 아니야"
또 다른 조카에 대해 물으니 " 그집 며느리 인물은 없지만 두고보니 착하고 무던하고 잘 얻었어. 공무원이니 연금나오고
얼마나좋아"
출산 얼마앞둔 올케를 두고 " 세상에 이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겠어. 아휴 안쓰러워" 이러면서 저한테 고생많다고 전화하라더군요. 저도 삼복더위에 애낳지만 엄마에게 한번도 듣지못한 말입니다.
위의 모든것이 상가집에서 부모님을 태우고가던 40여분사이에만 들은 다른사람의 칭찬이야기 입니다.
마지막으로 만삭인 올케에게 전화하라고 독촉하길래 제가 좀 화가나서 그랬습니다
" 난 애둘다 낳기 하루전까지 출근해서 9층을 계단으로 오가며 다녔거든? 올케는 임신기간 내내 집에서 쉬었는데 나보다는 난편이네.."
그랬더니 " 그애는 애를 힘들게 가졌잖니..."
그리고는 애둘은 30분만에 낳은 저보고 너같이 애쉽게 낳는애도 없다면서 세상에 10시간 20시간 고생하며 낳는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너는 고생도 안했답니다. 애 어렵게 가진 올케는 제왕절개하느라 안쓰러워 죽겠고 저는 복이 많아 자연분만 한거라 거저 낳은거나 다릅없답니다.
저 물론 다른분에 비할택도 없지만 아플만큼의 고통 똑 같이 느끼고 낳았습니다.
늘 이런식입니다. 평생을 칭찬한 번 받아본적이 없습니다.
미칠듯한 직장생활도 버티면서 애둘 낳기 하루전까지 회사를 다니나 출산했어도.. 남편없이 주말부부로 혼자 애둘을 동네친구조차 옆에 아무도 없이( 주변이 다들 맞벌이하토는 영세아파트에서) 키웠어도.. 아토피아이 매일 황토팩해주고 손빨래에 삶아가며 모두 만들어서 먹이고 키웠어도.. 작은 남편월급 알뜰살뜰(과일도 멀쩡한것 사먹을수 없었습니다)모았어도..심지어 애를 쉽게 낳은것도 엄마에겐 다른 집 딸들과 비교 대상입니다.
그래서 전 엄마와 되도록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않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다른집 누구누구의 며느리나 딸과 비교를 당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또 다른집 딸들처럼 살갑지도 착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저에게 막 뭐라고 합니다. 넌 어쩜 그러냐고..
나이가 먹고 아이를 낳으면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사그라들고 모성에 공감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골은 점점 더 깊어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돌아가실때까지 제가 그럴까봐 겁도 납니다.
엄마에 대한 애정을 못받아서 그런지 한없이 제 편인 남편과는 둘도없이 편하고 친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합니다.
다음에 태어나면 내편인 엄마의 딸로 태어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