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본스런 것 중에...

갱스브르 조회수 : 1,944
작성일 : 2014-07-16 18:43:54

우울함을 껴안아주는 영화를 만나고 싶을 땐 일본영화를 본다

누가 지어낸는진 모르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

너무나 많은 의미와 상징이 함축된 적절한 괴리감이다

두세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일본 가전제품이며 일제면 다 최고라 치던 그 시절

친구들이 보여준 잡지 속 일본 여자들의 뽀얀 얼굴과 특유의 분위기에 끌려

이름도 모르는 어느 여자 모델의 사진을 수첩에 넣고 다녔다

'요술공주 밍키"와 "캔디"의 나라 일본을 무척 동경했다

이야기는 다채롭고 무궁무진했으며 아시아권이라는 공통 분모 외에 뭐 하나 공존하기엔 불가능해보이는 나라

DNA에 박힌 과거에 대한 상처는 별개로 다다미방과 오밀조밀한 그림자가 내려앉은 집

지나치게 깔끔하고 조곤조곤한 사람들

내 일본 여행의 첫인상은 그랬다

이른 아침 까마귀 우는 소리가 알람처럼 들리기까지 적응이 쉽진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퇴폐와 고상한 기개가 속을 알 수 없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 신비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참을 일본 영화에 빠져 그 지루하고 담백한 대사를 맘속에 담아두고 곱씹기도 했다

연보라색 니트에 꽃무늬 치마를 입고 손님을 맞았던 할머니

일흔을 훌쩍 넘긴 그 연세에 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야사시하게 웃으셨다

20여 년 전이니 아무리 장수국가라 해도 지금은...

가면인지 화장인지 모를 얼굴과 청초하다 못해 청승맞은 차림의 여자들

올망졸망한 남자들의 걸음걸이

듣도 보도 못한 갖가지 탈취제들...

냄새에 유독 민감한 여기 사람들의 에티켓은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배려한다

습기와 바람과 비가 그리고 언제 덮칠지 모를 지진에 순응하는 사람들

처음 지축이 흔들렸을 때 정신이 혼미해진 나와는 달리 기둥을 붙잡고 연신 대화를 이어가는 그 초연함과 침착함

엎어진 물잔 바꿔주고 쓰러진 탁자 바로 세우고 영업은 계속됐다

카드 결제를 하고나서야 내가 살아있구나 실감했다

여름 햇빛이 강할수록 맘이 축축해지는 때가 있다

언제나 한 톤 다운된 일본 영화의 영상을 보노라면 그 심심함에 빠져 숨이 죽는다

잘 절여진 배추처럼...

절제와 오버가 하나라는 걸 알게된다

극우 극단이 활개를 치는 이유도 말이다

불안이다

치매걸린 정치인들의 망발은 어쩜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아베의 정신없는 소리와 어느 할머니의 가슴 따뜻한 편지

우린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에게 일본은 여전히 궁금하고 보고 싶은 곳이다

신주쿠의 화려한 불빛보다

잿빛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다

IP : 115.161.xxx.10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16 7:22 PM (121.183.xxx.216)

    글을 잘쓰시네요

    집중해 읽을만큼..

  • 2. 일본 싫어요...
    '14.7.16 7:58 PM (182.227.xxx.225)

    위정자들은 너무나 뻔뻔하고...
    국민들은 너무나 비겁하고...

  • 3. 카모메 식당
    '14.7.16 8:25 PM (220.89.xxx.148)

    아루이떼. 안경...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7974 직장맘들 나만의 실천하는 원칙 있으세요? (시간분배,육아,체력등.. 5 시간이 금 2014/07/16 2,152
397973 L사의 똥고집, 세탁기 보풀클리너 딱 걸렸네요. 1 ... 2014/07/16 2,662
397972 살림고수님들 이거 먹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3 ... 2014/07/16 1,199
397971 저처럼 세탁기를 오래 돌리는 분 있나요? 23 dd 2014/07/16 5,505
397970 스카이 진학한 학생들은 다 선행을 7 as 2014/07/16 2,595
397969 제가 이상한 건가요? 7 2014/07/16 1,796
397968 지하철에서 앞머리 롤로 말고 있던 여자.. 뭐죠? 25 뭐지 2014/07/16 5,889
397967 나이드니 눈화장을 안하게 돼요. 24 대다나다 2014/07/16 13,368
397966 일본스런 것 중에... 3 갱스브르 2014/07/16 1,944
397965 라섹하신 분들 많이 아픈가요? 9 .... 2014/07/16 2,152
397964 [펌] 세월호족이 원하는 특별법 속 보상 조항 분석해보니 31 페퍼민트티 2014/07/16 2,534
397963 발리 팁문화에 대해 ... 6 발리 2014/07/16 5,192
397962 다른 중딩들도 기말고사 음미체 소홀히 여기나요? 7 음미체 2014/07/16 2,489
397961 좀 이해가 안되는게 있어요 2 인정머리 2014/07/16 1,060
397960 KTX 진상녀... 6 ... 2014/07/16 3,945
397959 급) 청소년 자원봉사 질문 여러개요.. 알려주세요 7 급질 2014/07/16 1,929
397958 블로그나 카페에서 짝퉁 명품 파시는 분들 5 어썸와잉 2014/07/16 4,590
397957 중고 내놀만한곳 어디없을까요? 3 중고 2014/07/16 1,282
397956 반찬 하는 거 배우고 싶어요 18 네모네모 2014/07/16 4,019
397955 죽음 앞에서 2 장례식장 2014/07/16 1,995
397954 저기 베스트글에 지방대 다니는 아이 짐짝 처럼 느껴지는.ㅠㅠㅠ 11 ... 2014/07/16 3,724
397953 밑에 호칭 문제가 나와서 저도 하나 물어볼께요 8 ... 2014/07/16 1,289
397952 다시마물로 국을 끓이면 맹물보다 확실히 맛있나요. 6 ㄹㄹㄹ 2014/07/16 1,990
397951 도우미를 불러드리는것도 하루이틀이지.... 7 전업주부 2014/07/16 2,498
397950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음악파일 구해요!!! 5 구해주세요 2014/07/16 1,743